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2시간 35초에 주파해 엘리우드 킵초게(케냐, 39)의 마라톤 세계기록을 경신했던 켈빈 키프텀(케냐, 25)이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케냐육상연맹 관리가 확인해줬다고 영국 BBC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케냐 서부 엘도레트 마을 근처 도로를 운행하던 자동차 안에서 르완다 출신 코치 저베이스 하키지마나(36)도 함께 불귀의 객이 됐다.
고인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는 이날 밤 11시쯤 일어났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경찰은 킵툼이 운전하고 있었으며, 사고 차량이 "통제력을 잃고 굴렀으며 현장에서 두 사람이 즉사했다"고 말했다. 경찰 대변인은 여성 탑승자는 부상을 당해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혜성처럼 킵초게의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했던 그였다. 그는 킵초게의 2시간01분09초 기록을 34초나 앞당겼다. 그의 팀은 오는 4월 네덜란드 로테르담 마라톤에 출전, 인류가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던 1시간대 기록에 도전하겠다고 지난주에 공표했던 터라 안타까움을 더한다.
케냐 야당 지도자이며 총리를 지낸 라일라 오딩가는 엑스(X, 옛 트위터)에 "진짜 영웅"을 잃었다며 "뛰어난 인간이며 케냐 육상의 아이콘"을 추모한다고 적었다. 세바스천 코 세계육상연맹 회장은 "믿기지 않는 선수가 믿기지 않는 업적을 남기고 떠났다. 우리는 그를 진정 그리워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아이의 아빠인 그는 지독하게도 가난했다. 처음 달리기에 입문했을 때는 남의 신발을 빌려 신고 뛰었다. 그리고 4년 뒤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에 출전, 2022년에야 처음 마라톤 풀코스를 뛰었다.
통상 케냐 육상선수들은 트랙에서 활약하다 장거리로 전환하는 것이 통례였는데 처음부터 도로를 뛰어 점점 거리를 넓힌 새로운 세대의 대표 주자가 킵툼이었다. 고인은 지난해 BBC 인터뷰를 통해 트랙을 택하지 않은 것이 그저 선택할 자원이 넉넉하지 않아서였다고 털어놓았다. "트랙 대회를 돌아다닐 만큼 돈이 없었다."
그의 코치인 하키지마나는 은퇴한 르완다 육상 선수였다. 지난해 그는 킵툼이 세계 기록을 세우는 것을 돕기 위해 몇 달을 보냈다. 코치와 선수로서의 그들의 관계는 2018년에 시작되었지만, 그 둘은 세계 기록 보유자가 훨씬 더 어렸을 때 처음 만났다. "맨발로 가축을 치던 어린 소년 시절부터 그를 알았다"고 하키지마나는 지난해를 회상했다. "2009년이었는데, 아버지 농장 근처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제 발뒤꿈치를 발로 차서 쫓아가곤 했어요. "이제 나는 그의 업적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