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선으로도 통하는 신간선. 야마가타의 험난한 이타야 고개를 넘는 고속철도
신간선 - 기존선 직통운행의 새로운 시도
1987년 일본 국철의 민영화가 진행되면서 도카이도,산요,도호쿠,죠에츠 4개의 신간선 이후에는 중앙정부,지자체,운영사들이 건설비를 분담해서 내도록 바뀌면서 새로운 고속철도의 건설은 계획만 잔뜩 세워진 채로 더 이상 진전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되었다. 지자체나 운영사의 입장에선 새로운 고속철도의 건설은 필요하긴 하나 부담이 컸기 때문에 여러가지 대안을 모색해본 결과 기존에 만들어진 인프라를 활용해 고속철도를 투입하는 절충안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일본의 고속철도 신간선과 기존 재래선은 상호간에 큰 차이를 두고 있다. 궤간도 신간선이 1435mm 표준궤, 재래선이 1067mm협궤를 사용하고 있을 뿐더러 차량규격, 전력방식, 신호방식 등 여러가지 부분에서 큰 차이가 있어 이 둘을 통합하지 못한 채 신간선과 재래선이 분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1992년 개통한 야마가타 신간선은 이런 문제를 가까스로 해결해내어 신간선 - 재래선간의 직통운행. 이른바 "미니신간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 첫 테이프를 끊은 차량이 바로 400계이다.
규격의 차를 극복하라.
신간선 차량을 재래선으로 직통운행 시키기 위해 기존선의 많은것이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일단 1067mm인 오우본선의 궤간을 야마가타까지 전부 1435mm 표준궤로 뜯어고쳤으며 요네자와 이타야 고개의 험난한 스위치백 신호장들도 전동차의 성능강화에 따라 사라지는 등 실질적인 속도 향상이 이뤄졌다. 하지만 차량한계는 여전히 1067mm궤간 기준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 규격에 맞는 차량을 새로 개발해야만 했다. 도입 당시에는 6량편성으로 적은 량수에 최대한 견인력을 맞춰야 했기 때문에 6량을 모두 동력차로 하였고 신기술의 도입이 아직은 미진했기 때문에 기존 200계의 기술을 적절하게 활용해야만 했다.
차체는 길이 21미터, 폭 2.9미터의 기존선 일반 전동차 사이즈에 맞춰졌다. 차체가 작기 때문에 강성확보를 위해 강철 세미모노콕크 차체가 적용되었으며 하부에는 전장품 커버가 갖춰졌으며 추운 지역을 운행하는 특성에 맞춰 상당한 수준의 내한내설 설계가 갖춰졌다. 200계와 같은 MM' 유닛구조를 채택하여 3개의 유닛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집전장치는 12,14호차에만 작은 하부교차프레임식 팬터그래프를 두고 지붕의 고압모선으로 일체화 하여 기존선에서는 한개, 고속선에서는 두개를 모두 사용하도록 했다. 주변압기는 1차권선의 수를 조절해 기존선의 2만볼트와 고속선의 2만 5천볼트 모두 지원하며 2차권선쪽은 4분할 형태의 사이리스터 위상연속제어 회로를 구성해 견인전동기를 제어한다. 견인전동기는 210kW급 직류직권전동기를 사용했다.
대차도 기존선-고속선에서 운행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여러가지 대차가 시험되었으며 기존의 IS식을 개량해 민덴식 대차의 특성을 이어받으면서도 대차 크기를 줄이고 고속성능-곡선안정성 균형을 맞춘 지지판식 대차가 처음으로 채용되어 현재까지 모든 JR동일본 계열의 신간선 차량에 채용되고 있으며 차축도 중심부를 비운 중공축 방식으로 되어 경량화와 유지보수 성능을 확보했다. 특히 기존선 운행시 곡선 안정성을 맞추기 위해 대차 축간거리를 기존 2.5미터(기존선 차량은 2.1미터가 보통)에서 2.25미터 정도로 줄였다. 하지만 대차 축간거리가 좁아졌기 때문에 고속성능을 내기 어려워 최고속도는 240km/h에 억제되어 있으며 기존선에 들어갈때엔 130km/h에 맞춰져 있다.(그래도 시험운행 시절 345km/h까지 냈다고 한다)
제동장치는 200계와 동일한 버니어 쵸퍼를 사용한 발전제동이 포함된 전기지령식 제동이 채용되었으며 내설제동과 강력한 억속제동을 이용해 고속선에서의 최소제동거리와 기존선의 급구배에서도 충분한 제동성능을 보장하고 있다. 신호보안장치는 고속선의 ATC-2(후일 DS-ATC로 개량), 기존선의 ATS-P를 모두 만족하며 MON-3 정도급의 열차정보관리장치가 채용되어 CRT모니터로 열차의 상태를 운전사가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의 기능이 갖춰졌다.
이렇게 성능상으론 고속철도 차량으로서의 면모를 갖췄지만 기존선의 차폭은 2.9미터, 고속선에서는 3.3미터로 고속선 승강장에선 거의 50센치가 넘는 틈이 발생하여 승객 승하차에 큰 문제가 생긴다. 이를 위해 승강문 아랫부분에 접이식 스텝장치를 갖춰 대응하였다.
고속선에서는 함께 - 신간선 복합열차의 시작
기존선에서는 가급적 단편성으로 운용하는것이 적합하나 고속선에 올라타게 되면 7량의 단편성으론 비효율적으로 선로 용량을 잡아먹게 되는 꼴이 된다. 따라서 고속선 진입과 함께 다른 신간선 열차와 병결하여 복합열차로 운용함으로서 선로 용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고안되었다. 400계의 도쿄방면 선두차에 자동연결장치를 갖추고 야마가타에서 후쿠시마까지는 단독으로 운행하다가 후쿠시마에서 대기중인 "(MAX)야마비코"와 병결하여 복합열차로 도쿄까지 운행하며 반대로 도쿄에서 "(MAX)야마비코/츠바사"한편성의 열차로 후쿠시마까지 이동 후 연결을 풀고 "츠바사"가 먼저 야마가타 방면으로 빠지는 방식의 운행이 시작되었다.
초창기에는 200계 8량편성(K편성)의 선두차에 자동연결장치를 갖추어 200계와 연결해 운행하였으나 E4계가 등장하고 200계가 서서히 퇴역하면서 2002년부터는 모두 E4계와 연결해 복합열차를 운행했으며 400계가 모두 퇴역한 이후엔 E2계가 복합열차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연결할 때엔 승강장 진입 전 도쿄방면 선두부의 앞덮개(코마개)를 개방하고 역무원의 유도전호로 400계가 천천히 접근해 들이 받으면 연결기, 공기관, 전기점퍼등이 자동으로 접속된다. 해방시에는 간단한 버튼 취급으로 연결기와 접속부 연결이 해제되며 400계가 그냥 빠져 나가듯 먼저 출발하면 끝난다. 연결이나 해방작업에 걸리는 시간은 단 몇분이 걸리지 않으며 이것이 상당한 구경거리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연결 장면을 구경하기위해 몰려들기도 한다.
21세기가 느껴지는 차량 디자인에 준수한 거주성의 확보
400계는 민영화된 JR동일본이 처음으로 개발한 신간선 차량으로 디자인도 다가올 21세기의 미래지향적이고 색다른 디자인으로 인기를 받았다. 일직선으로 디자인된 유선형 선두부에 전체적으로 메탈 실버 도색을 칠해 기존 신간선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탈피한 튀는 도색이 가장 인상적일 것이다. 99년 E3계 1000번대 도입에 맞춰 도색을 변경했지만 메탈실버 도색의 기조는 그대로 이어갔다.
400계는 다른 신간선 차량보다 폭이 좁아 기존 신간선 차량과 동일한 배치를 할 수 없었다. 따라서 그린샤는 2+1배치, 보통차는 2+2 배치의 기존선 특급열차의 배치를 채택했다. 시트도 그럭저럭 넓고 LED전광판식 승객안내장치, 음료수 자판기, 매점, 휠체어 전용석 등 각종 편의 시설을 갖췄기 때문에 지역 특급열차로도 손색이 없었다. 야마가타(신죠)에서 후쿠시마까지는 일반적인 지방 특급열차 요금으로도 이용이 가능했기 때문에 후쿠시마에서 고속선을 통해 도쿄로 가는 수요 뿐만 아니라 오우본선 자체에서의 수요도 많아 예약이나 차내 혼잡도도 매우 높아져 1992년 6량 12개 편성(72량)이 도입된 후 2년만인 1994년부터 1량씩 증결되어 전편성이 7량(총 84량)으로 운행되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하에 본연의 역할을 다하다.
야마가타신간선의 건설(개량사업) 자체는 지방자치단체인 야마가타현과 운영사인 JR동일본이 비용을 분담했기 때문에 차량의 소유권도 야마가타현과 JR동일본이 출자하여 설립한 3섹터 회사인 "야마가타 제이알 직통특급차량보유"라는 회사가 소유하고 JR동일본이 이를 리스하여 운용하는 방식으로 되어있었다. 1999년부터는 야마가타신간선이 북쪽의 신죠까지 연장되면서 후계차인 E3계 1000번대가 새롭게 투입되면서 도색과 내장을 개장하여 운행되었다. 하지만 도호쿠신간선의 대규모 속도 향상 프로젝트와 함께 "츠바사"도 275km/h로 증속이 필요하게 되자 JR동일본에서는 2009년 상반기부터 E3계 2000번대를 새롭게 투입하기 시작하면서 퇴역도 급속하게 진행되어 2010년 4월 18년만에 전 차량이 퇴역하게 되었다.
하지만 미니신간선의 시초로 이 지역의 단거리 항공수요를 누르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한 400계는 큰 의미가 있는 차량이라 할 수 있었으며 선두부 한량(411-3)이 사이타마현 오오미야 철도박물관(신관)에 전시보존 되어있다.
글 : 송승학(부운영자, 787-ARIAKE)
사진 : 김성수, 송승학, Wikipedia,
동영상 : 송승학,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