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기
샨티학교는 걷기와 해외이동학습이 특기이다. 코로나 시절 외국에 못 가면 올레길과 해파랑길을 걸었다.
샨티는 왜 이렇게 걷기에 목을 멜까? 걸으면 건강에 좋다는 건 알겠는데...
나의 직접 경험으로 깨달은 것은, 생각과 태도의 변화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먼저 생각이 깊어진다. 아무리 친구와 같이 걸어도 걷는 내내 대화를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집에서 잠시잠시 생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생각이 깊어질 즈음이면 어김없이 폰이나 컴을 켤 수 있는 상황과 없는 상황이 질적인 차이를 만든다. 일단은 생각이 길어야, 깊이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의 깊이는 특별히 문제에 대안을 찾거나 고민이 정리되지 않아도 상관 없다. 중요한 건 좀더 긴 호흡으로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관찰하는 시간인 것이다.
다음으로 태도의 변화다. 확실히 일상에서 짜증과 ‘싫어요’가 줄어든다. 이건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단순한 생활과 반복이 주는 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2년에 산티아고길을 같이 걸었던 녀석이 다녀와서는, 자기는 16년동안 200미터 이상이면 무조건 택시를 탔는데 이제 친구들과 어디를 가든 2킬로미터 정도면 걷자고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변화도 사람마다 오는 시기와 강도는 다르다. 조급한 부모는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 한다. “다른 애들은 산티아고 다녀와서 다들 바뀐 것 같은데, 너는 어째 그대로니...” 제발 이런 말도, 이런 생각도 하지 마시길~^^
- 우중산책
며칠전, 산티아고를 대비해서 매일 아침에 하는 운동시간에 나도 같이 걸어볼 요량으로 나갔다. 근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와서 실내활동으로 대체되었다. 혼자서 걸어야지 했는데, 세명이 자원했다. 유민, 채윤, 동건이다. 여기에 태양을 넣어면 샨티학교 체력 4대천왕인데,
우야튼 추적추적 가을비를 맞으며, 두런두런 얘기를 하며 논길을 걸었다. 아이들은 나의 스페인 무용담에 귀를 쫑긋 세우며 걸었다. 그도 그럴것이 알베르게(숙소)에서는 더우면 여성들도 옷을 훌러덩 훌러덩 벗은 채 샤워를 하러 간다는 얘기, 아름다운 여성을 만나면 어떻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는지, 자연스럽게 페북 친구가 되는지(물론 애들은 페북이 아니라 인스타 아이디를 공유하겠지), 이런 얘기들이었으니까...
우야튼 보슬비를 맞으며, 두런두런 얘기를 하며 가을 들판을 걷는 것은 청량감 200% 였다.
- 부레옥잠; 예술은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것
걷다가 논옆에 핀 꽃이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 부레옥잠이었다. 내가 저거 좀 가져가서 학교 연못에 키우면 좋겠다 했더니, 다들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다들 맨몸으로 온 터라, 담아갈 대야도 없으니 다음에 오자고 하고 그냥 지나쳐 걸었다. 이윽고 반환점인 이마트24에 도착했고, 약속대로 핫바와 음료수를 사주었다. 당근 꿀맛.
청량감과 포만감을 차례로 느끼고 돌아가려는 데, 채윤이가 부레옥잠을 상기시켰다. 나는 내심 귀찮아서 잊어버렸기를 바랐는데... 시골의 편의점이다 보니 옆마당에 낡은 대야가 하나 있다. 결국 그걸 빌려서 부레옥잠을 담아왔고, 연못에 띄워주었다.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수고로움을 넘을 수 있다.
대체로 아이들이 어른들보다는 예술적인 것 같다...
첫댓글 심원규 어제 태어났는디
애기 티가 풀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