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의 일상 규례들(II) [신 24장]
[내용개요]
본장은 각종 사회 규범 중에서 소외되고 약한 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례를 다루고 있다. 이는 하나님의 자비를 보여 주고 공동체가 하나 됨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이혼하고 재가한 여자는 다시 전남편에게 돌아갈 수 없게 하였다(1-4절). 또한 신혼 남자는 일 년간 군징집을 면제하고 유괴하여 인신 매매한 자는 죽이도록 하였으며, 문둥병자는 제사장의 가르침에 따르도록 명하였다(5-9절). 한편 이웃에 대재 저당물을 잡지 말고 품꾼의 삯을 지연하지 못하게 하였다(10-15절). 처벌에 있어서는 연좌제를 금지하고 재판 시에는 공정해야 하며 추수 시에 객과 과부, 고아를 위해 일부를 남겨 놓도록 하였다(16-22절).
[강 해]
본장에서는 이스라엘 백성들 중에 있는 약한 자들과 가난한 자들에 대하여 상세한 교훈을 주는 율법이 명해지고 있습니다. 인간 사회에는 끊이지 않고 계속 존재하는 연약한 사람들에 대해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은 늘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보호하는 책임을 다하여야 했던 것입니다.
1. 약한 자에 대한 보호
1) 이혼에 관한 규례
아내에 대하여 수치 되는 일 즉 부정을 발견하거든 남편은 이혼 증서를 써서 여인을 내보내어 이혼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율법이 분명하게 언급하는 유일한 이혼의 사유요,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율법은 계속하여 그 이혼 당한 여인에 대한 지위와 아울러 이후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 이혼 당한 여인은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남편으로부터 이혼 당한 여인은 그렇게 재가할 권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재혼한 남편으로부터 이혼 당하거나 그 남편이 죽었을 때 다시금 전남편과 결합할 수 없도록 율법은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재혼이 성적 방종의 방편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율법을 하나님께서 주신 이유는 당시 가나안 땅에서 그러한 형태의 복잡한 혼인 관계를 쉽게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은 그러한 범죄로부터 벗어나서 정결한 혼인 관계를 유지해야만 할 의무와 책임이 있었던 것입니다.
a. 남편이 죽은 여인은 남편의 법에서 자유로워짐(롬7:2)
b. 이혼법은 남자들의 완악함으로 인해 모세가 제정한 것임(마19:8)
2) 유괴범 처벌에 관한 규례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서는 사람을 후려다가 부리거나 파는 유괴범 혹은 인신 매매범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처벌은 살인범에 대한 처벌과 동일하여 죽음에 처하는 것이었습니다(참조, 출21:16). 이렇게 유괴범에 대한 단호한 처벌로 보아서 사람을 후리는 행위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사람의 인격과 삶을 전적으로 파괴하는 심각한 범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인신 매매범의 문제 역시 이러한 율법의 법 정신을 반영함으로써 근절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a. 유괴에 대한 형벌(출21:16)
b. 실로의 딸들이 유괴당함(삿21:21)
3) 문둥병자에 대한 규레
문둥병자들에 대해서도 율법은 이미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참조, 레13:1-레14:57). 모세는 그 규례를 유념하면서 문둥병자에 대하여 예외 없이 규정대로 행할 것을 명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니라 문둥병자는 반드시 격리 수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모세의 누이였던 미리암이 문둥병이 걸렸을 때 진 밖에 격리 수용되도록 명령이 내려졌던 것은 이 규정에 절대 예외가 없었던 것을 보여 줍니다. 이것은 이스라엘 공동체를 정결하게 유지한다는 영적 의미를 반영하고 있으며, 율법의 적용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a. 문둥병자는 진에서 격리됨(레13:46)
b. 부정한 것은 진에서 격리시킴(신23:10)
2. 가난한 자에 대한 보호
1) 담보에 관한 규정
이웃에게 돈을 꾸어 줄 때에는 저당을 잡는 방법과 원리에 대한 율법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저당 잡는 자가 직접 저당물을 택하지 말고 반드시 돈을 빌린 자가 자원하여 저당 잡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저당 잡힌 자가 가난한 자이거든 그 저당 잡은 물건을 밤새도록 푸지 말고 밤이 되기 전에 돌려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가난한 자들은 한 벌 가지고 있는 외투가 밤에는 찬 공기를 막는 이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약한 자를 보호하고 자비를 베풀 때에 하나님께서는 합당한 축복을 주실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a. 보증할 때는 남과 더불어 손을 잡음(욥17:3)
b. 보증인은 손해를 당할 위험이 있음(잠11:15)
2) 품꾼에 대한 규정
하루 벌어서 하루를 생활하는 날품팔이 일꾼에 대해서는 반드시 해지기 전 그날에 품삯을 줄 것을 명하셨습니다. 만약 그 가난하고 무력한 품꾼이 주인의 인색함으로 인해서 하나님께 호소하면 그 죄가 주인에게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율법을 통하여 하나님은 이스라엘에서 소외된 약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부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축복이며 자신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부유함을 가난한 자들과 함께 나누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믿는 자들의 공동체를 더욱 하나님의 뜻에 가깝게 유지하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a. 품꾼은 그 삯을 바람(욥7:1-2)
b. 품꾼은 압제받기 쉬움(말3:5)
c. 품꾼은 태만할 수도 있음(요10:12-13)
3) 고아와 과부에 대한 보호
율법은 또한 객이나 고아와 과부에 대한 보호를 명하고 있습니다. 수차에 걸쳐 반복되는 이 율법은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객이었다가 구원받은 중요한 사실을 늘 근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그들의 구원 사건 이전에 겪었던 애굽에서의 나그네 생활을 기억하며 보호의 대상들을 늘 기억해야 했습니다. 은혜를 입은 자는 반드시 은혜를 필요로 하는 자들을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은혜와 사랑을 입은 자가 은혜를 베풀 수 있고 사랑할 수 있게 마련입니다. 이같이 약자들에 대한 끊임 없는 배려는 율법의 지속적인 관심사였습니다.
a. 고아는 도와줄 자가 없음(욥29:12)
b. 고아를 돌아보아야 함(약1:27)
c. 고아를 위해 공평하게 판단해야 함(시82:3)
4) 추수 때의 가난한 자 배려
전장에 이어 본장에서도 율법은 추수기에 가난한 자들이 곡식이나 과실을 얻어 기본적으로나마 추수기의 풍성함을 맛볼 수 있도록 배려하라고 명령합니다. 이러한 배려야말로 가난한 자들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스라엘 공동체의 특성을 설명해 줍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의 공동체 내에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적극적으로 돌봄을 통하여 자신들이 늘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그 은혜를 보답해야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을 향한 신앙의 수준을 외롭고 지친 영혼을 가진 사람을 향한 자비의 손길로 확인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 성도들도 늘 하나님을 신앙하는 마음으로 연약한 성도들이나 세상의 구제와 관심의 대상들을 향한 사랑을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
a. 가난한 자는 여호와께서 보호하심(시35:10)
b. 가난한 자 멸시는 하나님을 무시하는 것(잠14:31)
c. 가난한 자의 품삯을 체불하지 말 것(레19:13)
결론
본장의 율법은 일관되게 연약하고 가난한 자들에 대한 사랑과 자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성도들에게도 역시 이 율법의 정신과 규례는 그대로 전수됩니다. 과거보다는 풍요를 누리는 세대라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주변에는 많은 가난한 자들이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채 헤매고 있습니다. 그들을 향해서 교회와 성도들은 복음과 함에 자비의 손길을 베풀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한 측면만을 고집하지 말고 양자를 다 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 복음의 총체적인 측면이 역동적으로 우리들의 삶 속에서 역사하게 될 것입니다.
[단어해설]
1절. 수치 되는 일. 원어 <hw:r][,:에르와트>는 '부끄러운, 발가벗은'이란 뜻. 여기서는 결혼의 신성한 의미에 충실치 않는 모든 행위를 의미.
3절. 후부. 원어 <vyai:이쉬>는 단순히 '남자, 사람'을 의미.
4절. 전부. 원어 <l['B':바알>은 '주인, 남편'을 의미.
5절. 일 년 동안. 결혼한 부부의 신혼 기간으로 첫 자녀의 출산 가능 기근을 기준으로 함.
7절. 후려다가. 원어 <bn"G::가나브>는 '훔치다, 속이다'라는 듯. 사람을 유괴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9절. 미리암에게 행하신 일. 미리암이 모세를 비방하다가 문둥병에 걸린 사건(참조,민12:1-16).
14절. 품꾼. 원어 <rykic;:사카르>는 '고용된 자, 급료를 받는 자'로 오늘날의 일용 노동자에 해당된다. 객. 원어 <rGE:구르>는 이방인으로 이스라엘에 속해 사는 사람을 의미.
15절. 사모함이라. 품삯에 대간 품꾼의 간절한 고대를 의미. 이는 품삯이 하루의 생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16절. 각 사람은 자기 죄에. 고대 근동에서 유행하던 연좌제에 대한 금지로 율법은 개인의 범죄에 대한 처벌은 해당되는 개인에게만 국한시킬 것을 규정하고 있다.
17절. 객이나 고아, 과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학대당하기 쉬운 계층을 통칭.
19절. 뭇. 원어 <rm,[:오메르>는 '쌓아 올리다, 곡식을 모으다'라는 뜻의 '아마르'에서 유래된 말. 도량형 단위인 '오멜'을 가리킴.
21절. 다시 따지 말고. 과일을 하나도 남김없이 수확하지 말라는 뜻.
[신학주제]
이혼 규례. 본장에서는 남편이 아내와 이혼할 경우에 관한 규례를 기록하고 있다. 원래 성경상 이혼은 허용되니 않는다. 왜냐하면 부부의 결합은 하나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므로 이혼은 하나님의 권위와 명령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세의 율법에 이혼 규례가 나타난 것은 인간의 악한 본성 때문이다. 즉 결혼 당사자 중에 행음이나 폭력 또는 가정을 돌봐야 할 의무에 대한 불성실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결혼 생활이 불가능한 경우에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상대를 보호하기 위해 이혼 규례를 정한 것이다. 그러나 후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의 이혼 규례를 악용하여 마음대로 아내를 버리고 행음하는 합법적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예수님께서 절대로 이혼을 하지 못하게 하신 것은 바로 이런 유대인들의 이혼 규례 악용 때문이었다(참조, 마19:6).
[영적교훈]
하나님은 문둥병자를 처리하는 규례에서 미리암에게 행하신 일을 기억하라고 하셨다. 이는 비록 미리암이 여지도자이며 모세의 누이였지만 문둥병이 나을 때까지 진 밖에서 지내게 하였음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성도들은 하나님의 일을 할 때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이나 친분에 의해서 일을 처리해서는 안 됨을 교훈해 준다. 모든 일은 하나님의 말씀과 정해진 법규에 따라 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하나님의 공의가 선포되고 공동체 안에 불만이 생기지 않아서 화평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