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 확률 0.0006% 그래도 도전 할 것인가.
백만장자가 되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벤처기업을 설립하라.
아무리 좋은 대기업에 근무하더라도 벤처기업 성공으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을 벌어들일 수는 없다.
예컨대 IBM과 같이 세계적인 다국적기업 임원으로 40년 이상 근무해서 얻을 수 있는 소득보다 벤처기업 성공으로
얻을 수 있는 소득이 더 많다.
통계적으로 볼 때 신설 벤처기업이 사업에 성공해 기업공개에 나설 경우 창사자 대표이사들의 보유주식지분을
평가하면 약 650만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모든 벤처기업이 성공하지 못한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사업계획서라는 구체적 형태로 정리되는
확률은 100분의 1이다. 100명중 한명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실천하고 있지만 나머지 99명은 그저 생각만
할 뿐이다. 아이디어가 사업계획서로 구체화되더라도 벤처캐피탈리스트의 투자를 이끌어낼 확률은 1000분의 6에
불과하다. 또 벤처캐피탈로부터 자금을 받았더라도 10개 중 9개사는 나스닥이나 뉴욕증권거래소에 등록될만큼
성장하지 못한다. 그저 명맥만 유지하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되기 십상이다.
살아남더라도 야후(Yahoo)나 델컴퓨터와 같은 대성공을 거둘 확률은 거의 없다. 요컨대 하나의 아이디어가 상장이라는
성공을 거둘 확률은 0.0006%에 불과하다. 실리콘밸리에서 벤처 창사를 하나의 학문적 영역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존 네샤임 코넬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벤처(Venture)는 말 뜻 그대로 모험(Adventure)이다.
실리콘밸리가 오늘날의 실리콘밸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심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는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실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요컨대 실리콘밸리는 `모험'으로 다른 지역과
차별화했고, 결국 성공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성공한 기업가 못지 않게 실패한 사람도 대접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시도에 존경심을 표한다."
-- 기술보다는 사람이
벤처캐피탈리스트 서갑수 한국기술투자 사장에게 물었다.
"벤처기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요소는 무엇인가."
그런데 그의 대답이 뜻밖이었다. 기대했던 `기술' 혹은 `시장'이 아니었다.
"사람입니다. 창사자가 `어떤' 사람인지가 관건입니다."
서 사장은 한글과 컴퓨터에 투자할 때도 이찬진 사장의 눈빛이 반짝였다는 이유(?)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했다.
서 사장의 이런 대답에 대해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의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벤처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평가'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혹은 인맥을 유난히 강조하는 문화적 특성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벤처경영'의 저자 경북대 이장우 교수의 견해도 서 사장과 같다.
"창업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성공벤처로 성장하는 기업은 소수이다. 벤처가 기술적 아이디어와 벤처자본의 결합을
특징으로 하지만 경영의 뒷받침이 없으면 성공도 일과성에 그치기 마련이다."
심지어 벤처의 고향이라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벤처창사 A to Z: 실리콘밸리가 보인다'의 저자 존 네샤임 미 코넬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상품을 만드는데에는 기술이 중요하지만 회사를 만드는데에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기술을 개발한 창사자가 회사 경영은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고집하는 경우 실패하기 쉽다.
창사를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단계에서부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창사자는 종종 자신은 기술담당임원으로
물러서고 최고경영자(CEO)의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내줄 수 있어야 한다. 세계유수의 벤처기업들이 설립 초기부터
외부의 전문가에게 적지 않은 스톡옵션(주식매입권)을 안겨주며 영입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네샤임 교수는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신설 벤처기업에서 찾고자 하는 것들을 5가지 분야로 분류한다.
이를 중요도 순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신설 벤처기업을 맡아 경영할 수 있는 사람들과 경영진의 존재 여부.
제품화시킬 수 있는 뛰어난 기술의 존재 여부.
크고 빠르게 확대되는 시장의 존재 여부.
`일방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보유 여부.
투자를 유치할만큼 주당 가격이 매력적인지의 여부.
첫째는 사람이다. 사람만으로 벤처기업의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 없으면 시작부터 실패는 예고돼 있다.
-- 창사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벤처 창사(創社)를 100미터 달리기로 생각한다.
하지만 벤처 창사는 마라톤이다. 벤처기업의 특성중 하나가 신속성인만큼 창사 역시 속전속결로 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것은 철저한 착각이다.
존 네샤임 미 코넬대 교수는 저서 `벤처창사 A to Z'에서 창사 과정을 14단계로 구분한다. 각 단계마다
엄청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제1단계, 사업아이디어 찾기부터 살펴보자.
"어디에서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까." 창사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다.
아이디어의 원천은 인간의 정신적 활동만큼이나 다양하다. 취미나 오락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뾰족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다 결국 포기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한탄할지도
모른다. "빌 게이츠 이후 왠만한 아이디어는 이미 다 나왔어. 더 이상 획기적인 것은 있을 수 없어."
하지만 정말 그럴까.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했을 때 미 특허청장은 "세상에 더 이상의 발명품은 없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인류의 발명은 결코 고갈되지 않았다.
1단계에서 예비창사자들은 기업의 비전을 정립하는 일을 동시에 진행시켜야 한다.
기업의 비전은 아이디어와 함께 생성돼야 한다. 기업의 비전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는 실현되지
못하는 꿈으로 끝나기 쉽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사업계획으로 구체화되는 확률은 100분의 1에 불과하다.
아이디어를 찾는 일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최소 1년, 보통 그 이상의 기간에 결쳐 서서히 진행된다.
물론 신속하게 형성된 아이디어도 성공할 수 있다.
1단계는 외로운 단계이다. 창사자는 아이디어를 포기하거나 또는 신뢰할 수 있는 친구들과 비밀리에 논의할만큼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 때까지 혼자 앉아서 여러가지 대안을 숙고해야 한다.
아이디어 생성 단계에서 창사 후보생들은 엄청난 자기분석과 성찰에 몰입하게 된다.
"나는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명예를 원하는가. 부(富)를 원하는가. 나는 신설벤처기업을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직면할 어려움을 극복할 준비가 돼 있는가. 나의 배우자는 기꺼이 나를 도와줄 것인가."
수년 동안 눌려온 감정은 이 단계에서 종종 이상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비전은 이러한 심리적 갈등을 이겨내는 힘이 된다.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가 리 펠센스타인씨는 자신의 성공을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나는 정말 바보였다. 나는 내가 디자인하는 컴퓨터가 완성될 수 없다는 암울한 예측을 완전히 무시했다.
" 하지만 그는 성공했고 백만장자가 됐다.
-- 비전을 공유하라
창사 후보생의 머리 속을 맴돌던 아이디어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점차 흥분의 강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이제 2단계로 접어들었다.
2단계에서 중점을 두고 해야하는 일은 꿈을 구체화시키고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때부터는 혼자가 아니다. 창사 후보생은 진정으로 믿을만한 친구들과 자신의 비전을 공개적으로, 또 자유롭게
의논하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창사 후보생의 아이디어는 최초로 검증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들의 벤처 성공확률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동창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털어놓은 것만으로도 사업성 검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강조하건대 논의 대상은 100%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만일 `배신' 당한다면 친구도 잃고
사업기회도 잃게 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2단계를 `부엌 식탁에서의 만남의 시기'라고 부른다. 친구들과의 자리가 대부분 자신의 집 부엌
식탁에서 마련된 덕분이다. 우리의 경우라면 어떨까. 혹시 술자리는 아닐까.
한 인터넷 벤처기업가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친구와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눈지 며칠 뒤 누군가가 자신의
아이디어와 똑같은 사업을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우연히 그 술자리 옆자리에 앉았던 누군가가 둘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디어를 도용했을 수도 있고, 혹은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먼저 사업을 시작했을 수도 있다.
만에 하나 전자의 경우라면 이만저만 억울한 게 아니다.
친구들의 검증을 거친 후 창사 후보생은 본격적으로 전문가들을 만나게 된다. 컨설턴트나 변호사, 혹은 유사업종의
창사 선배 등 여러 부류이다.
3단계는 회사를 설립할 사람들을 규합하는 시기이다.
창사 후보생과 아이디어를 교환한 사람들중 일부가 공동창사자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 시기부터 몽상가(Dreamer)와 행동가(Doer)가 분리되기 시작한다. 몽상가는 주의하는게 좋다.
그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발을 뺀다.
신설벤처기업이 기업공개까지 갈 수 있는 확률은 100만분의 6에 불과하다. 그만큼 힘들고 어렵다.
어지간한 각오가 아니라면 공동창사에 참여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
나중에 이탈할 사람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빠지도록 놓아두는 편이 낫다. 창사 동지들은 신설 벤처기업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창사팀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창사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인 자금조달의 성공확률이 달라진다.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 즉 핵심경영진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 빠져나오기가 종요하다.
공동 참사자들의 참여 약속 얻어내기 다음 단계인 4단계는 `현 고용주로부터의 독립', 즉 퇴사이다.
그런데 회사를 떠나는 일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회사로부터 갖가지 협박과 회유가 있을 수 있는데다
자칫하다간 법정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기획라인에 있다거나 신제품 개발부서의 엔지니어라면 그럴 확률이 더욱 높다. 평소에는 신경도 안쓰다가 막상
퇴사하겠다고 하면 부서 이동, 연봉 인상, 진급, 연수 기회 제공 등 갖가지 인센티브를 한꺼번에 내놓기도 한다.
대개 그런 것들은 미끼에 불과할 확률이 높다. 어떤 경우에는 구상중인 벤처기업의 사업 아이디어를 다니던 회사에
빼앗길 수도 있다. 회유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사자들이 기존 고용관계를 깨끗이 정리하는 데에는 보통 한달 정도가 걸린다.
5단계는 창사자의 비전이 사업계획서라는 형태의 서류로 구체화되는 시기이다.
사업계획서는 매우 중요하다. 아디이어가 벤처기업이 되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첫번째 공개시험이기 때문이다.
벤처이야기 덕분인지 벤처지망생들이 종종 기자에게 자문을 구한다. 사업계획서를 들고 찾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그 중 대부분은 사업계획서라기보다는 예상매출표라고 해야 하는 것들이다. 사업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보다는 몇년 후 회사매출이 수십억, 수백억원이 된다는 수치로 채워져 있기 십상이다.
그러한 전망은 심지어 몇년내 같은 시장내에 경쟁업체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기적'을 전제로 깔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사업계획서에 선뜻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 엔젤투자가는 없다.
사업계획서에는 뭔가 다른 것(Something Special)이 담겨있어야 한다.
소위 일방적 우위(Unfair Advantage)가 그것이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와 김세형 매일경제 부장의 공저 `실리콘밸리 성공비결'에는 실리콘밸리 벤처의 `할아버지'로
불리는 휴렛팩커드(HP) 공동창사자 데이비드 패커드씨의 다음과 같은 증언이 담겨있다.
"우리는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것, 말하자면 최고품질의 제품을 설계하고
제조하는 일을 해 단단한 기초를 쌓고자 했다." 일방적 경쟁우위는 그런 것이다. 자기가 가장 잘 하는 것,
남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것, 남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것이다. 일방적 경쟁우위에 대해서는 다음회에서
좀더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 일방적 우위를 확보하라
한 여학생이 교수를 찾아갔다. 기계공학도인 그녀는 졸업 후 엔지니어 보다는 컨설턴트가 되고 싶다고 했다.
"컨설팅을 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자네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가."
"춤과 노래를 잘합니다. 춤과 노래에 관한한 학교에서 내가 제일 잘할 겁니다."
"입사 면접에서 이렇게 얘기하면 어떨까 싶네. `나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 조예가 있고,
또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 또 기계공학과 출신의 수학적 능력과 여성의 섬세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고."
`벤처창사 A to Z_실리콘밸리가 보인다'의 저자 존 네샤임 미 코넬대 교수는 필자에게 일방적
경쟁우위(Unfair Advantage)를 설명하기에 앞서 이렇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는 되물었다. "이 여학생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그는 곧바로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이 여학생은 보통의 기계공학과 출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능력을
갖고 있다. 춤과 노래에 대한 열정이 그것이다. 게다가 이 학생의 전공은 기계공학이다.
숫자에 밝을 뿐 아니라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이 잘 돼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여성으로서의 섬세함까지
갖추고 있으니 다른 사람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 아닌가."
네샤임 교수의 이와 같은 설명에는 일방적 경쟁우위의 몇가지 특성이 담겨있다.
첫째 일방적 경쟁우위는 상대적인 것이다. 굳이 절대적일 필요는 없다. 비교대상과 `다른 무엇'이면 된다.
이 여학생의 경우라면 기계공학과 출신이면서도 엔터테인먼트에 남다른 조예가 있는 셈인데, 결과적으로
다른 기계공학과 출신이 못가진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특히 (잠재적인) 경쟁자와 비교되는 것이다.
셋째 유사한 것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꼭 같은 능력은 아니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한다면 `일방적'
이라고 하기 어렵다.
넷째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것이라야 한다.
다섯째, 특히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보태면 불행히도 일방적 우위는 결코 영원할 수 없다. 신설 벤처기업이 다행스럽게 일방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3년 이상 지속시키기는 어렵다.
---- 그 일을 잘하는 사람을 구하라
벤처기업 전문 컨설팅회사 e커뮤니티 정회훈 사장이 전하는 K씨의 성공투자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몇년전 K씨의 부인은 라식 수술을 받았다.
라식 수술은 지독한 난시나 근시로 눈의 각막이 훼손된 사람에게 정상 시력을 찾게 해주는 수술.
지금은 보편화됐지만 당시만해도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수술대에 오르지 못했다.
아무튼 K씨의 부인은 수술을 받았고 안경잡이 생활을 청산했다.
다른 사람 같으면 주위에 라식 수술이 괜찮더라는 소문을 내거나 부인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권유하는게
고작이었을텐데 K씨는 달랐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라식 수술, 특히 수술기계를 만드는 회사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그리고 그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라식 수술의 인기는 전세계적으로 점점 높아졌고 그 회사의 주가도 성큼성큼 뛰었다.
K씨는 수십배, 수백배의 투자수익을 올렸다. K씨는 그 후 다니던 대기업을 떠나 잘나가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변신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창사 5단계를 거치면 창사자들은 확신을 가질만한
사업계획서를 갖게 된다. 다음 단계는 경영진 확보. 창사 6단계는 신설 벤처기업이 활동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을 채우는 단계이다. 누구를 언제 고용하고, 또 얼마만큼의 스톡옵션을 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을
포함하는 매우 정교한 작업을 포함한다. 사람을 구하는 일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명심하라.
투자자들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열쇠는 경영진에 있다는 것을.
미국의 경우 신설 벤처기업 대표가 벤처캐피탈리스트들과 함께 임원진을 구성하는데에는 보통 2∼9개월이 걸린다.
비밀리에 그리고 주도면밀한 조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신설 벤처기업 대표는 최고의 인재를 찾기 우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가장 흔한 방법은 친구들간에
구축된 인적 네트워크, 소위 인맥(人脈)이다.
미디어를 이용할 수도 있다. `뉴스'를 만들어 널리 알림으로써 인재들이 스스로 찾아들게 하는 것이다.
좀 비싸기는 하지만 헤드헌터에게 맡길 수도 있다. 헤드헌터는 자체 검증을 하는만큼 부적합한 인물 채용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사람 구하기는 빈자리 채우기가 아니다. 미리 사람을 구해놓고
자리를 배분하는 식은 곤란하다. 임원진 구성은 `두루두루 똑똑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똑똑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전문가 집단을 활용해 사업모델을 만들라
미국은 물론 유럽 일본 등 세계 각국이 벤처 끌어안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벤처가 21세기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 끌어안기의 핵심은 `성공확률 높이기'이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성공확률은 20분의 1에 불과하다.
그것도 제반조건, 예컨대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자금이 투입되거나, 차별화된 기술과 서비스가 있을 때에 한한다.
미 코넬대 존 네샤임 교수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신규상장이라는 성공을 거둘 확률은 100만분의 6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한동안 불어닥쳤던 벤처 열풍 속에서는 맥킨지나 네샤임 교수의 벤처 성공 확률론이 스며들
여지가 없었다. 벤처 붐 시절, 필자가 만나본 벤처를 한다는 사람들의 경우 열이면 열 자신들은 결코 실패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신들에게는 차별화된 아이디어가 있으며, 시장은 결코 이 아이디어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차있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조만간 기존의 벤처기업 10개중 7∼8개는 파산, 인수합병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물론 자신의 기업은 그 대상에서 제외된다.
필자는 그렇게 자신하는 사람들에게서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그들의 사업계획이 철저하게
특정 아이템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벤처가 벤처가 다울 수 있으려면 `기업화'가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한 때 반짝했다가 이내 사라지고 마는 `별동별(슈팅스타)' 신세를 면할 수 있다.
기업화를 위해서는 아이템만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은 아이템(기술)과 재무,
관리 등이 포함되는 것이다. 어디에서 가치가 창출되고, 창출된 가치가 또다른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그런만큼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벤처캐피탈리스트 회계 법률
경영자문 홍보(PR) 투자자관리(IR) 광고 등의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창사자가 이 모든 기능을 혼자서 담당할 수는 없다. 빌 게이츠 회장조차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벤처기업 창사자 중 상당수가 혼자서 다 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할수록 실패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전문가 집단의 도움은 창사 초기에서 상장 이후까지 각 단계에 걸쳐 필요하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상당한 대가, 수수료나 지분을 내놓아야 한다. 전문가 집단에 얼마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푸는데 도움을 주는 전문가들도 있다.
-- 자금 조달을 만만히 보지말라
김 사장은 요즘 고민에 빠졌다. 약속했던 시간이 지났는데도 벤처캐피탈리스트로부터 확답이 없기 때문이다.
먼저 전화도 걸어봤지만 아직 협의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됐다.
인터넷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 사장은 3주전 새로운 사업계획서를 벤처캐피탈회사에 보냈다.
벤처캐피탈 심사역은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종자돈으로 5억원 정도는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언질도 있었다. 김 사장은 5억원 조달이 끝난 것으로 보고 다음 단계를 진행했다. 새 사업을 진행할 경영진도
확보해뒀다. 새 사무실도 물색했다. 특허출원을 위해 변리사와 특허청구서 작성을 시작했고, 회사 설립에 따르는
변호사의 법적 검토도 마쳤다. 그런데 아직 돈이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김 사장은 하는 수 없이 다른 벤처캐피탈회사와 접촉을 시작했다. 심사역들의 반응을 매우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투자결정이 단행되고, 현금이 통장에 입금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른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속도전(速度戰)'이다. 한달, 아니 하루가 아쉬운 판에 김 사장은 돈 문제로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했다.
어렵사리 창사 7단계 즉 종자돈 조달 단계를 거치면 8단계 `회사설립과 현금의 은행 예치'로 넘어간다.
이 단계는 7단계의 약속을 실행하는, 즉 거래종결(Closing Deals) 시기이다.
즉 벤처캐피탈리스트와의 자금조달 계약을 마무리 짓고 회사를 설립하는 시기를 말한다. 투자자금을 예치할
은행도 결정해야 한다. 이 때부터는 자금사용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하나의 비전으로 머물러 있던 아이디어가
마침내 현실화될 수 있다. 그런데 벤처캐피탈업체들이 자금조달 계약이 완료됐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창사자는 은행에 돈이 들어올 때까지 방심해서는 안된다. "컵과 입술 사이에는 빠져나갈 틈이 많다"는
실리콘밸리의 격언도 그래서 나왔다. 김 사장의 경험처럼 자금 조달은 예상 외로 지연될 수 있다.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표현 중 하나인 `크리핑 클로즈(Creeping Close)'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것들이 완료됐지만 자금이 여전히 입금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모든 것들이 거의 끝난 것 같지만
투자자들의 창사 정보에 대한 요구는 끝없이 이어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명심하라. 은행에 돈이 들어온 후, 확실하게 돈을 센 후에야 사업 출발 축하주를 들 수 있다는 것을.
-- 좋은 사무실이 좋은 사람을 부른다.
정부가 테헤란로 일대를 벤처특구로 지정한다는 소식을 접한 벤처기업인들은 환영보다는 우려의 반응이었다.
가뜩이나 이 지역에서 사무실을 구하기 어려운 처지에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을 걱정했다.
임대기간이 끝나가는 기업이나 이 지역으로 사무실을 옮길 계획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사업장 입지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연구개발 위주의 기업이라면 굳이 테헤란로와 비싼 곳에 사무실을 둘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터넷 기업이나 전자상거래 기업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휴먼네트워크, 소위 인맥(人脈)이 비즈니스 성공의
결정적 요소가 되는만큼 아무데나 사업장을 구해서는 안된다.
게다가 좋은 사람을 끌어들이는데에도 장소는 매우 중요하다.
벤처기업 군락지(群落地), 즉 벤처 클러스터(Cluster)가 생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실리콘밸리도
뉴욕의 실리콘앨리도, 보스턴의 루트128 등도 그렇게 해서 생긴 클러스터들이다.
창사 9단계는 `사업장 마련하기'이다.
창사자의 통장에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부터 돈이 들어와 있다. 이중 일부를 사용할 때가 된 것이다.
이제는 창사자 집의 부엌 식탁이 아닌 사업장을 얻어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신설 벤처기업이 사업장을 마련하는데에는 보통 1∼2개월을 소모한다고 한다.
부동산 중개업자를 찾아가고, 쓸만한 장소를 물색하고, 두꺼운 임대계약서에 사인하고,
이사를 하기 전에 사업장 인테리어를 하는 일 등에 소요되는 시간이다.
`벤처창사 A to Z'의 저자 존 네샤임 미 코넬대 교수는 사업장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위험요소를 다음 다섯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나쁜 장소. 입지가 좋지 않으면 직원 채용이 어렵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점도 입지 실패의 한 요인이다.
이미지의 실추. 사업의 본거지가 너무 값싼 이미지를 풍기면 좋은 직원을 채용할 수 없다.
또한 고객들에게 싸구려 이미지를 주게 된다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잘못된 크기. 너무 장소가 작은 것도 너무 큰 것만큼이나 나쁘다.
너무 비싼 임대료. 말할 것도 없이 귀중한 현금을 허비하게 만든다.
너무 긴 임대기간. 신설벤처기업의 성장속도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속도를 미리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 퇴사자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인재들이 떠나고 있습니다. 막을 방법이 없겠습니까."
"안타깝게도 방법이 없습니다. 무엇으로 그들을 붙잡아 두겠습니까.
배신(背信) 혹은 배신(背恩)이라는 말로 그들을 욕하지 마십시오. 차라리 그들을 도와주십시오.
그들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만드십시오. 그들이 만드는 제품을 사주고, 필요하다면 자금도 지원하십시오."
대기업 임원이 소위 잘 나가는 벤처기업 사장과 나눈 대화의 일부이다.
탈(脫) 대기업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한명씩 퇴사하는게 아니라 한 부서원이 회사를 나가는 `그룹 이동'도 적지 않다.
기존 벤처기업에서 신설 벤처기업으로 옮기는 `벤처내 이동'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벤처기업 창사 단계에 참여했다가 일단 회사가 시작되면 그만두고 또다른 벤처 기업 설립에 참여하는
`창사 전문 도우미'도 등장하고 있다. `이중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낮에는 기존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신설 벤처기업에 참여하는 식이다.
기존 직장의 일을 계속하면서 일부 시간만 벤처기업에 참여하는 `파트타임 벤처직원'도 눈에 띤다.
지난주 벤처이야기는 창사 9단계 사업장 마련에 대한 것이었다.
10단계는 `창사' 단계이다.
그런데 이 때의 창사는 좁은 의미로 회사 모양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 추가적으로 인력을 확보하는 것과
첫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일을 의미한다. 실리콘밸리 소재 벤처기업의 경우 첫번째 제품을 생산해 첫 고객에게
보낼 때까지는 보통 6∼18개월이 걸린다. 6개월 정도로 제품 개발 시간이 단축되는 것은 회사 설립 이전부터
제품을 설계해왔거나 전 직장의 지원을 받고 제품을 만들어왔던 경우 등에 한한다.
10단계부터 신설 벤처기업 대표이사는 돈을 `쓰는' 걱정을 해야 한다. 특히 월별
현금소진율(Burn Rate)에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신설 기업에는 수명 혹은 수십명의 직원이 있다. 이들 종업원의
몸값이 얼마나 비싼가. 또 전화 가구 실내장식 등으로 돈을 써야 할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실리콘밸리 소재
벤처기업의 경우 단순히 매일 아침 일을 시작하러 사무실 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월급여를 제외하고 한달 평균
한명 직원에게 400∼500달러가 든다는 통계가 있다.
대표이사는 특히 계획된 시간 내에 첫번째 제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품개발 일정 지연은
다른 무엇보다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고민 속에 신설 벤처기업은 점차 기업다운 모습을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 테헤란 밸리에 공짜는 없다.
IBM이나 휴렛팩커드(HP) 같은 회사에 몸담고 있는게 낫지 않을까. 신설 벤처기업에 뛰어들면서 얻는 보상이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미국 젊은이들이 요즘 흔히 하는 고민 중 하나이다. 잘 나가는 기업에 있는 사람일수록, 또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사람일수록, 고민은 더욱 심각해진다. 우리의 경우도 다를 게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민 끝에 기존 직장을
떠났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민 끝에 현 직장에 남아있다. 벤처기업에 뛰어들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금전적
보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리콘밸리의 통계를 보면 신설 벤처기업을 설립했을 때 대표이사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IBM과 같은 대기업에 44년간 몸담으면서 월급을 한푼도 안쓰고 모아야 될만큼 크다.
신설 벤처기업이 상장이라는 대성공을 거두고, 지분 1%의 시장가치가 150만달러에 달하고, 또 대표이사의 지분이
최소 4%가 돼야 한다는 조건에서 그렇다.
부사장의 경우라면 대표이사만큼은 못돼도 16년간 대기업 임원 생활을 해서 버는 보상만큼은 된다.
하지만 이러한 보상 뒤에는 측정하기 훨씬 어려운 위험이 숨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다음은 벤처기업에 참여하면서 겪어야 할 몇가지 `개인적인' 비용이다.
과도한 스트레스. 날로 피로가 쌓여간다. 이미 삐걱거리고 있는 가족관계가 붕괴될 가능성도 높아간다.
근무시간 과다. 신설 벤처기업은 훨씬 긴 근무시간을 요구한다. 휴가는 생각할 여유도 없다.
과도한 책임. 예전처럼 업무를 분담하거나 지원해줄 사람들이 없다.
잦은 보고. 기존 직장 같으면 직속 상관에게만 보고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벤처캐피탈리스트 개인투자자
금융기관 언론 등에까지 보고해야 한다. 체력 저하. 운동할 시간이 없다. 식사도 매우 불규칙하다.
정신적 압박감의 증가. 창사자의 결정은 수적으로는 많지 않지만 몇몇 주변 사람들에게는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신설 벤처기업이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이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바라보는 관객의 숫자도 늘어난다.
과도한 개인적 성찰. `나는 누구인가,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나는 어디에서 만족감이나 안식,
그리고 성취감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식의 질문이 늘어간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사 대열에 합류하는 것을 `공포클럽(Club of Terror)'에 가입하는 것에 비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벤처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돈과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지만 그에 못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 자금조달 주도권을 놓지말라
첫번째 자금조달을 끝내고 법인 등록을 마친 후 창사자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에 젖어든다.
`이제 내 회사가 생겼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창사자는 은행에 남아있는 현금만으로는 첫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영업매출을 올릴 방법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부딪치게 된다.
창사 11단계는 그렇게 시작된다.
11단계의 핵심 활동은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소중한 자본 활용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높이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이 때부터 향후 1∼4년간 대표이사 시간의 25%와 임원들 시간의 20%는 추가자금
조달에 투입된다. 대표이사는 지난번 자금조달에 참여했던 벤처캐피탈리스트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벤처캐피탈리스트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된다. 절대 자금조달의 주도권을 놓쳐서는 안된다.
11단계를 무사히 넘긴 벤처기업들은 두가지를 확보할 수 있다. 하나는 은행에 예치된 충분한 현금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번 자금조달 때에 비해 가격이 훨씬 높게 책정된 주식이다. 아쉽게도 창사자 지분은 그만큼 희석되겠지만.
그런데 요즘 국내 벤처기업들의 움직임은 실리콘밸리의 경험과는 적지 않은 거리가 있다.
실리콘밸리 시계보다 테헤란밸리 시계가 훨씬 빨리 돈다. 실리콘밸리에서 1년 걸릴 일이라면 테헤란밸리에서는
1개월이면 족하다. 2차 자금조달도 이유도 다르다. 실리콘밸리가 기업활동을 지속시켜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한 것이라면 테헤란밸리는 먼저 기업가치를 올려 기업활동을 지속시키는 식이다.
아무튼 이렇게 11단계를 지나면 12단계 첫제품 출시 단계로 접어든다.
어깨에는 스트레스가 쌓여가지만 대표이사와 경영진들은 마감 날짜를 맞추기 위해 줄달음치고 있다.
자금은 급속히 소진되어 가지만 첫제품은 시험일정에 근접하고 있다.
12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한가지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존 네샤임 코넬대 교수는 "다른 제품이나 다른 기술, 또는 다른 대상고객으로 분야를 확대시키는 것은
큰 실수"라고 지적한다.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고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당초 사업계획을 고수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한가지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고객을 찾고 확보하는 것이다. 고객의 존재는
매출을, 또 현금유입을 의미한다. 현금 유입 없는 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불행히도 첫제품이 잘 팔린다고 해서
마냥 안심할 게 아니다. 요즘의 대기업들은 벤처기업만큼 신속하게 대응한다. 대기업들은 그들의 영향력을 이용해
산업표준 변경을 시도하거나 변호사를 동원해 가까스로 모양을 갖추고 발돋움하는 벤처기업의 도전을 방해할 것이다.
-- 자금조달은 지속된다.
창사 13단계는 운전자금 조달이다.
시장에 첫제품을 내놓으면서 창사자는 이제 자금조달의 시기는 끝났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금조달은 그렇게 쉽게 끝나는 게 아니다. 자금조달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연속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기업활동이 지속되는 한 창사자는 자금조달에서 해방될 수 없다.
신설 벤처기업은 10대 소년의 먹성처럼 많은 자금을 소비한다.
그런만큼 창사자 대표이사는 회계장부를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재무담당책임자(CFO)를 따로 두고 있더라고
대표이사가 재무제표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없다.
자금지출은 `곱하기 2 법칙'이 적용되는 부분이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두배가 더 많이 든다.
창사 14단계는 기업공개이다. 사실상 벤처기업에서 졸업하는 단계이다.
우리의 경우 코스닥에 등록되더라도 벤처기업이라는 `신분'을 유지하지만 등록된 이후라면 엄밀히 말해 벤처라고
하기는 곤란할 것 같다. 아무튼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이 창사 후 나스닥에 상장하는데 도달하는데는 보통 3년이 걸린다.
80년대 초만해도 9년 정도였는데 80년대 중반에는 3년으로 줄었다. 이후 90년대초 다시 5년정도로 늘어났다가
90년대 후반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의 등장으로 다시 줄었다. 한편 칩스앤드테크놀로지사는 창사 아이디어
구상에서부터 신규상장까지 1년9개월밖에 소요되지 않아 이 분야의 신기록을 갖고 있다.
기업이 공개되면서부터 대표이사는 더 이상 사인(私人)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대표이사에게 전화를 걸어와 주가 하락 혹은 상승의 이유를 따져묻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할 것이다.
어쩌면 투자자들은 대표이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지 모른다.
우리의 경우도 실리콘밸리와 다르지 않다.
한 코스닥 등록업체 대표는 "투자자들은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음식점을 주로 가는지까지 훤히
알고 있다"며 "예전에는 내 뜻대로 움직였지만 이제는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공개에 있어 시기를 결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어서는 안된다. 가격도 문제이다.
주가(발행가)가 너무 높게 책정되거나 너무 낮게 책정되어서는 안된다.
이렇게 해서 기업이 공개되면 창사자는 수백만장자가 된다. 물론 서류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만일 기업공개와
동시에 창사자가 자기 지분을 대량 매각한다면 이익을 현실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회사는 오래 갈
회사가 못된다. 창사자는 자기 지분을 아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함으로써
돈을 벌 수 있다는 창사 초기의 마음가짐을 지켜야 한다.
불행히도 실리콘밸리 혹은 테헤란밸리에서도 초심(初心)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은 벤처기업인이 아니다.
-- 주식은 팔리는 것이다.
요즘 벤처기업인들을 만나면 한결 같이 하는 말이 있다. 어렵사리 사업은 시작했는데, 어떻게 대중에,
투자자에 알려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대표이사 연봉에 못지 않은 거액을 들여 홍보(PR) 담당자를
스카웃하기도 한다. 덕분에 언론사와 대기업 홍보실 사람들이 헤드헌팅 업체의 헌팅리스트 상위에 오르게 됐다.
대부분 기업들은 홍보 업무를 아웃소싱한다. 보통 홍보대행사와 연간계약을 체결한다. 대행 수수료가 보통 한달에
400만원쯤 하는 모양이다. 이 정도라면 한푼이 아쉬운 벤처기업으로서는 이만저만한 부담이 아닌데 아까와할
처지가 못되는 모양이다. 그만한 돈을 들여서라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 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미 업계에서 선도업체로 자리잡은 홍보대행사는 기존 고객을 관리하기도
벅찬 것 같고, 최근 생긴 기업은 그만한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부족한 것 같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홍보를 언론사 사람들과의 친분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는 착각이다.
홍보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홍보는 회사의 모든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외부에 전달하는 장기전략이어야 한다.
홍보 업무보다 좀 더 까다로운게 투자자관리(IR) 업무이다. 홍보가 일반 대중을 상대하는데 비해 투자자관리는
전문가를 상대하기 때문이다.
투자자관리 업무는 상장 이후 더욱 어려워진다.
매일 수억주에 달하는 주식이 거래되고 사채와 공채, 부동산, 금, 그림 등 대체 투자 대상이 널려있는 상황에서
고작 200만주에 불과한 신설 벤처기업의 주식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벤처기업 경영진은 투자자관리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인텔(Intel)은 회사 최고경영진이 사업출장을
갈 때마다 최소한 그들의 시간의 10_20%를 언론과 월스트리트 기업분석가에 투자하도록 회사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고 한다. `벤처창사 A to Z'의 저자 존 네샤임 코넬대 교수는 투자자관리 활동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주식은 팔리는 것이지 사는 것이 아니다. 금융시장은 수요와 공급요인들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정보는 기업주식 가치에 대한 평가를 좌우할만큼 강력한 기대감을 형성한다. 요컨대 월스트리트를 움직이는 것은 정보이다.
여러 유형의 투자자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어떤 투자자들은 다른 투자자들에 비해 해당기업에 더욱 적절한 투자자가 될 수 있다.
모든 기업이 나름대로 독특한 투자자관리를 필요로 하고 그 필요는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모든 유형의 투자자들은 서로 다른 정보욕구를 가지고 있다.
기업들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요컨대 증시 상장이 끝이 아니다. 기업이 살아있는한 기업가는 끊임 없이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런 각오가 없는 사람이라면 벤처에 뛰어들 자격이 없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참여마당 & 정모후기
벤쳐 .........성공 확률 0.0006% 그래도 도전 할 것인가..( 펀글 좀 기네요 ^^)
브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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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0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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