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스님의 생활법문] <3> 스님, 제가 나쁜 인연을 만난 것 같아요.
“기도로 업장 소멸, 공덕 통해 좋은 인연 심어야”
인연의 실타래 거미줄보다 촘촘
좋고 나쁜 일 결국 내가 지은 업
스스로 풀고, 닦아서 해결하길
간절한 참회는 서로에게 얽힌 원한의 업보를 빨리 풀어준다. 사진은 108배 정진하는 불자의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사랑하는 사람 못 만나서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 자꾸 봐서 괴롭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 앞에 펼쳐진 모든 현상이 인연법입니다.
살다 보면 좋은 인연과 소중한 인연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쁜 인연도 허망한 인연도 있습니다. 인연의 실타래는 거미줄보다도 더 촘촘하고 복잡합니다. 좋은 인연이 나쁜 인연으로 변하기도 하고, 소중했던 인연이 불쾌한 인연으로 뒤바뀌기도 합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요, 한 순간도 헤아릴 수 없는 것이 인연의 흐름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좋은 인연도 나쁜 인연도 모두 다 자신이 지은 업의 인연이다.”
그래서 항상 좋은 인연을 심어야 합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납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내가 지은 업의 인연입니다. 좋은 인연도 나쁜 인연도 다 내가 지은 것이라면 결국 누가 풀어야 할까요? 결국은 본인이 풀어야 합니다. 결론은 자기 자신이 닦아야 합니다. 스스로 풀고 스스로 닦아야 합니다.
삼각산 도선사에 청담(靑潭, 1902~1971)스님이 계셨을 때였습니다. 어느 날 40대 거사님이 찾아왔습니다.
“스님, 저에게 큰 고민이 생겼습니다. 늦은 나이에 좋은 여자를 만나서 결혼을 했습니다. 지금이 한창 신혼생활인데 낮에는 부인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예뻐 보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해만 졌다 하면 갑자기 부인이 무섭고 두렵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제대로 된 합방을 못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너무 답답해서 스님을 찾아왔습니다.”
거사님의 사연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긴 청담스님이 이렇게 말씀하였습니다.
“음. 아무래도 두 분 사이는 전생에 깊은 원결이 있는 듯합니다. 두 분의 원결을 풀어야 합니다.”
“스님. 원결이라니요. 그러면 어떻게 풀면 되겠습니까?”
“밤마다 잠을 자고 있는 부인을 향해서 삼배를 올리십시오. 그리고 관세음보살을 염불하면서 ‘잘못했습니다. 내가 다 잘못했습니다. 부디 나를 용서해주시오’라고 참회를 하십시오. 원결이 다 풀릴 때까지 꾸준히 해야 합니다.”
거사님은 스님의 말씀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마흔이 넘은 자신이 젊은 아내에게 절을 올리려니까 너무 민망하고 자존심도 상하는 겁니다.
“젠장, 난 도저히 못 하겠다. 그냥 이렇게 살면 살았지, 도저히 못 하겠다.”
그렇게 이른 새벽까지 잠자리를 설치던 거사님은 몇 번을 주저하더니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잠자고 있는 아내를 향해서 절을 세 번 올렸습니다. 그리고 관세음보살을 마음으로 간절히 외우면서 속으로 빌었습니다.
‘잘못했소. 잘못했소. 부디 나를 용서해주시오.’
한 번 시작하기가 어려웠지 그날부터 밤마다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 잠자고 있는 아내를 향해 삼배를 올리고 관세음보살 염불을 하면서 마음으로 잘못을 빌었습니다.
열흘 쯤 지났을까. 그날 밤도 아내를 향해 삼배를 하고 관세음보살을 염불하며 잘못을 비는데 순간 밑바닥에서 울컥 설움이 복받쳤습니다.
‘어쩌다 내 신세가 이렇게 되었는가. 도대체 내가 전생에 무슨 원한을 지었기에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가.’
거사님은 슬픔이 터져 나오며 눈물을 흘렀습니다. 그리고 아내를 향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 미안하오. 잘못했소. 나를 용서해주시오.”
순간 잠자고 있던 부인이 잠꼬대하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휴. 잘못했다니 할 수 없지요. 그래요.”
깜짝 놀란 거사님은 혹시 아내가 깨어있는가 확인했지만 그저 조용히 잠을 자고 있을 뿐입니다. 그 후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날 밤에 아내가 잠꼬대를 한 이후로 부인을 향한 무섭고 두려운 감정이 싹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부부의 금슬은 더욱 깊어져 얼마 후에는 자식을 낳고 화목한 가정을 이뤘다고 합니다.
아내를 향한 간절한 참회와 관세음보살 염불의 힘이 서로에게 얽힌 원한의 업보를 빨리 풀어준 것이겠죠.
어느 중년의 여성 불자님이 있었습니다. 불자님은 고등학생 아들과 자꾸 마찰이 생겼습니다. 점점 사이가 소원해졌습니다. 아들의 성격이 자꾸 삐딱하게 변해갔습니다.
오랫동안 절에 다녔던 불자님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말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습니다. 억지로 대화를 이어나가도 서로 오해와 상처만 생길 뿐이었죠.
불자님은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발원하면서 매일 기도를 했습니다. 특히 아들을 위하여 더욱 정성을 쏟았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있는 방을 향해서 매일 108배를 했습니다.
“아들아, 미안하다. 엄마가 미안하다. 부처님, 우리 아들이 늘 건강하고 행복하고 바른 길을 가게 해주십시오.”
처음 몇 달 동안은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부처님께 맡긴다는 마음으로 매일 매일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정말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아들의 마음이 점점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의 성격이 편안하게 바뀌어 가는 모습이 확연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아들과의 관계가 회복되었습니다. 나아가 기도의 힘 덕분인지 집 안의 일들이 훨씬 안정되고 평온해졌습니다.
제가 늘 불자들에게 귀가 따갑도록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기도하세요. 공덕을 닦으세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내가 지은 업의 인연들입니다. 기도를 통해 업장을 소멸하고, 공덕을 통해 좋은 인연을 심으세요. 결국 내가 내 스스로 닦아야 합니다.”
중국에 몽참(夢參, 1915~2017)스님은 젊은 시절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공산당에 의해 30년이 넘게 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혹독한 수감 생활 속에서도 불심을 잃지 않고 오히려 더욱 수행에 전념하신 고승입니다.
몽참스님이 노후에 미국에서 불법을 펼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여성 불자님이 찾아와 스님에게 하소연을 했습니다.
“제가 다니는 일터에 백인 직장상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동양인이라 그런지 몰라도 자꾸 저를 무시하고 관계가 매우 불편합니다.”
몽참스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모름지기 나쁜 인연은 소멸해야 하고, 좋은 인연은 자꾸 맺어야 합니다. 그 백인 직장상사와 악연이 있는 듯합니다. 그 사람을 위해서 지장경을 독송해주십시오.”
불자님은 스님의 말씀대로 그 사람과의 악연이 빨리 사라지기를 발원하며 지장경을 독송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몇 개월이 지나고 아주 좋은 효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부처님 법은 악연을 풀어줍니다. 여러분은 사람들이 왜 나에게 악연으로 다가오는지에 대해서 원망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가오는 악연은 받아들여야 하며 그 업보를 참고 포용해야 합니다. 악연은 녹여내야 하고 선연은 맺어야 합니다. 좋은 인연도 나쁜 인연도 모두 우리들 한 생각에 달려 있습니다.(몽참스님 말씀)”
[불교신문 3754호/2023년2월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