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직원이 어느 날 저를 찾아와 친구의 약혼녀가 탈북민인데 우리 회사에 취직할 수 있는지 문의해왔습니다. 외국인이 아니고, 내국인이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
때는 탈북민에 대한 얘기는 들어봤지만 직접 만난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탈북민도 내국인이라고 생각했기에 저희 회사에 취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주)보광산업은 현대기아자동차 하도급업체로 자동차 문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곳이다.
이 회사에는 2011년 첫 번째 탈북민 입사를 시작으로 최다 9명의 탈북민이 근무한 적도 있고, 현재는 6명의 탈북민이 근무하고 있다. 보광산업 김성호(45) 소장은 탈북민의 입사부터 시작해 직무 교육과 적응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고용지원금은 몰랐습니다”
보광산업은 내국인만 직원으로 채용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기에 처음 탈북민을 소개한 직원도 궁금해한 것이다. 경영진이 탈북민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첫 번째 탈북민의 입사는 순조로웠다. 그 탈북민은 근무 태도도 성실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직원이 소장을 찾았다.
“정부에서 탈북민을 고용하면 지원금을 줍니다. 신청해서 받으세요. 저와 같은 탈북민이 4대 보험이 적용되는 회사에서 1년간 꾸준히 일하면 취업 장려금을 받습니다.”
회사 측은 어떠한 보상을 바라고 탈북민을 채용한 것은 아닌데, 정부가 지원금을 준다는 것이다.
“고용지원금이 있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탈북민도 내국인이라고 생각했기에 채용한 것인데 나라에서 지원금까지 준다고 하니 감사한 일이죠.”
보광산업에 입사한 탈북민 직원은 지인들을 소개했고, 그렇게 회사에 탈북민 직원이 늘어났다. 소장은 그러던 중 광주에 탈북민의 지역 정착을 돕는 지역하나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하나센터와 보광산업은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지역에 나오는 탈북민에게 회사 견학을 시켜주고, 회사 업무 흐름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한 뒤 취업 희망자에게는 입사 기회를 주고 있다.
보광산업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탈북민 김옥선(44) 씨를 만났다. 옥선 씨는 회사가 아끼는 직원 중 한 사람이다. 그녀는 사출실링 라인에서 일한다. 제품에 불량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검사를 한다.
중요한 일인 만큼 옥선 씨의 어깨도 무겁다. 옥선 씨는 3년 동안 이 회사에 다니면서 사직서를 몇 번 제출한 적이 있다. 다 아들 때문이었다. 한국 부모들은 사춘기를 겪는 중2 자녀가 있으면 함께 힘든 시기를 보낸다고 한다.
3년 전 옥선 씨의 15세 아들은 방 안에서 꼼짝 않고 있었다. 단 한 번도 그 방에서 나와 손을 씻는 것도 볼 수가 없었고, 한 밥상에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아들은 엄마, 아빠가 일하러 나간 사이에 배가 고프면 잠깐 나와 밥을 먹고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한 달에 한번꼴로 방문 앞에 내놓는 속옷은 때에 찌들 대로 찌들어 그대로 버려야 했다.
아들과 부모와의 대화는 단절된 지 오래고 열한 살 터울인 여동생과도 다툼이 심했다. 그러기를 3년. 그럼에도 옥선씨는 일을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