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이면 FTA 못한다” 朴 초맞짱에 중국은 침묵 [박근혜 회고록 25 - 대중관계 (상)]
박근혜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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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재임 시 미국과 일본 못지않게 공을 들인 나라가 중국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우리나라는 체제도 다를 뿐더러 양 국민 사이에 정서적 거리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중국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양국이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한다면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고,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일이든지 시작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중국과의 관계는 임기 초반부터 첫 단추를 비교적 잘 끼울 수 있었다. 그렇게 된 데에는 나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오랜 인연도 한몫했다.
2014년 7월 3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중앙포토
시 주석을 처음 만난 것은 그가 중국 저장성(浙江省) 당서기를 지내던 2005년 7월이었다. 당시 나는 야당인 한나라당 대표였는데, 방한 중인 시 주석 측에서 만나고 싶다는 요청이 왔다. 예정된 지방 일정이 있었지만, 양해를 구하고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중식당에서 시 주석과 오찬을 함께 했다. 당시 시 주석은 보시라이(薄熙來) 중국 상무부장,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성 당서기 등과 함께 중국을 이끌 차세대 지도자로 떠오르고 있었다.
시 주석은 “한국을 부흥시켰던 새마을운동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했다. 식사 자리가 끝난 뒤 동석했던 한 인사는 “시 서기가 마치 기자가 취재하듯이 새마을운동에 대해 관심을 표해 놀랐다”며 웃기도 했다. 시 주석이 적극적으로 질문한 덕분에 원래 한 시간으로 예정된 식사 시간이 두 시간으로 늘었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그 후 나는 라면 상자 2개 분량의 새마을운동 관련 서적과 자료를 구해 시 주석에게 선물했다. 시 주석은 이후 한국 의원들을 만났을 때 “박 대표로부터 과분한 환대를 받았다”고 고마워했다고 한다. 사람 인연이라는 것이 바로 옆방에 있더라도 만나지 못하면 애초에 시작될 수 없는 것인데, 시 주석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8년 뒤 나는 대통령에 당선됐고, 김무성 의원을 특사 단장으로 임명해 2013년 1월 23일 당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를 맡았던 시 주석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시 주석은 친서를 받은 뒤 “북핵과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반대한다”고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시 주석은 그해 3월 14일에는 국가주석으로 선출돼 나와 비슷한 시기에 중국 정상 자리에 올랐다. 그 이후 내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시 주석과 나는 한·중 관계를 둘러싼 수많은 현안과 북한 문제를 두고 머리를 맞댔다.
공자 논어 언급에 최치원 시 구절로 화답한 시진핑
2013년 6월 28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한중 관계의 발전'을 의미하는 시구(詩句)가 담긴 서예작품과 도자기 한 점을 선물받았다. 이날 박 대통령은 우리 측 선물인 찻잔세트와 주칠함을 시 주석에게 설명했다. 중앙포토
2013년 6월 27일, 나는 대통령 당선 뒤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내가 회담 초기 약 5분간 중국어로 인사하자 시 주석은 환하게 웃었다.
시 주석은 8년 전 만남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시 주석은 “8년 전 63빌딩에 있는 중식당에서 박 대통령과 만났는데, 마치 오랜 옛 친구(라오펑유·老朋友)를 만난 것 같다”며 나를 따뜻하게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