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배, 어메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아배는 학교 문 앞에도 가지 못했다
큰아버지는 아예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고
서당 글을 배운 것이 전부이다.
아버지는 일자무식이다
큰아버지가 서당에서 배운 글을 읽는 소리를 듣고
아버지는 스스로 글을 깨우친 분이다
귀 넘어로 한글을 익혀‘옥류몽, 춘향전, 류충렬전’달밤에 읽으시다
목소리가 청아하여 동네 사람들이 들었다
예능적 소질이 뛰어나 풍류를 즐기는 여유를 가지고
대나무를 구하여 퉁소를 만들어 부시다
배우기를 좋아하고, 유모어 감각이 뛰어나 콩굴리시로 많은 사람을 웃기시다
대보름날에는 풍악 놀이 포수로 온 동리 사람들을 웃기시다
겨울마다 소똥, 개똥을 모아 거름 만들다
형제들의 농사일을 도맡아 하시며
온 순하고, 겸손 하며, 성실하게 사셨다
올곧게 키워주신 아버지
저도 이제는 자식 놈의 아버지가 되어
자식 놈들 짝 맺어 주고 낸 손에서 떠나보내고
빈껍데기가 되었다
삶의 감각 역시 볼품없이 쪼그라든다
너의 충실한 지팡이가 되고 싶다.
절대 너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아들의 올바른 삶을 위해 고뇌하는 아버지!
아배의 가르침
늘 신중해야 한다 (겸손)
하늘을 나는 새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눈물에 젖어보지 않은 아버지가 어디 있으랴
자식을 위한 아버지의 기도에는 눈물이 서말이다
참고 견디고 기다려라
결코 결코 포기하지 말라
어메의 가르침
평생 듣던 그 말씀 또 들려 주시오
‘얘야! 단디해라’(겸손)
‘세상은 혼자 사는 기 아이다. 남 열리대로 살고’
‘애야! 남을 위해 좋은 일 해라!’
상반상성(相反相成)과 물극필반(物極必反)이다
너와 내가 우리가 되는 세상이다.
너도 잘 살고 남도 잘 살아야 한다
남이 잘 살아야 너도 잘 살 수 있다
‘이기려하지 말고 저주고
멀리보고 살아라‘
‘야야! 니 잘해라’
인생의 석양에 서서
아부지, 엄마가 일러주시던 겸손하고, 늘 신중해라가 떠오른다.
낡은 성경책 읽으며
야야! 성경에 인생 사는 것은 참고, 기다리고, 견디는 것이다
매일 읽어라
삶은 참고, 기다리고, 견디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