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에서 나는 질 좋은 농산물은 그 자체가 훌륭한 보약’이라는 생각으로 이들 농산물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상품화하는 연구와 개발을 거듭하는 여성농업인이 있어 화제다.
1996년 정부의 여성농업인일감갖기사업을 신청, 호박과 흑염소 가공을 시작한 노목건강촌 대표 김숙자씨(54·충북 제천)가 그 주인공. 호박·대추·칡 등 가공농산물의 종류를 넓히고 있는데, 특히 10년 이상된 칡뿌리와 유기인증을 받은 맷돌호박을 원료로 만든 음료와 진액 등 가공상품은 품질 경쟁력을 갖춘 데다 최근의 웰빙 트렌드에도 맞아떨어지면서 인기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스무살에 결혼하면서 농사를 시작해 벼농사와 채소 및 천궁·황기 등 약초농사, 소·돼지·흑염소 등 가축까지 30여년 동안 안 지어본 농사가 없다는 김씨. 그가 처음 농산물 가공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호박과 흑염소를 키우고 있는 터라 간단한 중탕기 시설만 있으면 농한기를 이용해 호박과 흑염소 가공을 직접 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2002년까지는 품질에서 차별화가 안됐을 뿐만 아니라 유통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김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보통의 호박을 가지고 남들이 하는 것처럼 다듬고 잘게 썰어 물을 붓고 삶아서 즙을 만들었으니 맛이나 색깔에서 특별할 게 없었던 거죠.”
그래서 김씨는 원료 호박부터 차별화, 유기인증을 받은 맷돌호박만을 쓰기로 하고 농가와 계약재배, 매년 30t 안팎의 유기인증 맷돌호박을 공급받고 있다. 이와 함께 가공과정에 물과 첨가제를 넣지 않고 제품의 98%를 호박원액으로 함으로써 유사제품과의 품질 차별화도 이뤄냈다. 실험을 하느라 무수한 양의 호박을 썩히고 나서야 냉동시킨 뒤 저온추출법을 써야만 물을 넣지 않고도 맑은 색깔과 제 맛을 낼 수 있다는 비법을 얻은 것이다.
칡 가공품 역시 시행착오를 통해 경쟁력을 갖췄다. “마사토에서 햇볕을 충분히 받고 자란 10년 이상 된 칡이라야만 단맛과 고유의 진한 향이 나요. 특히 전통방식으로 우려내서 만드는 칡녹말과 진액은 여름에 캐낸 칡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됐죠.” 원료칡은 마사토지역인 인근 금성면의 산에서 농가가 직접 캐낸 칡만을 구입해 사용한다. 채취 시기도 중요해 칡즙은 아무때나 캐내도 되지만 분말과 진액용은 10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캐낸 칡이라야 한다. 한해 사용하는 칡만 50~60t.
“10년 이상 된 칡은 산삼이나 다름없이 건강에 좋다니 내가 만든 칡음료가 소비자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한몫 하고 있는 것은 물론 지역의 농가는 농한기를 이용해 칡을 캐 농외소득을 올릴 수 있으니 뿌듯하다”는 김씨. 판매문제도 친환경 전문 유통점과 농협매장 납품을 통해 해결됐고, 직접 주문해 오는 단골도 꾸준히 늘어나면서 자신감과 함께 의욕이 샘솟는다는 고백이다.
김씨가 요즘 개발·실험 중인 가공품은 호박김치와 둥굴레 장아찌, 칡을 이용한 간장·고추장 등 여러 가지. 주위의 반응과 유통기간 등을 찬찬히 살피는 단계로 조만간 하나씩 새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011-491-9618.
제천=장수옥 기자
〈김숙자씨 성공 비결〉
▲최고의 원료 사용=농산물 가공품도 식품인 만큼 좋은 원료가 품질경쟁력의 기본이다. 자연산 및 유기친환경 생산물을 이용하는 등 최고의 품질을 지향한다. 재료 자체의 성분이 건강에 이로운 기능성을 갖고 있는지 여부는 첫번째 검토사항이다.
▲농사지을 때 상품화 방안 강구=평범한 작목이라도 소비자에게 직접 팔려면 포장방법·출하처 등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를 평소에 고민한다면 새롭게 개발할 수 있는 상품은 무궁무진하다.
▲현대인에 맞는 포장=주기적으로 포장 개선은 물론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고 내용물을 잘 홍보할 수 있도록 표기사항도 정확히, 선명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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