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리처드 도킨스, 노엄 촘스키
아이들의 질문에 놀랍고 감동적으로 답하다
『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을 기획하고 엮은 제마 엘윈 해리스는 두 살 배기 아들과 조카들로부터 쉴 새 없는 질문을 받으면서, ‘이럴 때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답할까?’ 생각했고, 그것을 시작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 10곳의 아이들 수천 명에게 가장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아이들의 질문은 ‘소가 1년 동안 참았다가 뀌는 방귀’에서부터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지’, ‘우주는 왜 반짝거리는지’에 관한 것까지 다양하고 기발했다. 이렇게 모인 질문들은 작가 알랭 드 보통,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등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보내졌고, 그들은 놀랍고도 감동적인 답을 보내 주었다.
아이들의 눈으로 본 세상은 무엇 하나 ‘당연한’ 것이 없고 ‘왜?’ ‘어떻게?’로 시작하는 질문투성이다. 잊고 살지 몰라도 우리 역시 한때 ‘질문이 많은 아이들’이었다. 이 책 속 아이들의 반짝이는 질문과 어른들의 따뜻한 답변은 우리가 그간 당연하게 지나쳐 온 주변의 사물들을 새로 보게 하는 뜻밖의 순간을 선사할 것이다.
멈춰 있던 일상을 경쾌하게 두드리는
아이들의 질문
“밤이 되면 왜 깜깜해져요?” 아이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그야 당연하지. 해가 지니까!”
너무 당연하고 단순한 질문에 이렇게 쉽게 답할 수 있겠지만 얼마 못가 다시 물음표가 생길 것이다.
‘이게 맞나? 그러고 보니… 진짜 밤이 되면 왜 깜깜해지지…?’
초등학교, 중학교 10곳의 어린이 수천 명에게 그들이 ‘가장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렇게 모인 아이들의 질문은 우리를 둘러싼, 늘 거기 있어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로부터 시작되었다.
피는 왜 빨간가요? 원숭이들은 왜 바나나를 좋아하나요? 우주는 왜 반짝거리나요? 우리는 왜 화장실에 가야 하나요? 밤이 되면 왜 깜깜해지나요? 코끼리는 왜 긴 코를 가지고 있나요?…
“달은 왜 모양이 바뀌나요?”라는 아이의 질문에 크리스 라일리 교수는 이렇게 답한다.
우주의 모든 물체는 하나도 빠짐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구와 달도 예외가 아니지요. 여러분이 이 책을 읽고 있는 이 순간에도 여러분 자신과 책, 그리고 여러분의 집, 거리, 동네, 나아가 여러분이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태양 주변을 도는 지구를 타고 우주 공간을 1초에 27킬로미터씩 질주하고 있습니다. -「달은 왜 모양이 바뀌나요?」 중에서
언젠가 분명히 배웠지만 지금은 특별히 인식하고 있지 못한 사실이다. 태양 주변을 도는 지구처럼, 달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주변을 돌고 있다. 그것도 1초에 1킬로미터 이상씩 빠른 속도로 말이다. 새삼 창문 밖 달을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아이들의 질문은 “그야 당연하지!”로 시작해서 “잠깐, 그러고 보니 진짜 왜 그럴까?”라고 다시 묻게 한다.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세상, 즉 집, 나무, 길, 차 등을 잠깐 멈춰 서서 돌아보게 한다.
또 우리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던져 준다. “‘좋은’ 것은 어디서 오나요?”라는 아이의 질문에 철학자 A.C. 그레일링은 이렇게 답한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좋은 것, 즉 선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지금 무슨 행동을 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올바른가 그렇지 않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할 때는 항상 그 답이 나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설득할 수 있는 것인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나 자신만 납득하게 만드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니까요! -「'좋은' 것은 어디서 오나요?」 중에서
“무엇이 나를 나이게 하나요?”와 같은 질문은 머리보다 가슴에 물음표를 던진다. 그리고 언젠가 한 번쯤 치열하게 궁금했던 ‘나’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준다. 작가 마이클 로젠의 “우리는 우리가 자신을 만드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만드는 동시에 우리도 자신을 만듭니다.”라는 답변은 우리와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세계적 권위자들이 보내 준
따뜻하고 감동적인 답변
오지 탐험 전문가는 “벌레를 먹어도 될까요?”라는 질문을, 구름감상협회 회장은 “어떻게 구름에 물이 들어가서 비가 오게 되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는가 하면,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개구리를 좋아했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역사학자도 있고 “소가 1년 내내 방귀를 한 번도 뀌지 않고 모았다가 한번에 크게 터뜨리면 우주로 날아갈 수 있나요?”라는 복잡하고도 귀여운, 자신의 전문 분야와는 다소 먼 질문을 받은 작가도 있다.
이런 아이들의 질문에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전문가들은 어떻게 답했을까?
“원자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우주 전문가 마커스 초운은 아래와 같이 답했다.
실제로 원자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상당히 이상한 점을 발견할 거예요. 바로 원자 속에 든 게 거의 없다는 점이지요. 사실 원자는 거의 텅 비어 있어요. (…) 이 말은 원자로 이루어진 여러분과 나는 사실 대부분 빈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 원자 안의 빈 공간이 하도 커서 이 세상 사람들 모두의 몸에서 그 빈 공간을 다 빼 버리면 그 나머지는 각설탕 하나 정도에 담을 수 있어요. 상상해 보세요. 인류 전체를 각설탕 하나로 줄이다니. 아마도 무지무지하게 무거운 각설탕이 되겠지만요! -「원자란 무엇인가요?」 중에서
다소 딱딱하고 과학적인 질문에 대한 마커스 초운의 이 답변은 ‘온 세상 사람을 각설탕 하나 크기로 줄여 담는’,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한다. 그 답변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하늘은 왜 파란가요?”라는 질문에 과학자 사이먼 잉스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을 아이의 언어로 아름답게 말해 주고 싶은 마음을 듬뿍 담아 햇볕처럼 따뜻한 답변을 주었다.
잠깐 빛을 소리로 생각해 볼까요? 햇빛은 악기 하나가 한 음정을 같은 크기로 연주하는 게 아니에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음정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크기로 오케스트라의 악기가 모두 함께 연주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 소리 중 일부만 듣는 것입니다. 우리 눈은 빛의 서로 다른 음을 색깔로 감지합니다. 보라, 남색, 파랑, 초록, 노랑, 주황, 빨강 등으로 말이지요. 공기 분자들은 파란색 빛을 쉽게 흡수하고 쉽게 내뱉습니다. 그래서 하늘 전체에 파란색 빛이 널려 있는 것이고, 모든 방향에서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어디를 보나 파란색 빛이 눈을 때리기 때문에 하늘 전체가 파랗게 보입니다. -「하늘은 왜 파란가요?」 중에서
그 외에도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철학자인 알랭 드 보통,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요리사 고든 램지, 역사 소설가 필리파 그레고리, 올림픽 스타 제시카 에니스, 대중 음악가 자비스 코커 등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각 분야 전문가들이 보내 준 답변은 하나같이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다.
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
어렸을 때 상상 속의 친구를 가져 본 적이 있나요? 인형이랑 곰돌이가 진짜 살아 있다고 상상하고 소꿉놀이도 하고, 자장가를 불러 재워 본 적이 있나요?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을 만드는 것도 그와 똑같아요. 고
아원에서 살면서 입양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소녀 이야기를 써 봐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바로 다음 순간 재미있고, 활발한 성격의 트레이시가 내 머릿속에서 튀어나와 “저요, 저요! 저에 대해 써 주세요!” 하고 외쳐 대지요. -「작가들은 작품 속 인물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나요?」 중에서
어린 시절 상상 속 친구를 만들며 놀던 기억을 슬며시 떠올려 보는 시간, 온 세상 사람을 각설탕 하나에 줄여 넣는 상상, 우주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랑에 빠지는 기분…. 모두 일상에 치여 놓치고 지나가거나 잊힐 수 있는 것들이다. 이렇게 『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은 어른들의 ‘오늘’에 그와 같은 뜻밖의 순간을 탁 던져 준다.
작가 크리스토퍼 포터는 “우리 모두 아주 어릴 때는 질문을 정말 많이 합니다. 그러다 자라면서 점점 체면을 차리느라 질문을 잘 하지 않게 되지요. 어쩌면 우리가 뭘 모르는지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어요. 슬픈 일이지요. 질문을 하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니까요.”라고 말했다.『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 속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질문과 그들의 질문을 더욱 위대하게 만드는 전문가들의 답변이 우리에게 말하려는 메시지가 바로 이것 아닐까?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고 궁금한 아이와 한때는 ‘질문이 많은 아이’였던 어른이 함께 읽을 때, 이 책 속 물음표들은 더욱 따뜻하게 빛날 것이다.
[교보문고 제공]책속으로
케이크는 왜 이렇게 맛있는 걸까요?
“그거 알아요? 나도 똑같은 질문을 하고 또 하고, 하고 또 하고 했었어요. 케이크를 만드는 건 꼭 과학 실험 같아요. 그릇에 달걀, 버터, 설탕, 밀가루를 넣고 조심스럽게 섞은 다음 오븐에 넣는데, 바로 거기서부터 마술이 시작됩니다. 재료들끼리 뭉치면서 마술의 그물로 엮이지요. 마치 뜨거운 오븐 속에서 재료들이 서로 손을 꼭 잡고 점점 자라나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케이크가 자라나는 동안 사실 참기가 참 힘들지요. 너무 좋은 냄새가나니까. 이게 바로 케이크의 묘미고, 케이크가 그렇게 맛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해요.“ (로레인 파스칼/요리책 저자, 방송인) -본문 47~48쪽
딸꾹질은 왜 하나요?
“우리 몸속에 들어간 음식이 위에서 분해되면 죽어서 유령이 되요. 이 음식 유령은 뱃속에 갇힌 채 통곡을 하면서 운 없이 죽은 자기 운명에 대해 불평을 하지요. 이게 바로 배가 꾸르륵거리는 이유입니다. 사라지지 않으려면 이 유령도 먹어야 합니다! 햄버거랑 감자칩을 먹을 때마다 뱃속 유령은 잔치를 벌여요. 뱃속 유령에게 먹힌 음식은 또 유령이 돼서 또 다른 음식을 먹고, 그 음식에서는 또 유령이 나오고… 결국 우리 뱃속에는 화가 난 유령이 가득 찹니다. 얼마 가지 않아 이 오합지졸 유령들은 힘을 합치면 훨씬 힘이 세어진다는 것을 깨닫고, 대장을 뽑고 연합군을 만들어 슈퍼 유령이 되지요! 이 슈퍼 유령이 충분히 커지고 나면 아기 유령을 만들어 냅니다. 이것들이 바로 딸꾹질이에요! 결국 이 슈퍼 유령은 폭발하고 마는데 그게 트림이에요. 그런 다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지요.” (해리 힐/코미디언, 전직 의사) -본문 60쪽
전쟁은 왜 하나요?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대부분 우리 대신 중요한 결정을 하는 정부가 겁을 집어먹었을 때입니다. 친구가 결석을 한 날 혼자서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데 다른 ‘편’ 아이들이 내 별명을 부르면서 놀리기 시작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어떻게 하고 싶을 것 같아요? 그쪽 아이들 별명을 부르면서 놀려 주고 싶을 때가 많지요? 그렇게 하다가 싸움이 붙으면 먼저 싸움을 멈추고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정말로 어려워지지요. 나라들끼리 하는 싸움도 마찬가지입니다.” (알렉스 크로퍼드/종군기자) -본문 90쪽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는 왜 더 천천히 가나요?
“아무리 ‘시간아, 빨리 가라.’ 하고 속으로 외쳐도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은 우리 두뇌가 시간을 세는 방법 때문이에요. 우리 두뇌가 어떻게 시간을 재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보는 것은 눈이, 듣는 것은 귀가 하도록 되어 있지만 우리 몸 어디에도 시간을 재는 특별한 기관은 없어요. 그런데도 우리는 시계를 보지 않고 머릿속에서 놀라울 정도로 정확히 1분을 재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접 시험해 봐도 좋아요. 친구한테 시간을 재 달라고 하고 1분을 마음속으로 재는 거예요. 하지만 속으로 똑딱똑딱 하고 재는 건 반칙이에요!” (클라우디아 해먼드/심리학자,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본문 1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