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비가 온 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장마로 날은 흐려
밖에서 일하기에는 덥지 않아 좋은 날이다.
다른 집과 달리 내 밭의 감자는 대궁이 일찍 말라 캘 시기가 지났지만
서울서 아이들이 감자캐기 체험을 하러 오겠다 하여 두었다.
그 아이들이 오늘 도착하여 땀을 흘리며 감자를 캔다.
검은 흙을 헤치면 하얀 감자들이 방글방글 웃으며 나오는 듯 하고
밭을 누비는 아이들의 토실한 종아리들도 싱그럽다.
아무래도 처음 캐는 도시아이들이라 떠나고 난 뒤에 보니
절반 정도는 흙 속에 그대로 묻혀있어 슬몃 웃음이 난다.
모쪼록 좋은 추억, 오래 간직하기를...
집 옆 초등학교의 원어민강사 해리는 일주일에 두어 번 내 집에서 우리말을 배워
이제는 경우에 맞게 감사합니다. 맛있어요 등 곧잘 하기에 대견하다.
방학을 맞아 한 달 예정으로 미국에서 해리의 약혼녀가 왔다.
스물 두 살 앳되고 날씬한 아가씨로서 후리후리한 키의 해리와 잘 어울리고
처음 보는 한국 땅이건만 연신 아름답다, 아름답다 감탄한다.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 하여 모레로 약속했으니
야채를 듬뿍 넣어 비빔국수를 만들어 줄 터...
장날이다.
정선오일장이 “한국 관광의 별 10선”에 들었다 하지만
그 전에도 장날이면 사람들은 많이도 찾았다.
장날이면 청량리 역에서 아침 일찍 떠나는 기차에
선남선녀들은 먼 곳의 여행에 부푼 가슴으로 오르고,
원주에 이르러 가파른 치악산 중턱을 지나며 강원도에 왔음을 안다.
민둥산 역을 지나 정선 역에 도착하는 시간이 열두 시라
이내 점심시간이다.
삼삼오오 짝을 이룬 길손들은 콧등치기국수며 올챙이국수를 찾아 장마당을 돌고
이야기로 들은 곤드레밥을 잘 한다는 집을 찾는다.
오래 전부터 여행의 맛에 식도락이 빠질 수는 없지만
강원도의 맛은 여느 지방과 달리 맛갈스럽지는 않다.
그저 오랜 세월 무던하게 살아오는 정선사람들을 닮은 맛이라 생각하면
틀리지는 않겠다.
옥수수로 만든 막걸리도 한 잔 들이키고 곤드레만드레 막걸리도 맛을 보고
이리저리 둘러보면 한 나절은 지나가나니,
여행의 마지막은 군청 옆의 우람한 건물 문화예술회관에서 장식한다.
애시당초 정선은 정선아리랑의 고장이라 장날이면 문화예술회관에서
뮤지컬로 구성된 아리랑 공연을 하며,
정선아리랑을 널리 알리고자 함이라 무료다.
배우들이야 모두 늙수구레한 이들이 모여 구성진 아라리를 부르며
오래 전 일정 시대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는 정선사람들의 희노애락을 보여주니,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아라리로 이루어진 독특한 구성에
길손들은 마음 가득 감동을 안고 일어선다.
궁벽진 먼 곳을 찾아 뜻밖의 멋진 공연을 감상한 행운에 행복도 느끼며...
공연이 끝나는 시간이면 청량리로 떠나는 열치가 기다리므로
군청에서는 버스를 마련하여 늦지 않게 보낸다.
떠나는 기차에 손을 흔들며 정선사람들은 노래한다.
정선같이 살기 좋은 곳 놀러 한번 오세요
검은 산 물 밑이라도 해당화는 핍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첫댓글 여기살림 다 때려치우고 정선 산골에 갈까봐요.
나그네님 사진 사진방에서 어제 보았는데 완전 도인 모습입디다 ㅎㅎㅎ
어설픈 농부같기도 하시고...어느곳이든 정든곳이 고향이 된다는데..부럽습니다.
어설픈 농부가 맞아요. 정선을 사랑하는...ㅎ
아,,대구에서 정선으로 가는 기차는 언제 출발할려나,,,,대구시청에다가 건의라도 해봐야 할까 보네요,,,ㅎㅎㅎ
감자캐기 체험 시킬려고 대궁이 말라 버릴때까지 놓아 두셨다니,,,참 대단하십니다,,,
대구 정선 기차가 생겨도 좋겠네요.ㅎ
형님~저 방금 도착해서 형님글 보고 있습니다...지금 올릴 "정선을 다녀와서..."로 댓글을 대신 하겠습니다...
감사 합니다...형님~
잘 올라갔군요. 언제 또 볼까나...
정선의 꽃, 정선 아리랑~!!
정선으로 굴러온 돌, 정선 나그네님~~~~~~~~~~~~~~ㅎㅎㅎㅎㅎ~~!!
글러온 돌이 이제는 박혔어요.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 것은 조림하려고 따로 골랐다는...
정선나그네님 정스럽게키운 감자 드디어 캐어다구요,노고에 박수 짝짝!!
2킬로 정도 심어 40킬로를 수확했으니 몇 배가 남는 장사인지...ㅎ
정말 가고 싶네요...그곳에...정선에....^^
때가 있겠지요.ㅎ
이른봄 씨뿌리시고 한여름 20배의 수확을 거두셨으니
참 잘하셨습니다. 땅은 거짓이 없다고 하던데 수고의 댓가를
톡톡히 받으신듯 합니다. ㅎㅎ^^
그렇습니다. 노력한만큼 땅은 되돌려주지요.
형님이 정선 홍보요원 같습니다..ㅎㅎㅎㅎ
어쩌면 그렇게 정선을 예쁘게 소개를 잘 하시는지..
담달이면 약간의 여유가 생길것 같습니다.
정성 아리랑 부르러 꼭 가볼 계획입니다..ㅋ
그러세요. 오시어 좋은 추억만드시기를...
그간 꽤나 강원도에 많이 갔었는데 콧등치기, 올챙이국수 를 한번도 못 먹어 봤네요 ㅎ
그맛이 일품이라던데요..쩝쩝 ..오늘 초복이라고 비는 부슬부슬 감자전 생각이 더욱 ㅎㅎㅎㅎ
전 어제 올챙이 국수 정선 5일장에 가서 먹어 봤어유~
아주 특이한 올챙이 닮은 모양새와 시원한 초국물에 오이 송송 썰어 넣어
정말 맛있더라구요...가시면 꼭함 드셔 보시길...잔치국수는 별로...ㅎ
네~ 두가지 선택이면 서비7님 말씀대로 꼭 올챙이 국수를 주문 하겠습니다 ㅎ
님의 자세한 설명 덕분에 더 먹구 싶어 지네요 ㅎㅎ
올챙이국수는 옥수수로 만들고 콧등치기국수는 메밀로 만드는 차이가 있지요.
본시 구황식품이였기에 남도음식처럼 맛갈스럽지는 않아도 건강식품으로 각광받습니다.
잘 보고, 실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