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1년 1월 6일, 김주영 시몬 주교님께서 제8대 춘천교구장에 착좌하신 이래 줄곧 우리 교우들에게 당부하신 사항은 ‘말씀살기’와 ‘찬미받으소서 살기’였습니다. 교구장으로서 발표하신 첫 사목교서에서도 이 두 가지를 강조하셨고, 이것을 더욱 강조하시기 위하여 작년(2023년) 대림 제1주일을 맞아 이례적으로 사목교서 후속문서를 발표하기도 하셨습니다.
본당 사목구 주임으로 소임하고 있는 저는 목자로서 이러한 교구장 주교님의 사목방침에 부응하여, 우리 서석 성 김대건 안드레아 본당 공동체가 올 한해동안 다음과 같이 살앋갈 것을 권고해 드립니다.
첫째,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그 말씀대로 살아가도록 노력합시다.
이를 위해 우리 서석본당 교우들은 교구 성경사목부에서 제작한 ‘말씀살기’ 교재를 활용하여 오늘(2024년 1월 1일)부터 12월 25일까지 매일 정해진 분량의 성경본문을 읽습니다. 반모임에서도 기존의 모임 형식은 잠시 미뤄두고, 그날에 해당하는 성경본문을 읽습니다. 나눔이나 공부는 잠시 접어두고, 일단 1년 안에 신구약 성경 전체를 읽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성경을 읽으시면서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한달에 한번 열리는 반모임에 저나 선교사님이 방문하여 설명해 드릴 예정입니다.
좀더 성경을 깊이있게 읽고자 하시는 분들은 곧 본당에서 개설될 ‘성서 백주간’ 모임에 참석하시면 됩니다. ‘성서 백주간’은 말 그대로 신구약 성경 전체를 백주간에 걸쳐 읽되, 일주일에 한번씩 소그룹으로 모여 그 주간동안 읽은 말씀에 비추어 자신의 생활을 나누고, 말씀 이해에 필요한 성경의 배경 지식도 학습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그 말씀대로 살아가는 모임입니다. 추후에 개설 공지가 되면 많은 교우 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아울러, 작년 5월부터 11월까지 매주 금요일 낮미사 후에 열리던 ‘성체조배와 함께 하는 주일복음 묵상’도 1월 셋째 주 금요일(19일)부터 재개합니다. 돌아오는 주일의 복음말씀을 이냐시오 성인께서 하셨던 ‘영신수련’의 방법으로 묵상하고, 궁극적으로는 관상에 이르도록 요점을 잡어 이끌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제가 직접 주관하며, 미리 주일을 내적으로 준비한다는 측면에서도 유익한 프로그램이오니 교우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한편, 미사 성제가 ‘말씀의 전례’와 ‘성찬의 전례’로 이루어져 있듯이, 말씀과 성체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매일 성경을 읽고 주님의 ‘말씀’을 받아먹어야 하는 것처럼, 매일 미사에 참례하여 주님의 몸인 ‘성체’를 받아 모시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최소한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평일미사에 참례하시기를 권고해 드리며, 이 점에 있어서 사목위원·단체장·반장님들께서 모범을 보여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를 장려하는 의미로, 2024년 1월부터는 매월 첫 토요일 오전 성모신심미사 뿐만 아니라,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에 평일미사가 봉헌됩니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매월 첫 목요일 저녁미사 및 성시간 후에 이어지던 성체신심강좌도 올 4월까지 이어집니다. 해보신 분들만 느낄 수 있는, 평일 미사 참례의 즐거움을 느껴보시는 올 한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주님의 말씀과 성체로 양육되어 점점 주님을 닮아가고 참된 주님의 자녀로 살아가려면, 주님의 어머니이시자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성모님의 도움을 청하는 대표적인 기도인 묵주기도를 꾸준히 바치시도록 권고합니다. 특별히 성모성월인 5월과 묵주기도 성월인 10월에는, 매일 미사 전에 그동안 바치던 ‘하느님 자비의 5단 기도’ 대신 묵주기도를 다함께 바치시겠습니다. 또한 성모 신심 진작에 도움을 드리기 위하여, 5월부터 10월까지는 매월 첫 토요일 오전 성모 신심미사 후에 ‘성모 신심 강좌’를 짧게 해드립니다. 이 외에도 성모 신심에 대한 각종 전례행사나 기도 모임이 개최될 예정이오니, 교우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둘째,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반포하신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정신을 살아가도록 노력합시다.
그동안 우리 본당에서는 교구에서 제시하신 20가지 실천 사항을 매주 한 가지씩 제시해 드렸고, 현재는 가정과 사제관에서 지켜야 할 사항들을 매주 한 가지씩 제시해 드리고 있습니다. 반모임에서는 이러한 사항들 중에 실천이 잘된 모범사례들을 공유해 주시기 바랍니다. 적당한 시기에 모범사례에 대한 수기를 공모하여, 시상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상의 사항들이 먼저 잘 이루어져야 성전 신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물론 올 한해 성전 신축을 위한 활동이 모두 중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된장과 냉면 판매 사업은 이뤄지고, 매월 첫 주일 미사 중에 성전 신축을 위한 2차 헌금이 봉헌되며, 본당 내외에서 신립금도 받을 예정입니다. 또한 매월 한차례 회의가 열리는 성전 건축위원회를 중심으로 토지 매입 문제 등 한적한 현안들을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사목방문(2023년 11월 24일 – 26일) 때 주교님께서 지적하셨던 바 대로, 우리 서석본당 공동체가 먼저 내적 · 영적으로 성숙해지고 견고해지지 않으면, 성전 신축 사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만일 성공한다 하더라도 공동체가 분열되는 등, 성전을 안짓는 것보다 못한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주일 내내 텅텅 비어 있다가 주일 낮미사 때에만 잠깐 붐비는 성당이라면, 몇십억원을 들여 성당을 짓지 않을 것이며, 그런 성당을 짓는데 들어갈 제 에너지를, 차라리 사목을 위해 쓰고 싶다는 것이 제 솔직한 생각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여러분께서 성당에 안 오시면, 저는 성당을 안 지을 것입니다.
모쪼록 올 한해 주교님의 사목방침에 부응하여, 주님의 말씀과 몸으로 잘 양육되어 인류 공동의 집(지구)도 살리고 주님께서 머무실 집(성전)도 마련해 드리는 공동체가 되도록 다함께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