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기도 (결단편 23)
당신 앞에 스스로 머리숙여 겸허한 마음 갖게 하소서 아버지! 저희들은 당신의 역사적인 숙원(宿怨)을 해원성사해 드릴 수 있는 효자 효녀들이 이 땅에 살고 있는 아들딸 가운데서 나타나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아버지! 당신께서 오랜 역사과정 동안 그렇게도 수많은 고비길을 참아 나오실 수 있었던 것은, 만나고 싶은 아들과 상봉하고자 하는 내정적인 힘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옵니다.
그런 것을 알게 될 때, 과연 저희가 그러한 아버님을 맞아 드릴 수 있고, 또 역사과정에서의 모든 어려움을 잊게 해드릴 수 있는, 아버님이 만나고 싶은 아들딸이 되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당신 앞에 민망함과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사옵니다. 그런 저희들은 온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당신의 뜻 앞에 생축의 제물이 된다 해도, 그렇게 지루하고도 슬픈 역경을 극복해 오신 당신의 사정을 위로해 드릴 수 있고, 당신에게 보답해 드릴 수 있는 아무런 조건을 갖추지 못한 저희들이옵니다. 이러한 저희의 모습을 생각할 적마다 불쌍하신 아버님이심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옵니다. 이러한 아들딸을 사탄 앞에 내 사랑하는 아들딸이라고 자랑하시지 않으면 안 되는 아버지의 입장이 얼마나 외롭고 비참한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옵니다. 그러니 이 땅 위에는 기필코 아버님께서 마음 놓을 수 있는 아들딸이 있어야 되겠습니다. 아버지! 저희들은 아버지의 체면과 위신과 사정을 염려할 줄 알아야겠사옵니다.
저희들이 아무리 안팎으로 그 무엇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당신의 뜻 앞에 나타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하고 부끄러운 모습인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아버님께서 찾아 주신 은사 앞에 황공한 마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사옵니다. 그러한 마음이 저희의 생활 가운데, 혹은 생애노정 가운데 어리어 스스로 머리숙여 종과 같은 입장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줄 아는 당신의 아들딸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와 같은 입장에 서야만 아버님의 위로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아버님께서 저희의 겸손함을 칭찬하실 수 있으며, 저희가 아버지의 뜻 앞에 있어서 순응하는 그 모습을 보고 자랑하실 수 있는 조건이 되는 줄 알고 있사오니, 아버지여, 그런 자리에 가 있지 못한 저희들을 다시 한 번 긍휼히 보아 주시옵소서.
끝날에 남아지게 될 최후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생명을 다 바쳐서라도 그 사명을 감당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나서는 아들딸들이 되게 하여 주옵기를 간절히 바라오면서, 모든 말씀 참부모의 성호 받들어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 (1970.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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