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란병원·농민신문 공동기획] 건강 백세 시대 ⑨ 척추관협착증 치료받은 배정임씨
농사일·가사노동 도맡아 굽은 자세 굳어져
디스크기능 소실…양방향척추내시경 수술
꾸준한 재활치료 병행해 저림·통증도 줄여
고령화 시대 맞물려 환자 늘어…예방 중요
복근·허리근육 단련하고 걸을때 시선 위로
경기 파주에 거주하는 배정임씨(85)는 22살에 결혼한 후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농사일을 시작했다. 농사뿐만 아니라 공장일과 같은 여러 부업을 도맡아 하며 가정을 이끌었다. 덕분에 열심히 키운 삼남매 모두 어엿하게 독립시키고, 이제는 여유로운 노년을 맞이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쉴 새 없이 인생을 달려와서였을까. 배씨의 허리는 심하게 굽어버렸고 최근에는 통증마저 심해졌다. 결국 병원으로부터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은 배씨는 변형이 온 허리를 바로 세울 수술을 받기로 했다.
나이가 들면 대개 허리가 굽게 된다. 대부분 사람은 이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만 여기고 그 원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허리가 굽게 되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여러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고 치료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
허리가 굽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나이가 들면 허리를 떠받치는 근육이 약해진다. 가령 오랫동안 허리를 구부린 자세로 가사 노동이나 농사일을 해왔다면 허리를 펴는 근육이 약해져 굽은 자세가 굳어지고 만다.
생활 습관만 아니라 퇴행성 변화도 어르신의 허리를 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나이가 들면서 골밀도가 감소하는 골다공증이 대표적이다. 골다공증 환자는 작은 충격에도 뼈에 금이 가기도 한다. 이처럼 약해진 척추에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뼈가 납작하게 주저앉고, 주저앉은 쪽으로 허리가 굽는 것이다. 게다가 서로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된 척추가 골절 때문에 뒤틀리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굽은 정도가 더 심해진다.
배씨의 사례와 같이 척추관협착증이 있어 허리에 변형이 올 수도 있다. 이 질환은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노화로 좁아지면서, 그 안에 있던 신경이 눌려 발생한다. 나이가 들면 척추관을 둘러싼 척추 마디가 굵어지거나 주변의 인대가 비대해져 척추관이 좁아질 수 있다. 척추관 속에 있는 신경이 눌리면 심한 통증을 느끼고 엉덩이를 비롯한 하반신 쪽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
실제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고령화 시대에 맞물려 환자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척추관협착증(질병코드 M48.0)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172만7218명에 이른다. 장한진 세란병원 척추내시경센터장은 “척추관협착증 환자 대부분은 허리를 펴고 있으면 척추관이 더 좁아져 신경이 눌리게 되고 허리를 숙이면 척추관이 넓어져 신경이 풀리는 상태가 반복된다”며 “신경이 눌림으로써 찾아오는 통증과 저림을 피하려고 어쩔 수 없이 허리를 구부린 상태를 유지하는 환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꼿꼿한 허리를 유지하고 싶다면 평소에 꾸준하게 운동하며 복근과 허리 근육을 단련하는 게 중요하다. 될 수 있으면 오랜 시간 허리를 굽힌 자세로 작업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특히 걸을 때는 시선이 아래보다는 위를 향하게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퇴행성 변화로 허리에 변형이 왔다면 이를 방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진과 치료를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약 통증과 저림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마비에 따른 보행장애와, 배뇨장애로까지 발전할 수 있어서다. 특히 배씨의 사례처럼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보존 치료로는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워 결국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배씨처럼 고령층을 수술할 때는 신체 부담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양방향척추내시경 수술을 그에게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치료할 부위에 작은 구멍 두개를 만들고서 내시경과 수술 도구를 동시에 삽입하는 방식이다. 조직 손상이 거의 없어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배씨 역시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 속도를 보였다. 수술 후 약 2주가 지나자 심한 협착증으로 펴지 못했던 허리가 곧게 세워졌다. 또 꾸준히 재활치료를 병행하면서 수술 전 느껴졌던 저림과 통증도 현저하게 줄었다.
장 센터장은 “허리는 주요 신경이 지나는 곳일 뿐만 아니라 평생 우리 몸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관인 만큼 관리와 치료법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며 “노화에 따라 자연스레 허리가 굽었다는 안일한 생각을 품기보다는 전문의와 상담해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게 건강한 백세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