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떤 곳에 형제가 살고 있었다.
형은 가난하고 동생은 잘사는 집안이었다.
어느 자식이든 똑같이 잘살 수는
없는 법이지만 제사를 지내야 하는
형이 동생보다 못 산다는 것은
그리 보기 좋은 일 아니었다.
‘없는 집 제사 자주 돌아온다’ 는
속담도 있듯이 가난한 형님댁에서는
제사를 지내느라 무척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잘사는 동생은 나 몰라라 발을 쭉 뻗었다.
그러던 동생이 철이 좀 들면서
자기가 제사 음식을 장만하여
가지고 와서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자기 집에서 제사를 지낼지라도
돈이 들지 않아서 좋긴 했지만
동생 신세만 지고 제사를 지내자니까
형은 마음이 무척 괴로웠다.
게다가 동생은 제사 때마다
음식을 해 가지고 오기가 불편했던지
자기네 집에서 제사를 아예 지내자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형님 내외는
가난이 원수라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한숨만 쉬었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하자고 하였다.
이제 아버지 제삿날이 돌아왔다.
형님은 옷을 빨아 입고
이제 동생 집에 가려고 한다.
형수도 막 나가려다가
이렇게 제사 장소를 바꾼 것을
아버지 영혼은 미처 모르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넉넉하지는 못하지만
있는 대로 음식을 차려서
아랫목에 상을 차려 두고 떠났다.
차린 상을 볼 것 같으면
시래기를 넣은 죽 한 사발, 간장 한 종지,
김치 한 접시 그뿐이었다.
아버지 영혼이 이런 음식들을 잡숫고
돌아가시리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어렸다.
한편 시동생은 형님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잠깐 눈을 붙인 사이에
깜박 잠이 들어서 꿈을 꾸게 되었다.
이 꿈에 아버지가 나타나서,
“둘째야, 벌써 자냐?
네 형은 가슴 아파하면서
여기를 오고 있는데
너는 마중도 안나가느냐면서
기다리기가 지루하다고 하느냐?
제사음식 차려 두고 눕다니,
여전히 너는 버릇이 없구나.”
하고 꾸중을 하였다.
동생은 깜짝 놀라서
아버지께 잘못을 빌고 나서 말하였다.
“이번에는 저희 집에서
아버지께 제사를 드리기로 하였으니
그동안 형님 집에서 잘 못잡수셔서
힘이 부치신 아버지께서
제가 차린 것을 많이 많이 잡수소서.
아무래도 형님은 잘 못사니까
제사상이 형편없거든요.”
그러자 아버지가 슬픈 목소리로,
“얘야, 나는 이미 먹었다.
아주 별식으로 맛있게 먹었다.
오랜만에 시래기죽을 먹었더니 퍽 맛있더라.”
하시는 게 아닌가?
우리집에서는 시래기죽을
제사상에 두지 않았는데 웬일인가 하고
동생은 꿈속에서도 의아하게 여겼다.
그때 마침 형님과 형수가
들이닥쳐서 잠을 깨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금방 꿈에 나타나셔서
잘 잡수시고 간다고 하십디다. 형님.”
“응. 그러시겠지 뭐.
동생집 제사음식이 한결 맛있으실 테니까.”
“그런데 형님, 이 제사상을 보십시오.
시래기죽이 어디 있습니까?”
“아버지는 시래기죽을 맛있게 잡수시고
간다고 그러니 도대체 어디 제사상을
받으셨다는 것인지, 혹시 형님 집에…….”
“네, 그래요.
제가 하도 섭섭해서 시래기죽으로
제사상을 보고 왔답니다.”
그 말을 들은 시동생이
절을 넙죽하면서 용서를 빌었다.
“여러 말 할 것 없이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기 저 기름진 논 열 마지기를
형님께 올릴 테니 그 논을 가지시고
제사는 형님이 지내십시오.
저만 잘산다고 형님께 으시댄 것을
아버님이 기뻐하지 아니한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형제가 다같이 잘 살아야
하지 않겠나이까~^^
.千備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