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탐험사 100장면 45- 양 극점을 돌아서 오다 지구를 세로로 일주한 프레드 오스틴(196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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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3.20. 03:04조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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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극점을 돌아서 오다
지구를 세로로 일주한 프레드 오스틴(1965년)
요약 프레드 오스틴과 해리슨 핀치는 양 극점을 이어 지구를 세로로 도는 비행을 시작했다. 1965년 11월 17일, 약 4만 2,000km를 62시간 27분 만에 무사히 귀환했다. 애초에 목표했던 양 극점을 이어서 돌며 우주 방사선의 종류와 양이나 고공 난기류 등을 알고자 했던 항공관련탐험비행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폴캣호 앞에 선 두 기장 해리슨 핀치(왼쪽에서 두번째)와 프레드 오스틴(오른쪽에서 두번째), 양극점 상공에서 조종을 맡은 번트 볼천(가운데 · 그는 버드가 최초로 남극점에 비행했을 때 동행했었다), 공식 기록원 로웰 토머스(맨 오른쪽) 그리고 조종사들(1965년 11월 17일)
1965년 11월 14일, CBS 라디오 방송을 들은 수백만 미국인은, 비행의 역사에서 아주 뜻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로웰 토머스입니다. 태평양 상공이 보잉 707기 폴캣호 기내에서 말씀드립니다. 여기에는 조종사와 정비사 · 과학자 · 저널리스트 40여 명이 타고, 과학 장비도 2.3톤이 실려 있습니다. 우리는 하와이에 가서, 거기서부터 알래스카-북극점-영국-아르헨티나-남극점-뉴질랜드를 거쳐 하와이로 돌아오는 세계 일주 비행을 시작할 겁니다.
이것은 처음 시도되는, 양 극점을 이어 지구를 세로로 도는 항정(航程)입니다. 폴캣호는 시속 800km에 항속거리 1만 2,800km이며, 제트 엔진 4개를 달고 있습니다. 이 비행의 목적은 항공 관련 과학 탐사입니다."
폴캣의 두 지휘관 프레드 오스틴(51)과 해리슨 핀치(50)는 조종사 출신이었다. 이 비행은 1964년 봄 오스틴이 핀치에게 제의해 이루어졌다.
"보잉 707 제트기라면 항속거리로 보나 크기로 보나 해낼 걸세. 우리가 우주 방사선이나 고공 난기류 같은 것을 연구할 적절한 장비만 갖춘다면, 안전 비행은 물론 지구 과학에 도움이 될 자료를 많이 얻을 걸세."
뉴욕탐험가클럽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모금을 시작했다. 록웰 스탠다드사의 윌러드 록웰 회장이 20만 달러를, 플라잉 타이거 라인사는 15만 달러어치의 비행기와 연료를 대주기로 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폴캣호에서 '록웰 극점 비행 계획'의 공식 기록가 로웰 토머스가 전해 드립니다. 우리는 11월 15일 오전 5시 54분 호놀룰루 공항을 떠났습니다. 폴캣호는 극지에서 써본 일이 없는 관성항법시스템(INS)을 작동하고 있습니다.
또 우주비행사들이 무선 통신이 끊겼을 때 천체를 관찰해 고도와 위치를 알아내는 시스템을 발전시키려 전문 항법사를 동행케 했습니다. 고공 비행용 산소마스크를 개발한 랜덜프 로벨라체 박사는 극지 고공 비행과 관련한 의학 문제를 연구할 것입니다."
폴켓호는 하와이를 떠난 지 8시간 36분 만에 북극점 상공에 다다랐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로웰 토머스입니다. 조금 전 오후 2시 30분 우리는 북극점 상공을 지났습니다. 그 직후 우리는 1시간 동안 해돋이와 해넘이를 연이어 보는 희한한 체험을 했습니다. 우리 위치에서 볼 때 해가 서쪽에서 뜨더니 1시간 뒤 동쪽으로 졌습니다. 그것이 제가 본 월요일 낮의 전부입니다."
폴캣호는 런던의 히스로 공항에 내렸으나 연료를 가득 채우고 이륙하기에는 활주로가 짧았다. 할 수 없이 연료를 적게 싣고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다시 보충하기로 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폴캣호의 로웰 토머스입니다. 세르게 코르프 박사로부터 왜 우주 방사선을 연구해야 하는지 듣겠습니다."
"그 연구가 아직껏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2년 전 적도를 따라 세계를 돈 비행 때 연구했었지만, 극점을 이어서 돌며 연구한 적은 없습니다. 인공위성으로는 대기권 내를 측정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초음속 시대에는 대기권 내에서 조종사와 승객이 더 많은 우주 방사선에 노출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의 종류와 양을 알아야 합니다. 뉴욕 대학에서 빌려온 중성자 계측기와 검출기를 쓰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빌려온 이온측정기로 실험실과 기내의 방사선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폴캣호는 11월 16일 1시 31분 리스본에 착륙해 연료를 싣고 아르헨티나로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로웰 토머스입니다. 코르프 박사에게 고공 비행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난기류에 관해 들으시겠습니다."
"화창한 날의 난기류는 경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아주 위험합니다. 시속 960km로 나는 제트기는 난기류로 말미암아 심하게 흔들리거나 경로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단축(單軸) 가속도계로 난기류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편승하고 있는 제트 기류는 난기류와 어떤 관계입니까?"
"난기류는 종종 제트 기류에서 발생합니다. 그런데 기상관측소가 거의 없는 남반구의 제트 기류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조종사들은 시속 1,200km를 내는 제트 기류에 편승하거나, 거기서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우리는 각각 다른 시간대에 제트 기류를 네 번 만나 많은 것을 조사할 수 있을 겁니다.
미국 기상청은 우리에게 대기중 오존과 이산화탄소 양을 측정하는 장비를 제공했습니다. 지구에 온실 효과를 가져오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산업체는 북반구 중위도에 몰려 있는데, 이산화탄소가 남반구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이것이 지구 전체에서 뒤섞이고 있는지, 이것을 옮기는 기류가 있는지 조사할 겁니다."
리스본에서 9,500km를 날아 11시간 56분 만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 폴캣호는 연료를 싣고 남극으로 날았다.
"안녕하십니까, 로웰 토머스입니다. 폴캣호가 막 남극점 상공을 지나고 있습니다. 지금 고도는 1만 1,280m입니다. 코르프 박사에게 묻겠습니다. 우리가 찍는 구름 사진은 어디에 쓸 겁니까?"
"지구 궤도에서 기상관측용 타이로스 위성이 보내오는 사진은 구름 위에서 수직으로 찍은 것인데, 우리는 옆에서 수평으로 찍습니다. 이 둘을 합쳐 완전한 구름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폴캣호가 뉴질랜드 크리스트처치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11월 17일 오전 9시였다. 그들은 곧바로 하와이로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로웰 토머스입니다. 마침내 호놀룰루 공항이 보입니다. 이곳을 떠날 때 받은 꽃다발이 아직 싱싱하군요. 그동안 청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1965년 11월 17일 오후 12시 41분 폴캣호는 무사히 귀환했다. 약 4만 2,000km 62시간 27분(실제 비행 시간은 41시간 27분)에 날았다. 비행 거리는 놀랍게도 1924년 미국 육군항공대가 지구를 가로로 일주한 거리와 같았다. 그러나 그들은 여섯 달 걸렸고, 폴캣호는 이틀 반나절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