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부모님께
부모님! 제가 평소에도 7일 정도 집에 들어오지 않고 놀던 적이 하도 많아서 별로 차이를 못 느끼실 수도 있겠네요. ㅎㅎ. 이 편지가 언제 도착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3일 차에 들어서 군복, 군화, 베레모 등 보급품을 어느 정도 받고 편지 쓰는 시간이 와서 편지를 씁니다.
오늘 새벽에 3:15 ~ 4:15까지 불침번을 섰는데 딱 잠들기 좋은 시간이라 오늘 생각보다 피곤하네요. 그래서 오늘 처음으로 군대에 온 것이 실감이 납니다. 저 말고 다른 친구들은 별별거를 다 들고 왔더군요. 그래서 저는 친구들(동기들)과 친해져서 여기저기 빌려서 잘 생활하고 있어요. 아직까지 뭐 한게 없어서 너무 심심하고 재미가 없어요. 얼른 훈련 시작하고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어요.
첫 입대날에는 바람도 많이 불고 해서 춥고 그랬는데 벌써 날씨가 더워요. 매우까지는 아니고 슬슬 더워지고 있어서 타이밍을 잘 잡아서 온 것 같아요. 훈련 끝날 기간에는 많이 더워지겠지만 안에 있을 때는 춥지도 덥지도 않을 것 같아요. 여기 시설은 신기하게 (제가 지난 겨울 알바로 일했던 에덴벨리) 스키장과 비슷한 것 같아요.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들어와서 자는데 원래 22명 정원에 26명이 사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관물 하나로 둘이 쓰고 있어요. 그래서 의도치 않은 협동심(?)이 길러지고 있는 것 같아요. 새벽 6시에 잠자기 시작하던 제가 6시 30분에 기상을 해야 해서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신기하게 벌떡벌떡 일어나지더라구요. 사람이란 게 참 신기한 것 같아요. 허허! 아직 훈련병도 아닌 장정이라고 부르더라구요. 입소식을 따로 또 하는데 그 이후에 훈련병이 될 수 있어요. 훈련병 되기도 힘드네요.
언제 전역하려나 막막해요. 아오~! 근데 뭐 힘들거나 그런 거 없고 동기들하고 잘 지내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아 참, 여기 주소는 인천 광역시 부평구 구산동 사서함 317-15호 17사단 102연대 3대대 9중대 1소대 1분대 16번 훈련병 김선빈. 250명 중 16번이에요. 참 16이란 숫자가 인연이 깊네요. 우편번호는 403-799. 어쨌든 다음에 뵐 때까지 몸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형, 동생들, 할머니, 할아버지께도 안부 전해주세요!!
2015. 5.14.(목)
선빈 올림
정신없이 쓰고 나서 읽어 보니 문장이고 문법이고 글씨고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네요. ㅠㅠ. 다음 번엔 더 잘 적어서 보내드리도록 할게요. 그리고 소포로 우편이랑 편지봉투, 풀, 수첩을 보내주시면 정말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앞줄 왼쪽에서 5 번째가 김선빈>

첫댓글 어쩜 군대간 아들들이 보내 달라는 것이 똑 같은 물품일까요? ㅎ
우표, 편지 봉투 , 편지지, 수첩, 볼펜 등등.. ㅎ
저는 김원중교수님의 제자예요.. 오늘 우연히 교수님홈피 들렀다가..재미있게 위문글들을 읽고 있어요. 교수님 홈피속에서<선빈>이라는 이름이 익숙해서..응원글 드립니다. 멋진청년일거라고 생각되어요..물론 군생활도 잘~ 보내실 것 같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군생활하시도록..기도드릴께요^.^
이..엔돌핀제조기술은 필시...유전 되었음이 거의 확실합니다.. 서두부터 예사롭지 않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