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요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1천만이 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동물복지라는 말이 우후죽순으로 나오는 만큼 반려동물과 관련된 불교의 관점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어서 질문을 드립니다.
동물도 당연히 중생의 범위에 포함되는 만큼 불교에서도 구제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다만 동물천도재와 관련해서는 의문점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사찰에서 반려동물천도재를 하고 있는데요.
반려동물도 과연 천도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사람이 죽은 영가의 경우 천도의식중에 쌓게되는 의업으로 내생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동물영가의 경우 스님들의 천도의식을 통해 과연 의업이라는 것이 작동할지 의문입니다. 스님들의 불경을 통한 천도의식자체를 이해하지 못할것이라는 생각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개인적으로는 반려동물천도재를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죽은 동물영가보다 이 생에서 그 동물과 마치 친가족관계처럼 끈끈하게 얽혀있는 사람들이 애별리고를 심하게 겪기 때문에 그들을 위로하고 고통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시 눈에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있는 동물영가들 역시도 그대로 무시할 수도 없다 생각하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교수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답변입니다.
천도재(薦度齋)는 '영가(靈駕)'의 명복(冥福)을 빌기 위한 '재(齋)'입니다. 즉, 돌아가신 분이 좋은 곳에 가시도록 불단에 공양물을 올린 후, 영가에게 가르침을 주는 불교 의례입니다. (영가의 어의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번뇌에 속박된(駕) 중음신(靈)'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재(齋)'는 한자로 '포살(布薩)'이라고 음사하는 범어 우빠와사타(upavasatha) 또는 우뽀샤다(upoṣadha) 또는 뽀샤다poṣadha[빠알리어로는 uposatha 또는 posatha]의 번역어로 출가자의 경우는 매달 15일과 말일(29일이나 30일), 즉 보름마다 행하는 참회 의식(儀式)을 의미하며, 재가자의 경우는 매달 8, 14, 15, 23, 29, 30일의 육재일(六齋日)에 팔재계(八齋戒)를 지키는 의식을 의미합니다. 뽀샤(poṣa)는 'puṣya 별자리와 관계된'이라는 뜻을 가지는 천문학적 용어로, 달이 뿌샤(puṣya) 별자리와 만나는 날이 포살일입니다.
재가자는 육재일이 되면 불살생, 불투도, 불사음, 불망어, 불음주의 5계에 '노래나 춤, 화장품 등을 멀리하겠다.', '높고 좋은 침상에 눕지 않겠다.', '오후에는 식사를 하지 않겠다.'는 3가지 계목을 추가한 8재계를 준수합니다. 그 목적은 아라한을 닮기 위한 것으로 부처님께서는 8재계 가운데 제7계의 의 준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재일에는 마음 가짐을 아라한과 같이 해야 하느니라. 아라한은 높고 좋은 침상에 눕지 않는다." 재일에는 이와 같이 마음가짐을 아라한과 같이 하여라. 이것이 일곱 번 째 계이니라.
佛言:「齋日持意當如阿羅漢,阿羅漢不於高好床臥,意亦不念高好床上臥。齋日如是持意如阿羅漢,是為七戒。」
- 優陂夷墮舍迦經 -
아라한과 같이 결코 높고 넓은 침상 위에 앉지 않겠다. 높고 넓은 침상이란 것은 금, 은, 상아로 만든 침상이며 부처님의 좌석, 별지불의 좌석, 아라한의 좌석, 여러 스승님들의 좌석이다. 이 때 아라한은 이런 여덟 가지 좌석에 앉지 않으시는데 나 역시 자리에 오를 때 이런 좌석을 침범하지 않겠다.
「『如阿羅漢,恒不在高廣之床上坐。所謂高廣之床,金、銀、象牙之床,或角床、佛座、辟支佛座、阿羅漢座、諸尊師座。是時,阿羅漢不在此八種座,我亦上坐不犯此坐。
- 증일아함경
이렇게 6재일에 8재계를 성실하게 준수하는 재가자는 내생에 3악도에 떨어지지 않으며, 태어나는 곳마다 언제나 복락과 함께 하고, 이런 인연으로 인해서 결국 성불하게 된다고 합니다. (不復墮三惡處,所生常有福祐,亦從八戒本因緣致成佛)
그런데 후대가 되어 망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재'를 지내는 천도재 의식이 창출됩니다. 인과응보는 자업자득의 방식으로 일어나기에 내가 지은 선업이 남에게 전이될 수 없는데, 천도재는 망자의 후손들이 지내기에 그 공덕의 과보는 후손들이 받게 되며, 망자에게 시주의 공덕이 생길 리 없다고 천도재 의식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천도재 의식에 참여한 망자의 중음신이 이를 보고 기뻐하면 선한 '의업'을 짓는 꼴이 되어, 망자에게도 공덕이 생겨서 망자의 내생이 밝아진다고 합니다.(빠드마삼바바의 해석)
그런데 인간의 경우 천도재와 윤회 등의 의미를 알기에 '의업'을 지을 수 있으나, 축생의 경우도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위의 질문에서 "동물영가의 경우 스님들의 천도의식을 통해 과연 의업이라는 것이 작동할지 의문입니다. 스님들의 독경을 통한 천도의식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것이라는 생각때문입니다."라고 쓰셨듯이 ...
그런데 불전에서는 축생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이해함으로써 내생에 천상에 태어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범망경보살계약소>에서는 "보살은 온 세상의 산, 숲, 하천, 들에 들어가서 모두 다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보리심을 발하게 한다. 이 보살이 만일 중생을 교화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다면 경구죄(輕垢罪)를 범하는 것이다(菩薩入一切處。山林川野。皆使一切眾生發菩提心。是菩薩。若不發教化眾生心者。犯輕垢罪)."라는 <범망경>의 경문을 주석하면서 다음과 같이 축생 교화의 사례들을 열거합니다.
'일체 중생'이라는 것은 사람, 천신, 귀신, 근변지옥(의 중생), 고독지옥(의 중생) ...... 날짐승과 들짐승, 물고기와 자라, 뱀과 벌레 등의 무리다. 보잘것없는 것들이라고 해서 버리고 교화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영혼의 아는 힘을 가진 것 중에 어리석지 않은 것이 많다. 예를 들어서 앵무새가 사성제의 가르침을 듣고서 천상에 태어났다가 결국 벽지불이 되었고, 원숭이가 [부처님께] 꿀을 바쳐서 다음 생에 출가하여 성도하였으며, 새가 불경을 듣고서 도리천에 태어났고, 기러기가 가르침을 듣고서 삼십삼천에 태어났으며, 연못의 물고기가 게송을 듣고서 천자가 되었고, 바다의 고래가 이름을 듣고서 배에서 어려움을 면했다.
一切眾生者。人天鬼神。邊獨地獄。乃至禽獸。魚鼈。虵蟲等類。勿謂蠢動無知。捨而不化。然含靈覺性。多有不迷。如鸚鵡聞四諦生天。至成辟支佛果。獼猴獻蜜。次生出家成道。鳥聽經而生忉利。鴈聞法而生三十三天。池魚聽偈。而為天子。海鯨聞名。而舟免難。
앵무새, 원숭이, 새, 기러기, 물고기, 고래 등이 교화를 받거나(앵무새, 새, 기러기, 물고기) 공덕을 지어서(원숭이) 그 다음 생에 천상에 태어났다고 합니다. 여기에 소개한 예화들 가운데 앵무새와 새 이야기를 <현우경(賢愚經)>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달이라는 불심 깊은 장자가 있었는데 스님들께서 매일 수달의 집에 와서 설법을 하고 참회에 대해 가르쳤다. 수달의 집에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앵무새 두 마리가 있었는데 스님들이 오실 때마다 먼저 이를 알려서 집안 청소를 하게 했다. 아난 존자께서 이 앵무새가 총명한 것을 아시고 사성제의 가르쳤다. 이를 들은 두 마리의 앵무새는 기뻐하면서 사성제를 독송하였는데 그 날 밤에 들고양이에게 살해당한 후 사천왕의 하늘나라에 태어났고, 그 후 여러 천상에 태어났다가 벽지불이 되었다.
- 二鸚鵡聞四諦品
어떤 비구 스님이 숲에서 수행하면서 경전을 독송했는데, 이를 들은 새 한 마리가 나무 위에 앉아서 항상 이를 들었다. 그 때 어떤 사냥꾼이 화살로 그 새를 죽였는데, 그 새는 도리천에 태어났다.
- 鳥聞比丘法生天品
<현우경>은 <백유경> 등과 마찬가지로, 교훈적 우화로 가득한 본생담(Jataka) 계통의 경전입니다. 본생담 역시 아함경이나 니까야와 마찬가지로 초기불전에 속하며, 위의 인용문에 근거할 때 인간의 언어를 모르는 축생의 경우에게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달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축생의 경우 사지의 움직임이 인간만큼 자유롭지 못하고, 발성이 단순하여 언어가 없기에 문명의 전수가 불가합니다. 생명체의 활동을 '인지'와 '운동'으로 양분할 때 움직임과 발성이라는 운동의 측면이 인간에 못 미칩니다. 그러나 '인지'의 측면은 인간만 못지 않습니다. 소나 말, 개나 고양이 심지어 바퀴벌레라고 하더라도 시각, 청각, 후각, 사리판단 등의 '인지능력'은 인간 못지 않으며 그 가운데 어떤 것들은 인간보다 뛰어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죽은 반려동물의 영가가 있고, 혹시 자신을 위한 천도재를 지켜볼 수 있다면, 독경 소리를 듣거나 자기 주인의 마음을 읽고서 개심을 하여, 보다 좋은 내생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반려동물 천도재에 대한 이런 해석은 위에 인용한 불전(현우경 등)의 가르침과도 부합합니다.
이상 답변을 마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