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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택시소식 스크랩 <나는 브라질의 택시 운전사>...한국 택시노동자 분신에 애도하며
택사랑 추천 0 조회 28 07.02.02 21:2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홍세화님의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가 생각나는 하루네요.

물론 그 책은 택시 노동자로서의 이야기보다는

홍세화님의 삶의 굴곡들을 초연히 펼쳐보인 책으로 기억에 남아있지만,

 

같은 택시 노동자로 인천에서 일하던 전응재님이 지난 25일,

월급제 사수를 위한 투쟁 중 분신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저 가슴이 먹먹합니다.

 

분신자살.....잊을만하면 또 이렇게 활활 한국 사회의 아픈 곳들이 불타오르는 것같아

멀리 있어도 마음이 편칠않네요.

 

한 생명의 불꽃이 헛되지 않길 빌며....

브라질 택시 노동자들의 삶은 어떤지 살펴보고자합니다.

(이 글은 몇 달 전에 쓴 것을 보충하여 정리한 글입니다)

 

 

*** 

 

 

브라질 상파울루에만 약 35,000 명의 택시 기사들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 27년간 택시 기사로 일한 Jose 아저씨의 이야기를 통해

브라질 택시 기사들의 삶과 한국의 택시 기사들의 삶이 어떻게 다른지,

혹은 어떤 점이 비슷한지 알아보기 위해 택시를 타고 상파울루 길을 달렸습니다-

 

 

우선, 브라질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선 택시 기사 개인의 명함부터 찾아야합니다.

그냥 길거리에 서서 오는 택시를 잡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택시 기다리며 조금씩 걷다보면 그냥 걸어서 목적지까지 도착할 때가 더 많을 정도로

길에서 택시잡기는 어려니까요.

더구나 늦은 밤 으슥한 곳에서 택시 잡기 위해 길에 서있는 행위는

강도들을 위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지요.

 

그래서 항상 택시 기사의 명함을 소지하고 있거나 휴대폰에 저장시켜두어야 합니다.

각자의 공간에서 어느 때든지 가까운 구역의 택시 정류장으로 전화를 하거나

아니면 선호하는 택시 기사의 개인 전화로 신호를 날립니다.

 

 

 

오늘은 미리 알고 지내던 경력 27년의 Jose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어서오세요. 어디로 모실까요?-

-그냥 아무데로나요-

 

어디에서건 시간이 돈인 택시 기사들을 인터뷰하겠다고 오래 붙드는 건 민폐일 것 같아

우선 택시를 타고 어디든 달리며 이야기를 시작해보았습니다.

 

 

 

 

2. 택시 회사에 소속되나요?

 

(1)이 곳에서는 한국과 같은 형태의 사납금을 내면서 한 곳에 소속되는 택시 회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택시 면허증을 소유했으면 이제 택시를 빌려주는 회사에 가서 원하는 모델로 택시를 임대하게됩니다.

Frota라는 이름의 이 택시 회사는 여러 대의 택시를 임대해주고 택시 기사들로부터 1일 평균 2만~3만원의 돈을 받습니다.

이 곳의 현재 최저 임금이 약 15만원선인걸 감안하면 상당한 금액이 1일 임대료로 나가게 되는 겁니다. 여기 브라질은 자동차를 자체 생산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전 세계의 다양한 차종을 수입하여 공급하기 때문에 자동차가 상당히 비싼편입니다.

이 Frota는 단지 택시만 빌려주고 임대료만 받을뿐 그 어떤 제재나 보장은 해주지 않습니다.

 

(2)Radio Comum이라는 형태가 있습니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택시를 소유한 기사들에게 라디오에 무전장치를 달아 각 기사들에게 손님 호출을 바로 연결시켜주는 형태로 개인 택시 기사들은 이 방법을 통해 보다 넓은 공간을 빠르게 움직일 수가 있게됩니다. 무전 숫자만큼의 일정액을 라디오 코문에 입금하는 방법이지요.

손님들은 언제 어디서든 이 라디오 코문에 전화를 걸면 가장 가까이 있는 개인 택시 기사에게 바로 연결시켜줍니다. 따라서 이 라디오 코문은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택시 정류장의 간판에는 전화번호가 반드시 입력되어 있습니다-

 

 

3. 택시 정류장 선정과 이용료-이 부분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택시 운전을 위해 시청에 등록을 하면 보통의 임대 택시 기사들은 추첨에 의해 택시 정류장을 배정받게 됩니다. 그런데 손님이 많은 정류장이 있고 한적한 정류장이 있잖아요. 그래서 좀 더 좋은 영업 구역을 얻기 위해 암암리에 뒷돈을 대기도 한답니다.

 

문제는 그 택시 정류장이란 곳입니다.

Ponto de Taxi 라고 하는데요. 이게 오늘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각 동네의 블럭마다 거의 하나씩 버스 정류장처럼 지정된 공간이 있는데, 이 곳이 사고 팔게 되어있다는군요. 즉, 그 택시 정류장의 주인이 따로 있다는 겁니다.

시청에 정류장 허가 신청을 해서 처음엔 추첨의 형식으로 돈을 내고 사서는 택시 기사들에게 1일 약 2만원 상당의 돈을 받는답니다.

보통 동네의 정류장 하나에 약 1,500,000원정도, 공항같이 좋은 곳은 약 12,000,000원 정도의 돈을 시청에 내고 다시 기사들에게서 매일 정류장 사용료를 받는겁니다.

 

이 정류장은 서로 사고 팔 수가 있다는군요.

역시 택시 기사들도 돈을 더 내고 더 좋은 곳으로 옮길 수가 있고요.

그러니까 택시 이용 문화가 완전히 이런 곳을 이용하도록 길들여진 상황에서는 돈을 주고서라도 이런 곳에 들어오지 않으면 영업 자체가 어렵다는거지요.

손님들도 이런 정해진 정류장이 아닌 곳의 택시는 잘 이용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믿을 수 없는 불법 택시 같으니까요. 그래서 보통 한 동네 오래 살다보면 택시 기사와 아주 친하게 되고 때로 잔돈이 서로 없을 경우에도 나중에 서로 주어도 되는 친구같은 관계가 형성됩니다.

예를들어 자주 가는 곳은 설명이 필요없이 정확하게 데려다주고 데리러 옵니다.

 

친구도 좋고 정확하고 빠른 서비스도 다 좋은데,

결국 택시 기사들은 택시 임대 회사에 돈을 주어야하고,

또 정류장에 돈을 주어야하는 2중 구조에 빠지게 되는겁니다.

 

 

 

4.각종 보험 혜택이나 노조 가입은 어떻게 되나요?

 

(1)브라질은 의료 보험이나 자동차 보험이 의무가 아닙니다.

 

각자 개인이 필요에 의해 자율적으로 가입하는 구조이다보니 상당히 비쌉니다.

그래서 보통의 사람들은 거의가 의료 보험에 들지 않고 많이 아플 경우에만 시 의료원 같을 곳을 무료로 이용합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로 보험을 잘 들지 않아 사고가 날 경우 정말 대책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거의 모든 자동차 소유자들이 드는 보험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동차 분실 보험입니다.

즉, 어디에서든 자동차를 분실할 경우 확실하게 내 책임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100%보상해주는 보험입니다.

워낙 강도가 많은 곳이라 순식간에 차 자체가 사라져버리고 다음날이면 조각 조각 부품으로 재 판매되기 때문에 이런 보험은 강제가 아닌데도 거의 듭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자기 차가 어디 이상이 있거나 마음에 안들 때 일부러 길가에 세워두기도 합니다. 강도들이 어서 가져가라고요. 그래야 보험 회사에서 100% 보상을 해주어 다른 차를 구입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현실이다보니 가난한 일반 택시 기사들은 사고가 나도 보상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어떤 혜택도 받을 수가 없답니다.

 

목돈을 들여가며 종합 보험에 들지 않고 영업하는 기사들이 대부분이고, 사고시 겨우 내 차량과 나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반쪽짜리 보험에 드는 경우가 50%정도 된다는군요.

또한 브라질 모든 일반 노동자들이 받는, 1년에 한 번 100%의 보너스와 1년 일한 뒤엔 반드시 1달의 휴가 혜택 역시 받지 못한다는군요.

만약에 대비한 어떤 대책도 없이 그저 아무 사고 없기만을 바라며 씽씽 달리고 있는 브라질의 택시들, 어째 타기가 좀 무섭습니다.

 

(2)택시 노조가 있어서 매달 약간의 노조비도 내는데 가입 또한 자유의사로 약 60%정도가 노조에 가입되어 있답니다.

 

그러나 노조에서 하는 일은 일반적인 새로운 법령에 대한 교육 정도에 그칠 뿐 그다지 일반 기사들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활동에는 미치지 못한다는군요.

 

 

 

 

5. 택시 요금은 어떻게 계산 되나요?

 

여기는 거리와 시간을 합산한 방법으로 요금이 적용됩니다.

기본 1.80/km 에 약 1200원 정도에서 시작하여 신호등에 대기 상태라든지 멈추어 있는 경우에도 1000원/1시간(120원/45초)으로 계산하여 합산된다고 합니다.

(2007년 1월  약 12% 정도 요금 인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평일에는 저녁 8시 이후와 주말 하루 종일은 무조건 30% 인상 요금이 적용됩니다.

일반 노동자들도 1일 8시간 이상의 근무나 주말 근무는 무조건 더블 일당(1시간 근무-> 2시간 적용)으로 계산 되는 것에 비하면 30% 할증은 그리 비싼 건 아닌 것 같군요.

그래도 사용자 입장에서보면 밤이나 주말에 택시 타고 다니면 돈 꽤나 듭니다.

물론 러시아워를 피해서는 그다지 정체되지는 않아서 시간당 할증은 좀 피할 수 있지만요.

 

그런데 이렇게 거리와 시간을 합산한 방식으로 운영해서인지 택시 기사들이 참 여유있게 운전하고 상당히 친절합니다.

조그만 짐을 들고 있어도 직접 내려서  실어주고 내려주고 다 합니다.

그래서 친절의 강도에 따라 팁도 자연스럽게 주고 받습니다. 잔돈 안받고 그냥 다 주는 문화때문인지 정말 친절합니다.

한국에 가면 제일 힘든게 택시 잡는거였고 어쩌다 저녁 늦게 총알 택시 타면 거의 초죽음 상태였던 것 생각하면 그나마 좀 위안이 되네요.

 

 

6. 실제 한 달에 얼마쯤 버나요?-수입과 택시 운전자의 고충

 

이런 질문 하기가 참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한국과 여러가지 다른 형태로 운영되는 브라질의 택시 기사들은 도대체 얼마나 버는지 궁금했습니다.

 

(1)이 질문에 Jose 씨는 할 말이 아주 많은 것 같았습니다.

 

우선, 보통의 기사들 모두가 시간이 정해진 건 없지만 아침 6시면 정류장으로 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녁 10시까지 하루 평균 15~17시간씩 운전을 한다고 합니다.

임대 택시 회사에서는 차량 손상을 대비해 하루 18시간까지만 운전할 수 있게 한다는군요.

물론 정류장에서 대기하면서 다소 쉴 수는 있지만 토요일도 없이 거의 매일을 운전대만 잡고 막히는 도로길을 달리다보면 온 몸이 아프다는군요.

거의 집에서는 잠만 자고 나오는꼴이니까요.

이건 한국의 운전사들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래도 열심히만 하면 한 달 평균 약 140만원 정도를 벌어서 임대 택시 회사와 정류장 사용료 기타 가솔린 값 등 운영료를 빼고나면 대략 70~80만원 정도 실수입이 생긴다고 합니다.

보통의 공장 노동자들이 받는 1일 8시간 근무 월급의 3배 정도는 되지만 아무런 법적 혜택도 없을 뿐더러 장시간 운전과 안전 사고에 대한 무방비 상태 때문에 늘 가슴이 조마 조마하답니다.

정말 그렇겠어요.

 

(2) 요즘 부쩍 많아진 오토바이 택배 운전자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끼어들어 쑤앙~ 앞질러 달아나다보면 손님들이 내릴 때 문짝 여는 것도 겁난다는군요. 저도 그런 경우를 많이 당해봤습니다.

정말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거리의 무법자 같았으니까요.

 

(3) 사고시 아무 대책이 없습니다.

 

물론 종합 보험에 가입하면 무슨 일을 만나도 든든하겠지만 택시 임대료 내야지요, 정류장 사용료 내야지요, 가솔린 값이며 각종 유지비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하니 어지간히 벌어서는 식구 벌어 먹이기 힘든답니다. 그러다보니 보험 가입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들지 못하고 그냥 도로를 달리게 되는거지요. 운전자 본인 역시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채로 말입니다.

 

(4) 가장 위험한 것이 역시 강도들입니다.

 

건장한 놈들 한 두어 명 턱 타고선 앞 뒤로 앉아 총 들이대면 하루 번 매상 지키려다 오히려 차까지, 더 심하면 그대로 찾지도 못할 곳으로 끌고가 소리없이 죽여버리니......항상 긴장하여 손님을 가려 태워야 한답니다. 실제로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 중에 하나가 택시 강도입니다.

왜냐면 이 곳은 거의 모든 계산 방식이 개인 수표를 사용하는데 택시료만큼은 현금으로 지불합니다.

그러다보니 택시에는 늘 현찰이 있게 마련이지요.그러니 택시 기사는 언제나  강도의 표적이 될 수 밖에 없지요. (2007년 2월부터 이제 택시 사용료도 개인 수표로 낼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정말 이건 브라질 택시 기사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공포입니다.

 

 

어느덧, 원점으로 되돌아왔네요.

한국 택시 노동자들의 불합리한 사납금 제도와 월급제 협상을 지켜보면서 시작한

 브라질 택시 기사와의 인터뷰였는데,

취재하고 보니 여기나 거기나 형태만 다르지

택시 노동자란  여전히 고단하고 위험한 직업임에 틀림없어 보이네요.

 

혹시 다른 직업을 생각해보진 않았나요? 라고 마지막으로 물어보니

여러번 생각했지만 마땅히 옮길 곳이 없어 이렇게 27년을 핸들 잡고 있다고합니다.

그러면서 아마도 아저씨 몸이 말을 안들을 때까지 핸들을 놓치 못할 것 같다고 웃으시는군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젊은 기사들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잠깐 들어왔다가 이내 떠나간다는군요.

장시간 운전에 위험 노출 그대로...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입면에선 좀 나을지 몰라도

위험한 중노동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참, 브라질엔 돈 받고 대신 운전해주는 대리운전사는 없습니다) 

 

 

"Jose 아저씨,

그래도 아저씨같은 분들이 있어 우리가 또 편하고 빠르게 다닐 수 있는 거잖아요.

힘 내시고 오늘도 안전 운전하세요!!"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신 Jose 아저씨께 감사 드리며,

이 땅의 모든 택시 노동자분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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