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10-20
안 좋은 소문을 들었을 때 / 이재철 목사
견원지간(犬猿之間)이라고 말하는 개와 고양이는, 왜 앙숙이 됐을까요?
감정을 표현하는 신호체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개가 꼬리를 들고 흔들 땐 반갑다는 뜻이지만, 고양이가 꼬리를 치켜세울 땐 싸우겠다는 신호이고, 반대로 개가 꼬리를 아래로 숨길 땐 위기감에 두렵다는 뜻이지만, 고양이는 기분이 좋다는 뜻입니다.
이런 정반대의 신호체계 때문에, 고양이와 개는 친해질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만났다하면 싸우거나 으르렁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어느 한쪽이 나빠서가 아니라
감정의 신호체계가 달라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본문도 요단강을 사이에 둔 양쪽 지파 간의 오해에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오랜 전쟁 끝에 가나안을 정복한 이스라엘 12지파는, 제비뽑기를 통해 요단강 서쪽에 9지파 반, 그리고 동쪽에 2지파 반으로 땅을 분배했습니다.
그런데 요단강 동쪽의 2지파 반이, 자기들만의 큰 단을 쌓았다는 소문이 서쪽 지파에게 전해졌고(10절), 분노한 서쪽 사람들은 싸우려고 모였습니다(12절)
동쪽 지파 사람들이 단을 쌓은 건, 사실 배신행위입니다.
단은 실로 중간에 '하나' 뿐으로, 요단강 동·서쪽의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이 1년에 3번 실로에 모여 제사를 드리기로 약속돼 있는데 이를 어기고, 동쪽 2지파 반이 그들만의 단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일로 요단강 동쪽과 서쪽 지파들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면서 전쟁으로까지 이어질뻔 했으나, 놀랍게도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서로 이해하고, 화목하고, 하나님께 영광까지 돌린, 이 기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 황당한 소문이 들려올 때
① 직접 만나 얘기해야 합니다 (13~14절)
13절에 몹시 화가 난 서쪽의 9지파 반 사람들은 싸우러 가자고 모였으나,
14절에 보면, 싸움 대신 열 지파에서 한 명씩 대표를 뽑아 직접 찾아가기로 결정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황당한 소문을 퍼뜨린 당사자에게는 직접 말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하거나 비판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수록 사태는 악화될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소문을 퍼뜨린 당사자를 만나야 합니다.
▶ 당사자를 만나되
1) 판단을 중지하고,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봐야 합니다.
그리고 양쪽의 말을 다 들어봐야 합니다.
사람에게 입이 하나고, 귀가 둘인 이유는 '두 배로 들어라'는 것이고, 두 귀는, 그처럼 양쪽 사람 말을 다 들어보란 뜻이 있다고 합니다.
2) 해명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왜 단을 쌓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등 해명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24~25절에 보면 요단강 동쪽 지파 사람들이 단을 쌓은 이유를 말합니다.
'훗날 당신들의 자손이 우리의 자손에게 '너희가 이스라엘의 하나님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할까봐 그에 대한 대책이었다고 말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서쪽 9지파 반이 화를 낸 이유나, 동쪽 2지파 반이 단을 쌓은 이유는 다르지 않습니다.
서쪽지파는 '약속된 단은 하나다. 그 외의 단은 분열과 죄악과 하나님의 진노를 초래할 뿐인데 함께 하나님을 잘 섬겨야지, 왜 딴 생각을 하느냐'는 것이었고, 동쪽지파는 우리가 죽고 난 훗날, 서쪽 지파 사람들이 요단강이 가로막혀 있다는 이유로'이방인 취급을 할까봐, 우리도 하나님의 자녀라는 증거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양쪽 지파의 진심은 '하나님을 잘 섬겨보려는 선한 마음'으로 모아집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은 특히 '말조심' 해야 합니다.
말이란 여러 입을 거치면서 왜곡되거나, 눈덩이처럼 과장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안 좋은 소문을 들었을 때는 일단 판단을 중지하고, 만나서 대화해야 합니다.
그러면 오해에 가려있던 진실을 알게 되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② 하나님의 뜻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30절)
28절에, 동쪽 지파 사람들이, 자신들이 만든 단은 서쪽지파와 동쪽 지파 사이를 증명하려는 제단의 모형일 뿐, 제사를 드릴 단이 아니라고 말하자, 30절에, 10지파의 대표로 간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기뻐하였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진실을 알게 된 서쪽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뻐하면서, 하나님을 찬송하고, 영광을 돌렸습니다 (33절)
처음엔 싸우려고 했던 사람들이,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동안 오해가 풀렸습니다.
그리고 서로 기뻐했습니다. 바로 이게 하나님이 하시는 일입니다.
최악의 상황이라도 거기에 하나님의 뜻이 살아있음을 알고, 순종하면 하나님은 반드시 회복시켜 주십니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은, 일하기 전에 먼저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여쭤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쪽 지파 사람들이 먼저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는 기도를 했다면, 서쪽 지파의 오해를 받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