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사상의 대가 공자(公子)는 아들 백어(伯魚)에게
불학시 무이언(不學詩 無以言)
즉, ‘시를 배우지 않고는 말을 할 수 없다’
라는 말을 남겼다.
현재의 중국 정치인들도
중요한 정치적 사안에 한시(漢詩)를 지어 답할 만큼
중국인의 시(詩)에 대한 애정과 신뢰는 여전하다.
소동파가 노래한 서호(西湖)를 품은 저장성(浙江省)
신선들의 놀이터, 황산(黃山)과
이백이 흠모하던 풍경과 사람이 있는 곳, 안후이성(安徽省)
그리고 전통을 지키며 한시의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중국인들을 만날 수 있는 장쑤성(江?省)에서
대륙의 장엄함과 화려함이 시 음률에 함축된 그 곳,
중국을 느껴본다.
■ 1부 시인의 호수, 천 년의 가인
중국에서 아름답기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도시, 항주(杭州)는 10세기 남송의 문화 중심지였다. 도시 한 가운데에는 소동파(蘇東坡)가 중국 최고 미인, 서시(西施)에 빗대어 그 아름다움을 극찬했다는 서호(西湖)가 드넓게 펼쳐진다. 적벽가(赤壁賦)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동파는 ‘독서가 만권에 달하여도 율(律)은 읽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는데, 자유로운 사상과 철학적인 시구로 현재에 이르러서도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소동파가 개발했다는 동파육(東坡肉)은 보들보들한 살코기와 입에 착 감기는 양념 맛이 일품이다.
도시 전체의 10 퍼센트가 물인 소흥(紹興)은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가 자신의 고향인 베니스와 닮았다고 애착을 가져 더욱 유명해진 도시다. 춘추전국시대 월국의 도읍지로, 역사가 깊은 도시인만큼 옛 시인들의 자취를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특히 육유와 당완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전해오는 심원(沈園)은 고아한 풍경이 아름답다. 또한 중국의 깊은 맛을 담은 술 ‘소흥주’와 전통 차(茶)는 소흥의 백미다.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 한시(漢詩)의 정서가 가득한 항주와 소흥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