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호랑이를 찾아서
정석현
가을바람 타고
청도 밀양 언양을 넘어
동해가 춤을 추는 울산 호랑이를 찾아갔다.
정신적으로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신 호랑이
바람이 불면 날아갈 듯한 육체
정신적으로 버티는 육체
반갑게 우리를 맞이하며 미소를 머금고
16전 17기 병마와 싸워 이기신 얘기를 들여 주신다.
특히 성장기 때 친구들의 장난에 전신이 마비 되었을 때
수술비 한 푼도 없는 처지에
죽으면 인체 실험용으로 살아나면 치료비 받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고
수술을 성공시켜 주신 부산대학 병원장님을 평생 잊지 못하는 은인이라고 눈시울을 붉힌다.
자화상 시 제목에 부쳐
봄
향원이 우리 삶에 사계절을 풍기며
반야심경이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부를 때
외로움에 흘리는 눈물이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고향 골목길을 돌아 어머니를 찾아갔을 땐
어머님의 소녀상을 그려 보았다
누군가가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갔을땐
부고를 보낸다.
꽃비 내리는 오후 더욱 슬프다.
초대하지 않는 손님이
몸 일부를 떼어 갔더라도
삼월이 간다.
사월을 부르며
광안리 해변에서 그리움을 마시며
이 세상 모든 신에게
울산 호랑이를 있게 한 고마움에 기도드린다.
천국이 따로 있나!
태화강 대나무 숲길
어머니와 아들이 손잡고 거닐면 천국이거늘
분수대 앞에서 꽃의 묵언수행에
목련이 피면 봄날은 온다.
모꼬지 언덕에 올라 찬송가를 불러 볼까?
빚은 부풀어가더래도 꽃비 내리는 오후에
나는 시가 쓰고 싶다
사월의 노래를 부르며 꺼지지 않는 살아있는 시를 쓴다.
삼월의 노래를 부르면 새들도 지지배배
봄이 오는 길목에 서서
부처님 오신 날 아침 산책길에서
사연을 담아 백 년의 그리움을 엮어 본다.
여름
태화강 변 산책길에서 인연을 만들어
낮달 변함없이 반송 불필요로 파도에 갇힌 시인을
꽃향기 맡으며 유월의 사랑을 속삭인다.
어디쯤 가고 있는가?
밤의 해변에서 자화상 2를 그리며
하얀 달빛 받으며
살다 보면 분수에 용기가 솟아오른다.
삻증이 나지 않는 창밖의 여인은
여명 속에서 이제야 너를 보낸다.
그래도 세월 속에 우리는 하나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지독한 사랑을 나누며
장맛빛 향기를 품어 내자.
가을
아빠의 소원은 나를 위한 소원 이거늘
아버지의 소원은 아들을 위한 소원 일진데
독거노인은 시를 쓰는 이유를 모른다.
가을 연가에 사랑이 익어가고
해독 불가는
가을비 오는날 오후에 그림자 속에서 알았다.
자화상 3 에 낙엽이 지드래도
사랑의 절벽에 서 있더라도
거울 속에 연가를 부르면
가는 봄 오는 봄은 사계절을 만들어
혼자 걷는 길에 너와 나 나그네가 아님을
생각의 지도에 태화강 2 을 그려 넣으면
만추는 가을 풍경 흐르는 강가에서 희열에 젖어 든다.
부디 응급실의 밤은 오지 않기를 ~
겨울
불면의 밤이 짙어 갈 때
의사가 죽어야 우리가 산다.
그러나 의사가 살아야 우리가 산다.
언제 우리는 우리가 되나?
아버님 전상서
그리움이란 끝이 없는 것인가?
첫눈이 내리는 날 달빛 산책을 하며
임대차 인생에 은빛 다리를 건너
둘째를 보내며 그리운 아우에게
태화강 거닐며 겨울
태화강을 생각하느냐
입춘이 올 때 살아있는 이유를
새해 아침에 드리는 기도에
자화상 1 에 인생을 만들어 희망이 되어 돌아갑니다
사모곡을 부르며
연말 정산은 텅 빈 통장
불면에 편지를 쓰면은 새벽은 혼자 오지 않는다
해운대 그림자를 가져온다.
나목은 정동진 해변에서
겨울 찬바람 맞으며
홀로 봄을 기다리고 있는가!
2020년 9월 26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