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저자 : 코너 우드먼
출판사 : 갤리온
발행일 : 2012-03-28
코너 우드먼은 여행 중 ‘당신이 마신 이 커피가 우간다 부사망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줍니다.’라는 공정무역 재단의 문구를 발견한다. 이러한 문구를 발견한다면 소비자들은 보통 스스로 윤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믿게 된다. 그러나 코너 우드먼은 이 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공정 거래가 정말 커피 농가의 삶을 개선할 수 있을까? 코너 우드먼은 정치·경제적으로 부족한 나라의 노동자들이 고된 노동에도 적합한 보상을 얻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설명한다.
그는 영국에서 맥도날드 공급망 책임자를 만난다. 맥도날드는 열대 우림 파괴와 동물 학대 등의 이유로 그린피스와 20년간 소송을 벌였다. 맥도날드는 승소했지만, 기업의 이미지는 이미 무너진 뒤였다. 이에 맥도날드는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고 커피 제조 방식도 바꾸며 윤리적인 상품을 제품 목록에 추가했다. 또한 공정 무역 재단이 아닌 열대 우림 동맹과 손을 잡아 커피의 최저 가격을 지정해 두지 않았다. 최저가를 정해두지 않으면 가격이 떨어진 만큼 지급 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국제 커피 시장의 가격이 폭락해도 손해 볼 일이 없다. 이렇게 맥도날드는 윤리적인 이미지와 기업의 이익 모두 챙기는 영리한 변화를 일구어냈다. 물론 소비자가 윤리적인 소비를 원하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혹은 품질이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대기업에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윤리를 중요시하는 소비 태도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중국으로 넘어간 그는 전자기기 제조업체 폭스콘을 찾아간다. 폭스콘의 1년 매출액은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높지만 (발행당시기준) 애플의 이익률이 27%인데 비해 폭스콘의 이익률은 4%밖에 되지 않는다. 해외에서 수입한 부품을 통해 수출품을 만드는 구조이기 때문에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폭스콘의 이익은 높아지는 구조이다. 투입 가능한 노동 규모가 막대한데다 노동력의 품질과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일종의 아웃소싱이 거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폭스콘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애플, 노키아, 델, 소니 등의 브랜드명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반면 제품을 만드는 폭스콘의 브랜드명은 제품에 드러나지 않고 유명하지도 않다. 따라서 폭스콘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사회적 이미지나 윤리적인 측면에 둔감해져 폭스콘 노동자들의 안전과 대우가 보장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또한 폭스콘이라는 기업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 보니 정부조차 그들을 쉽게 규제할 수 없다.
합리적인 소비와 더불어 윤리적인 소비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즘, 단순히 ‘공정무역’, ‘공정거래’라는 문구만으로 제품 생산, 유통, 그리고 소비에 연관된 모든 자연과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제품 생산과 유통 과정이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우리는 그 과정을 투명하게 알 수 없고 위 폭스콘의 경우만 봐도 우리가 신뢰하며 사용하는 제품들이 제조되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이익을 증가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윤리를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 사용한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이윤 창출이 결코 배타적인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