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원(무리뉴)와 제2의 무리뉴(보아스)가 만났다. 그들의 짓궂은 인연은 무리뉴가 EPL로 돌아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둘 다 첼시 감독 경력이 있으며, 첼시에서 경질된 경험 또한 있다. 하지만, 그들이 닮았다는 이유는 그들의 이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전술적인 공통 분모에서 비롯된다.
촘촘하게 짜여진 공수 라인과 안정 지향적인 전술에 빠른 역습을 통한 공격 전개, 그리고 좌우 측면 공격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보아스는 무리뉴의 그늘에 가려져 있는 존재다. 오늘 카메라는 무리뉴를 앞선에 그리고 바로 뒷선에 보아스가 앉아 있는 모습을 절묘하게 담아냈는데, 이것이 그들을 평가하는 세인들의 평가를 대변해준다고도 볼 수 있겠다.
오늘 경기는 그래서 관전 포인트라고 한다면, 축구계의 스페셜 원을 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보아스가 뛰어넘을 수 있을 까에 맞춰져 있을 것이다. 분명, 전반전만 놓고 보면 보아스는 무리뉴의 축구 철학을 전수 받은 사람 못지 않게 대등한 양상에서 경기를 전개해 나갔다.
이후 이른 시점에서 시구르드손의 선제골이 터졌고, 토트넘 팬들은 환호했다. 첼시 팬 입장에선 폼이 많이 하락한 에투 대신 토레스가 나왔는데, 토레스가 측면과 오프라인 선상에서 침투해들어가면서 동료들을 적절히 이용하는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무리뉴 체제하에서의 토레스 활약에 대한 의구심을 분몀하게 지울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토레스가 고군분투한 첼시는 그를 뒷받침해주는 2선의 지원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에 추격골을 개시하지 못했고, 아쉬움을 뒤로 한채 후반전을 대비해야 했다.
향간의 소문으론 마타가 팀을 떠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마타는 오늘도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마타가 교체되어 나온 후반전, 경기 양상은 여기서부터 달라졌다. 마타의 전매특허인 간결한 패스를 주고 받다가 상대 수비라인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쭉 찔러 넣는 킬패스가 토트넘 수비 진영을 붕괴시켰다.
토레스는 드디어 든든한 지원군의 도움을 받으며, 경기장을 종횡무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다소 아쉬운 점은 베르통헨과의 1대1 대결에서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며 경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내 다시 베르통헨과 신경전을 벌이며 추가 구두 경고를 받았다.
결국, 토레스는 10여분을 남긴 채 퇴장 당했는데, 역시 상대는 베르통헨이었다. 첼시가 마타의 프리킥 상황에서 테리의 추격골로 경기 양상을 첼시 쪽으로 완전히 돌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나는 퇴장 당하는 상황을 유심히 봤는데, 헤딩 경합 상황이었고 달려든 쪽은 토레스였지만, 토레스의 옷깃을 잡아 끈 것은 베르통헨이었다. 둘다 경고 한 장에 구두 경고가 있었고, 만약 퇴장을 당한다면 토레스 뿐만 아니라 베르통헨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마도 무리뉴가 후반 막판에 토트넘 코치 진영으로 넘어가 잔소리를 해댄 것은 그 부분에 대한 강한 어필일 것이다. "당신네들은 심판 덕을 톡톡히 보고도 결국, 골을 넣지 못할 것이다." 라는 신경전은 아니었을 까.
토트넘의 보아스가 공격적인 용병술을 발휘하는 사이 첼시는 토레스가 퇴장 당하는 바람에 김이 빠질 새도 없이 수비진에 아스필리쿠에타를 교체 투입하며, 토트넘의 후반 막판 맹공을 무사히 넘겼다. 무리뉴의 순간적인 대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전반전만 놓고 보면, 보아스가 무리뉴와 대등 선상으로 올라설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후반전까지 다 지켜본 결과 역시 무리뉴는 보아스보다 한 수 위에서 경기를 지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평소 중용하지 않던 마타를 중요한 순간에 투입시킨 그의 과감한 결단력 또한 다소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여기서 마타 길들이기냐 마타에게서 마음을 떠난 것이냐에 대한 향간의 소문엔 이제 슬슬 마침표를 찍을 때가 온 것 같다.
마타는 오늘 충분한 활약을 했고, 무리뉴도 만족감을 드러냈을 것이며, 만약 그가 마타에게서 마음이 떠났다면 하필 중요한 순간에 그를 투입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무리뉴는 마타를 길들이고 있다. 첼시는 토레스의 퇴장으로 승점 1점을 따는 데 그쳤고, 토레스가 경고를 받는 장면에서 추후 중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드리우지만, 무리뉴는 이제 충분히 첼시에 재안착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오늘은 첼시가 몇 골을 더 넣었어도 무방한 경기였으며, 다소 운이 따르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그에 반면, 보아스는 확실히 몇 걸음 뒤쳐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들의 두 번째 조우를 기대하며, 이상 관전평을 마치겠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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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진 첼시 맨시티 아스날 3파전예상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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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류마 센스 최강
오랜만에 웃겼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닭들은 요즘 왜이리 빈공 이지???
경기당 2골이상을 본적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