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과 함께 잠실 쪽에서 업무를 마치고 점심식사 할 곳을 찾다가 가격이 저렴한 함박스테이크 집을 발견했다. 청년시절 친구들과 경양식집에 가면 다른 친구들은 대개 비프스테이크를 시켰는데 필자는 함박스테이크를 선호했다. 소고기나 다진 고기인 함박스테이크에 대한 기호는 지금도 여전하다.
검색한 주소지를 따라 가보니 오래된 아파트 지하상가에 위치한 식당이었다. 한 공간에 벽을 치지 않고 여러 가게와 식당들이 함께 병존하는 구조였다. ‘정순함박’이라는 간판을 발견하고 자리에 앉았다. 조금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직원들이 한창 영업 준비에 분주해보였다. 잠시 후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자 손님들이 빈자리에 하나 둘 찼다.
주인아주머니 이름(고정순)을 가게 이름으로 쓰고 있었다. 정순함박, 그 이름만으로도 푸근하고 정겹다. 엄마보다 더 엄마 같은 정다운 누나의 이미지가 스몄다. “누나!”하고 부르면 ‘정순이 누나’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달려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화려함이나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편안한 곳이었다.
올해 66세인 주인장은 이름처럼 수더분하고 인심 좋아 보였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모두 주인장처럼 무던하고 편안한 인상들이다. 이 집이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은 요인도 어쩌면 이 집 사람들의 정감어린 후덕한 인상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주인아주머니에 따르면 10년 전에 시작해 지금은 이곳을 포함, 서울에 모두 세 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느끼함 잡아주는 매운크림파스타
우리는 튀김함박(8000원)과 함박스테이크(6500원) 2인분, 계란프라이(500원) 두 개, 매운크림파스타(7000원)를 주문했다. 세 명이었지만 모두 대식가들이었고, 골고루 맛보고 싶어 넉넉히 주문했다.
주문하고 나서 둘러보니 이런 스타일의 식당을 로드 숍으로 풀어도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이나 상가 내의 식당은 보통 백반이나 찌개 전문점이 많다. 장을 보러 나온 주부나 인근 주민들이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전형적인 서민식당들이다. 그런데 함박스테이크와 파스타를 팔면 아무래도 눈길을 끈다.
서울 장안동에도 비슷한 스타일의 식당이 있다. 있는지 없는지 모를 개성 없는 밥집보다 이런 아이템으로 차별화를 부각하는 것이 백 번 낫다. 잠시 필자의 직업의식이 발동한 사이에 매운크림파스타가 먼저 나왔다.
이 집에서 파스타는 일종의 사이드메뉴다. 여럿이 함박을 하나씩 주문하고 파스타 하나 시켜서 함께 먹게 된다. 우리 역시 그랬다. 이런 메뉴 구성은 객단가를 높이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다. 주인장이 인심도 넉넉하면서 장사 역시 아주 잘하는 분임에 틀림없다. 매운 맛으로 느끼함을 잡도록 한 것도 나쁘지 않다.
돼지고기 버전 함박스테이크, 튀김보다 구이가 맛있어
잠시 후 튀김함박과 함박스테이크도 나왔다. 크림스프는 셀프서비스였다. 젊은 직원이 한쪽에 있는 스프 포트에서 크림스프를 떠왔다. 포트에 항온 가열 장치를 해, 크림스프가 먹기 좋을 정도로 따뜻했다. 약간 묽은 크림스프 맛은 평이한 편. 그래도 워낙 크림스프를 좋아하는 우리 직원은 잔뜩 퍼와서 모두 훌훌 마셨다. 함박스테이크는 돼지고기 목살과 후지를 사용했다. 본래 소고기로 만들어야 하겠지만 돼지고기의 서민형 버전으로 풀어냈다. 이처럼 돼지고기를 사용한 덕분에 맛있는 함박스테이크를 6500원에 먹을 수 있다. 고기 중량이 170g인데 가격을 올리더라도 200g 정도로 늘려줬으면 더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물론 가격은 민감한 문제다. 이런 서민형 식당에서는 더욱 그렇다.
8000원짜리 튀김함박에는 달걀 프라이가 나오지만 함박스테이크에는 없다. 하나씩 별도로 주문해야 한다. 필자는 기름에 튀긴 튀김함박보다 그릴에 구운 함박스테이크가 더 입에 맞았다. 소스는 우스터소스에 토마토케첩을 가미한 맛인 줄 알았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수제소스라고 한다. 토마토와 파인애플의 새콤달콤한 맛이 은근한 풍미를 낸다.
싸늘한 날씨였는데 뜨겁게 온도감을 유지하며 먹을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일부러 찾아가서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회사 근처에 있다면 자주 가고 싶은 식당임에 분명하다.
<정순함박>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35길 112 내 제1동 지하층 40-2(신천동 장미B상가) 070-7721-1330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