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으로 인해 농민들이 피땀흘려 일군 터전에서 쫓겨나고, 빚더미에 앉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16일 ‘생명의 강 연구단’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4대강사업 현황 연구조사 발표에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
|
|
지난 16일 생명의 강 연구단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4대강 현장조사보고 대회가 열렸다 |
특히 이번 조사발표에서는 피해를 입은 농민들이 직접 참여해 증언했다.
▶남한강 유역 이종덕 씨 “양어장 물고기 떼죽음”
남한강 유역에서 양어장을 하는 이종덕(여주군 대신면 당남리) 씨는 “인근에서 4대강사업이 진행돼, 이 때문에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고 2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 피해를 보상 해줘야 할 시공사인 대림건설은 자연재해라고 주장했다. 또 피해조사는 시공사인 대림건설이 의뢰해 호서대에서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보상이 진행됐다. 이는 피해를 보상해야할 시공사가 스스로 피해규모를 조사·결정하고 보상하는 격으로 감리체계의 허술함이 드러났다.
또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 공공기관은 피해사실을 호소하는 이 씨에게 자신의 담당이 아니라며 다른 기관에 알아보라고 이 씨를 외면했다.
결국 시공사인 대림에 문의하자, 문제가 있다면 사법절차를 밟으라고 이 씨에게 말했고 현재 이 씨는 소송 준비중이다.
그러나 입증책임은 이 씨에게 있어 상당한 비용이 드는 피해사실 조사를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낙동강 유역 곽상수 씨 “수박농사, 마늘농사 망쳐”
3천평의 밭농사와 논농사를 짓는 곽상수(경북 고령군 우곡면 포이리) 씨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작년 7월부터 지금까지 주변 면·리들 포함, 약 20만평의 수박농사와 마늘농사가 망치게 됐다고 말했다.
피해를 입은 이유는 합천보 건설과 수위조절 문제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시공사인 SK건설과 관계기관들은 이상 기후 때문이라고 이를 일축했다.
이에 농민들은 시공사 측과 주변 주민들로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조사 하자고 제안했으나, 이 또한 시공사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또 올해 수확시기가 다가오면 피해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고, 피해액수도 집계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 유역 김희명 씨 “일대 200여 가구 피해 심각”
익산시 화산리, 성동면 일대 200여가구의 농가들은 4대강사업으로 88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했다.
이를 대표해 증언한 김희명(전라북도 익산시 망성면 화산리) 씨는 3,200평 규모의 상추시설농사를 짓고 있었으나, 작년 7월 하천 물이 넘쳐 출하 대기중이던 농작물이 모두 썩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씨는 신문고, 권익위원회 등에 피해사실을 호소했으나, 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고 다른 기관에 문의하라며 외면했다.
이리저리 호소를 하던 김 씨는 사업 시행자인 충남도청에 문의하게 됐다. 그러나 시공사인 활림건설 측은 자연재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충남도청은 피해보상을 받으려면 사법절차를 밟으라고 김 씨에게 권유했다.
|
|
|
익산시 화산리 김희명씨의 상추밭,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침수피해로 정성껏 기른 농작물이 썩어버렸다. |
이에 김 씨를 비롯한 인근 성동면과 화산리 일대 주민들이 충남도청에서 활림건설에 지급 예정인 공사대금 200억원 중 88억원에 대해 충남도청과 활림건설에 압류소송을 걸었다.
이 재판은 오는 30일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입증책임은 농민들에게 있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피해조사를 어떻게 할지 막막한 상태다.
▶속타는 농민, 한가한 지자체
이처럼 4대강 사업으로 농민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시행자인 지자체의 태도는 태평하다.
특히 충남도청은 김 씨에게 소송대상에서 충남도청을 빼주면 감정비용을 대주겠다며 물밑 거래를 제안하고, 농민들의 피해에 해당 사업 시행자인 충남도청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려 했다.
충남도청은 지난 9일 충청남도 농업기술원에서 열린 ‘3농혁신 위원회 워크숍’ 등을 통해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폭넓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여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농업, 농민에게 도차원에서 대대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충남도청은 정작 ‘생과 사’라는 갈림길에 놓인 농민들의 피해는 살펴보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도 매한가지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9월 경기도에서 열린 제17차 경기팔당 세계 유기농 대회에서 한국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또 이 당시 김문수 도지사는 “경기도는 대한민국 유기농의 중심지다. 경기도를 유기농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유기농업에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몇달 새 입장을 바꿔 경기도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유기농을 수질오염의 원인, 발암물질 생성 주범으로 광고하고 두물지구 유기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을 내쫓으려 하고 있다.
올해 4대강사업이 완료된 후, 수확시기가 되면 농민들의 피해규모와 범위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해보상을 받기 위한 입증책임은 피해를 받은 농민들에게 있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피해조사를 농가가 부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농민들은 피해를 입었으나 보상 받을 방법도 없고 하소연 할 데도 없이 농협에 진 빚만 늘어 고초를 겪고 있다. 관계기관들은 농민들의 피해를 외면하고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어청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