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탄생은 동굴(洞窟)? 마구간(馬廏間)?
첫 아들을 낳았다. 그들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

(출처-https://biblia.co.il/%ED%83%84%EC%83%9D%EB%8F%99%EA%B5%B4-…/)
베들레헴의 예수님 탄생교회를 가보면, 적지않게 당황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예수님께서 탄생
하셨다는 교회 지하의 동굴입니다. 교회의 모양은 번듯하고, 교회에 들어가서는 제일 먼저 사방을
두리번 거리면서 어디가 예수님 태어나신 곳인가를 찾게 되는데, 정작 교회에는 예수님 탄생하신
곳을 찾아볼 수 없고, 교회 정면의 제단 아래의 동굴로 내려가야 예수님께서 탄생하셨다는 장소에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베들레헴 예수 탄생동굴

베들레헴 예수 탄생동굴
예수가 탄생한 곳이라고 전해지는 장소가 이 안에 있다. 예수가 태어난 장소의 정확한 위치는
은 램프로 둘러싸인 제대 아래 대리석 바닥에 있는 은색 별 장식이다.
‘예수 탄생 별’이라고 불리는 이 별은 14각으로 돼 있다.
이는 십자가의 길 14처를 나타내는 동시에,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 14대, 다윗부터 바빌론 유배
시대까지 14대, 그 후부터 예수까지 14대를 상징한다.
별에는 라틴어로 “Hic de Virgine Maria Jesus Christus Natus est.”,
즉 “이곳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탄생하셨다.”라고 새겨져 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동굴이 아닌 마구간에서 태어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첫 아들을 낳았다. 그들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루카 2:7)
꼭 마구간이라고 성경에서 꼬집어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예수님께서 구유에 누우셨으니,
당연히 마구간 또는 외양간일 것이 분명하니 말입니다. 이 뿐 아니라, 나사렛에 있는 마리아
수태고지 교회에 가도 천사 가브리엘이 찾아갔다는 마리아의 집이 마치 동굴처럼 되어 있습니다.
동굴거주라고 하면 뭔가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장소나 마리아의 집이라고 불리는 장소에 대해서
의심을 하게 되는데요. 이 궁금함을 해결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집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전형적인 집의 구조는 4개의 방이 있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고고학에서는 이런 집구조를 Four Room House 라고 부르는데, 이 4개의 방의 구조는
신기하게도 가나안 지역에서만 사용이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집의 형태가 이집트에서 발견된다면, 가나안에서 이주해간 사람들이 이집트에서 살았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가능하게 하는 아주 독특한 가나안 지역 만의 주거형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Four Room House의 단면도에서 4개의 방 가운데에서 벽이 점선으로 되어 있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 점들은 돌기둥입니다. 이 돌기둥이 있는 곳은 마구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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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지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주거형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조금씩 변형이
됩니다. 이 Four Room House는 단층의 건물일 수도 있고, 복층 건물의 형태를 가지기도 합니다.
도시 또는 마을이 세워지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용수, 교통, 입지,농지 등등 많은
조건들을 다 갖출 만한 장소는 아주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도시나 마을이 번창하게 되면,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미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기 때문에 옆으로 집을 늘릴 공간은 없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Four Room House의 토대위에 복층건물을 올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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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에서 보듯, 아래층은 마구간이 있고, 위 층은 주거공간으로 사용됩니다.
이렇게 아랫층에 마구간을 만들어 놓는 이유는 우기(겨울)에 난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지요. 우리가 잘 알다시피, 뜨거운 공기는 위로 향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아래층에 마굿간을 놓게 되면, 동물들의 체온이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가 공기를 데워줄 수 있습니다.
매우 지혜로운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층 구조의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들도 많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광야 지역에서 나무가
많이 들면 많이 들수록 비싼 건물일 수 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이층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천정을 받쳐주는 돌기둥도 필요한데, 그것 역시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거나, 나무가 많지 않은 지역에서 이층으로 건물을 올리는
일반적인 방식은 자연적인 동굴을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연동굴을 건물 벽 안쪽으로 넣어서
저절로 2층이 생기게 하는 방법인데요.
이렇게 자연적인 동굴을 이용하면서도 Four Room House의 구조를 지킬 수 있습니다. 동굴의
위쪽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에 벽을 쌓아서 방의 구분을 만들 수도 있고, 동굴 안쪽에도 벽을
만들어서 마구간과 창고로 따로 따로 이용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제 예수님의 탄생 동굴이라는 말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베들레헴이라는 지역이 그리 경제적으로 넉넉하거나 큰 마을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연동굴
을 이용하여서 집을 지었을 것이고, 또 그 지역에 많은 자연동굴들이 있었기 때문이 이런 가옥구조
가 가능했던 것이지요.
성경에 나와 있는 것처럼, 예수님께서 구유에 누이셨다면, 아마도 사람들의 주된 주거공간으로
쓰이는 동굴의 위쪽 부분에 마리아와 요셉을 위한 공간이 충분치 않아서 위층이 아니라,
아래층의 동굴이 있는 마구간에서 마리아가 출산을 했다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마구간의) 구유에 누이셨다는 표현때문에 우리 나라의 문화 배경으로 마치 별채처럼 되어 있는
우리네 외양간을 생각하신 분들은 분명히 예수님의 탄생동굴에서 당황하십니다.
이스라엘의 가옥 구조를 이해하셨다면, 더 이상 당황하실 필요가 없겠습니다

구유광장에서 바라본 예수 탄생 기념 성당의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