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신곡 9곡】 "디스(DIS)의 도시, 복수의 세 여신"
9곡 디스(DIS)의 도시, 복수의 세 여신
길잡이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나의 얼굴이 두려움으로 창백해지자
그는 곧 예사롭지 않은 안색을 지우고
무슨 소리든 들으려 귀를 쫑긋 세우고 섰다.
검은 하늘과 짙은 안개로
멀리까지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베르길리우스는 긴장하며 서 있습니다. 디스로 가는 길이 검은 하늘과 짙은 안개로 멀리까지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 싸움에서 이겨야 해.
그렇지 않으면 ……. 그 위대한 분(베아트리체)의 도움이 있지 않나.
그런데 오시는 길(하늘의 전령 천사)이 왜 이리 더딘가!
단테와 베르길리우스의 힘으로는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디스의 도시입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합니다.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말에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베르길리우스가 디스의 성문 앞에서 문이 닫혀 다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단테는 공손하게 베르길리우스에게 묻습니다.
희망을 잃고 고통을 겪던
영혼이 림보에 있다가
이 낮은 지옥의 웅덩이로 내려온 적이 있습니까?
베르길리우스는 자신이 전에 이곳에 내려와 본적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곳은 가장 낮고 가장 어두운 곳이야.
또 모든 것을 움직이시는 하늘에서 가장 먼 곳이지.
하지만 내가 길을 잘 알고 있으니 확신을 가져라.
도처에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늪지가
한바탕 싸움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
이 고통의 도시를 감싸고 있군.
선생님은 이야기를 계속했지만 내 눈은 붉게 타오르는 탑의 꼭대기로 향해 있었습니다.
우리가 붉게 타오르는 탑(디스)에 들어가려하자 통곡의 여왕 페르세포네의 노예들인 세 퓨리(에르니스, 복수의 세 여신)들이 우리를 공격하려 했습니다.
이 ‘복수의 세 여신’이 아이스킬로스에 의해 ‘자비를 베푸는 여신들’이라는 이름을 얻게 됩니다.
‘오레스테이아’는 고대 그리스의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3부작을 말합니다. <아가멤논>,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자비로운 여신들>의 세 작품입니다. 첫 번째 작품 <아가멤논>에서는 그리스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이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10년 만에 귀향하던 날 아내와 그녀의 정부에 의해 욕조에서 살해됩니다.
두 번째 작품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로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와 그의 정부를 살해합니다.
세 번째 작품인 <자비로운 여신>들에서는 어머니를 죽인 오레스테스가 복수의 여신에게 쫓기어 아폴론 신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아폴론이 아테나로 가서 재판을 받도록 합니다. 복수의 여신들은 주로 친족 살해자들을 벌주는 신들입니다. 이 재판에서 오레스테스가 배심원들의 투표에 의해 동수를 이루자 아테나 여신의 캐스팅 보트로 무죄가 되자 재판에 진 뒤 분노로 아테나에게 저주를 퍼붓는 복수의 여신들에게 아테나는 ‘에우메니데스(the Eumenides)’, 즉 ‘자비를 베푸는 여신들’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주고 명예와 성소를 약속합니다.
세 퓨리(복수의 세 여신)는 여자의 골격과 몸가짐을 했는데 그들은 허리를 히드라가 칭칭 감고 있었고 머리털은 뱀들로 되어있는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무서워서 선생님에게 바싹 다가섰습니다.
이들은 성문 위에서 메두사를 불러 단테를 돌로 만들라고 소리쳤습니다.
메두사를 불러라. 저놈을 돌로 만들자!
그들은 우리를 내려다보며 울부짖었다.
테세우스를 쉽게 놔 준 것이 원통하구나!
테세우스가 페르세포네를 구출하는 것을 돕기 위해 지옥에 내려갔다가 헤라클레스의 도움으로 탈출했습니다. 테세우스의 전례가 없었다면 베르길리우스가 지옥 여행을 하려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테세우스를 놔 준 것이 원통하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눈을 꼭 감으라고 하며 내 눈을 덮어주셨습니다.
아, 견고한 지성을 가진 여러분이여!
내 비상한 글의 너울 아래
감추어진 의미를 생각해 보라!
단테는 여기에서 자기 글 뒤에 숨은 의미를 찾아내라고 말합니다.
단테의 여행은 그리스도의 세 번의 강림의 비유를 통해서, 그리스도교가 설계한 인간의 전 역사(미래까지 포함하는)를 보여 주며, 한 편으로는 그리스도 이전의 이교의 시대를 돌아보는 것입니다.
천사가 여기에 와서 문을 열어 준 것이 그리스도가 지옥에 내려와 선택된 자들을 구원하는 첫 번째 강림과 유사합니다. 그리스도는 인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한편 천사는 순례자를 지옥의 힘에서 벗어나게 하여 예정된 여행을 계속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리스도의 두 번째 강림은 천사들이 연옥의 입구에서 죄의 상징인 뱀을 쫓아버린 것(연옥 8곡)과 유사합니다. 세 번째 강림은 마지막 심판은 베아트리체가 지상낙원에 내려와서 순례자를 천국으로 이끈 것과 유사합니다.(연옥30곡)
그리고 퓨리들과 메두사가 지옥의 입구에서 등장한 것은 그리스도교의 시대가 시작하기 전, 이교의 시대를 상징합니다. 베르길리우스는 그리스도 이전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순례자의 눈을 멀게 하는 메두사의 힘을 믿습니다. 그러나 베르길리우스는 고대인의 지혜를 상징하지만 하느님의 은총이 없다면 순례자의 여행은 계속될 수 없습니다. (라고 단테는 말합니다.)
<신곡>은 그리스도 이전, 고대인의 신화적인 믿음에서 시작하여 그리스도 시대를 거쳐 마지막 심판에 이르는 전체 여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단테는 디도의 도시로 들어가기 위해 신의 도움을 요청했었습니다.
하늘의 전령인 천사가 스틱스 늪 위로 걸어왔습니다. 거대한 폭음과 폭풍이 밀려와 양 기슭의 둑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겁에 질린 수천이 영혼이 길을 터주면 잽싸게 도망갔습니다. 베르길리우스가 이제 안개 너머로 천사를 보라며 눈을 풀어주었습니다. 그분이 가느다란 지팡이로 문을 건들자 문이 열렸습니다.
"하늘에세 추방된 쓰레기 같은 망령들아!"
그분이 무시무시한 문턱에 서서 말했다.
"어찌하여 이런 거만에 젖어 사느냐!"
이렇게 악령들을 책망하고 천사는 돌아서서 그 더러운 길로 되돌아갔습니다.
우리는 아무런 저항 없이 그곳에 들어갔습니다.
인간 이성(지혜)이 디스 성벽의 문을 열지 못하고 하늘의 도움으로 문이 열렸습니다.
우리는 ‘하늘의 거룩한 말’의 보호를 받아 도시를 향해 발을 옮겼습니다.
아무런 저항 없이 그곳에 들어섰습니다. 거대한 요새에 갇힌 영혼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보고 싶은 마음에 주위를 살펴보았습니다.
문을 지나자마자 주위를 살펴보았다.
양편으로 넓게 퍼진 공간이
고통과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문을 지나자마자 양편으로 넓게 퍼진 공간이 고통과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여기는 무덤들의 고장입니다. 단테는 지옥에서 죄의 벌을 받는 공포의 추함을 보게 됩니다.
불꽃이 무덤들 사이로 솟아올라 무덤을 달군 쇠처럼 내내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슬픈 한탄의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왔습니다.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에게 저들은 누구이기에 이 석관에 누워서 고통당하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여기에는 모든 이교도 분파의 두목들과 추종자들이 누워있는데 묻힌 자의 죄에 따라 뜨겁기도 덜 뜨겁기도 하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끈임없는 고뇌와 높은 둔덕 사이를 지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