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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 제 10차 산행]
1. 일자:
2. 날씨: 맑음
3. 인원: 5명
4. 대상: 智異山 장당골, 치밭목능선 / 경남 산청군 삼장면 소재
5. 코스: 장당골-무제치기폭포-치밭목능선 (도상 21㎞, 산에서 보낸 시간 25시간, 산행 11시간)
내원교(
6. 후기
지리산 두 번째 고봉인 중봉(1,875m)에서 동쪽으로 가지 친 줄기가 써레봉능선이다. 이 능선은 지리산에서 보기 드문 아기자기한 암봉을 빚어놓고 작은써레봉(1,587m)에서 두 갈래로 나뉜다. 한 줄기는 치밭목과 비둘기봉을 지나 삼장면 대포리에서 꼬리를 내리는 치밭목능선이고, 다른 한 줄기는 국수(사)봉과 구곡산(961m)을 거쳐 시천면 외공리에서 덕천강에 안기는 황금능선이다. 두 능선 모두 산죽으로 명성이 높다. 특히 황금능선은 능선 상의 무성한 산죽(조릿대)군락이 햇빛을 받아 반사되면 마루금 전체가 추수를 앞둔 황금들녘을 연상시킨다. 이 두 능선 사이에 장당골과 내원골이 패였다. 두 골짝 물은 내원사 앞에서 모아져 덕천강으로 흘러 들어
장당골은 골짜기와 능선이 너무나 복잡하게 얽힌 곳이다. 특히 장당보호소 위쪽부터 그렇다. 게다가 접근성도 좋지 않다. 황금능선과 치밭목능선이 산죽을 앞세워 장벽처럼 둘러쳐 있고, 딱 한 곳 트인 물길은 출입금지구역이라는 명분으로 내원사 입구에서 통제하고 있다. 설사 접근을 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산길은 만나기 쉽지 않다. 지형도에는 많은 옛길이 점선으로 나타나 있지만 대부분 키 큰 산죽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헤집고 나아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번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산씨 종친들과 친목산행을 가졌다. 산씨는 사이버공간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성이다. 산행지는 첫날 구곡산, 다음날 장당골과 치밭목능선이었는데 당일 산행출발지에서 앞뒤가 바뀌어 제법 긴 산행이 되었다. 나는 첫날만 산행했으며, 다음날은 바깥내원 천문사 앞에서 구곡산 산행팀을 배웅하고 진주의 한 일행과 돌아섰다. 아버지 생신 일정 때문에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원사와 반야교.
이번 산길에서 눈 여겨 볼 것은 장당보호소 위쪽 지계곡 건너서부터 헬기장 너머 정규등로까지의 산길과 장당골 본류 및 지류를 건너는 횟수, 그리고 몇 개의 시멘트다리가 놓여 있는지 등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장당골 본류는 아홉 번, 지류는 세 번 건넌다. 시멘트다리는 첫 번째부터 여덟 개가 가설되어 있다. 작년에는 네댓 개였는데 최근에 새로 건설한 모양이다. 만약 조금 전 지나친 옛길을 이용하면 본류는 장당보호소 직전에서 딱 한 번만 건너면 된다. 옛길은 첫 번째 횡단지점 직전 계곡 우측으로 나 있는데 여덟 번째 횡단지점을 건넌 후에 임도와 만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다리를 건너자 2~3분 간격으로 다리가 나타나는데, 주위로는 아이들이 물놀이 하기에 알맞은 널따란 소가 푸른빛을 내고 있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버들강아지는 햇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어느새 마지막 다리에 다다른다. 왼쪽에 그대로 남아있는 돌다리가 정감어린 풍경을 자아낸다. 임도는 이 다리를 건너서부터 계곡과 간격을 벌리며 이어진다. 옛날 마을이 있었는지 축대가 보이고 홀로 선 감나무는 외롭다 못해 쓸쓸함이 묻어난다. 상봉, 중봉, 써레봉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데 마치 캐러밴 중에 고산을 보는 듯하다. 얼마 후 두 채의 민가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태극기가 공중에 펄럭거리고 임도 가장자리에는 두릅나무가 울타리처럼 늘어서있다. 민가 한 채는 사람이 살지 않는 듯 어수선하다.
여덟 번째 횡단. 우측에 시멘트다리가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듯한 민가.
길게 누워 있는 장당골이 편안하게 느껴질 즈음 또 다시 중봉과 써레봉이 고개를 내민다. 산은 보는 각도에 따라 차이가 많은 것 같다. 적어도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한 번 이상 보아야만 제대로 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중봉이 높은데도 여기서는 써레봉이 더 높게 보인다. 국립공원구역이라 적혀있는 바위를 지난다. 여기서부터 국립공원이라는 말인지, 아니면 이곳이 국립공원이라는 것인지 헷갈린다. 아마 후자이겠지. 초록색 페트병으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곳에서 목을 축이고 조금 진행하자 정면에서 약간 왼쪽으로 지류 하나가 열리고 본류는 오른쪽으로 감아 돈다.
본류 마지막 횡단 지점.
장당보호소.
작년 여름 하룻밤 묵은 적 있는 장당보호소에 잠시 들렀다가 10여분 올라가자 밭처럼 너른 터가 나오는데 바로 머구 자생지다. 지금은 잿빛으로 황량하지만 머구잎이 돋아날 때면 초록의 상큼함에 매료되어 저절로 발길이 머물러지는 곳이다. 머구는 머위의 방언이며, 잎은 살짝 데쳐서 고기 한 점 싸서 먹으면 싹쓰럼한 맛이 일품이다. 바위 왼쪽으로 열린 길은 미역줄기나무와 넝쿨이 붙잡지만 이내 순탄해지고 왼쪽으로 샛길 하나를 내어준 뒤 계곡과 만난다. 이 계곡은 동래정씨묘가 있는 1,252봉 능선 좌, 우 골짝이 합해진 것으로 장당보호소 바로 위에서 장당골 본류에 흡수된다.
계곡을 건넌다. 열 번째 횡단이다. 이 계곡을 왼쪽에 두고 성근 숲 속을 완만하게 오른다. 10여분 가자 작년 여름 이 계곡을 타고 내려오다 헤매던 곳에 닿는다. 지형을 유심히 살펴본다. 왜 여기서 헤맸는지 의아심이 든다. 뭐든 답을 알고 나면 무릎을 친다. 특히 수학이 그렇지만 산길도 마찬가진 것 같다. 그러면서 다음에 또 반복하는 것까지. 그 땐 비가 왔고 어두웠다는 데에 다소 위안하며 길을 잇는다.
열번 째 계곡 횡단지점.
조림지대를 지나면서.
이제부터 산길은 1,252봉 능선 우골(오름 기준)을 따르는데 산죽과 돌밭길이 연이어진다. 날 선 곳은 없고 대체로 완만한 오름이다. 날은 맑고 포근하여 걷기에 아주 이상적이다. 날씨가 변덕을 부리는 3, 4월엔 이런 날을 맞기가 쉽지 않은데 평소 산씨들이 덕을 많이 쌓았나 보다. 계곡을 우에서 좌로 건너는 곳에서 배낭을 내리고 계곡수로 목을 축인다. 이런 물만 먹고 산다면 신선이 따로 없겠지. 예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라고 했다.
달콤한 휴식을 끝내고 다시 배낭을 들춰 멘다. 계곡에 바짝 붙은 길은 다소 거칠어진다. 계곡물에 신경을 세우며 오른다. 적당한 곳에서 점심용 식수를 확보해야 한다. 열두 번째로 계곡을 건너 10분쯤 오르니 왼쪽으로 희미한 길이 나타나고 본 길은 오른쪽으로 약간 비틀어진다. 배낭을 내리고 식수를 확보하는데 한 일행이 여기서 점심을 먹자고 한다. 헬기장에서 화기를 다루기엔 바람이 거슬렸던 모양이다. 모두 동의하고 계곡으로 자리를 옮긴다. 계곡 건너편에 리본 두 개가 달려있다. 여기가 바로 헬기장과 장구목으로 갈리는 곳이다. 하지만 장구목까지는 길이 없다. 선행자의 흔적이나 계곡치기 등을 통해 알아서 가야 한다. 삼겹살과 반주를 곁들인 오찬을 갖는다. 진주산 머루주와 유화표 만둣국이 일품이다.
오후 2시경, 시간 반 동안의 점심시간을 끝내고 오후산행에 나선다. 뒤돌아서 장구목이 보이는 곳에서 짙은 산죽을 10여분 헤치자 툭 트인 헬기장이다. 정면으로 비둘기봉과 치밭목이 보이고 그 아래로 무제치기폭포의 하얀 빙벽이 눈에 잡힌다. 뒤돌아본 장구목과는 비슷한 눈높이다. 한편, 야영 하기에도 그만이다. 터가 너르고 장당골 본류와도 4~5분 거리라 식수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금줄을 나와 아직도 한겨울인 듯한 무제치기폭포를 둘러보고 새재삼거리를 거쳐 치밭목능선으로 오르다 한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장당골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유장하게 내려가고 치밭목능선이 안산처럼 눈에 들어온다.
산죽은 점점 거칠어진다. 두어 개의 봉우리를 넘어 잠시 휴식을 하면서 목도 축인다. 1,023봉은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한 곳에서는 질러가기 위해 길을 벗어나 산죽 속에 들어갔다가 잡목과 넝쿨 때문에 되돌아 선다. 평소에도 안 굴리는 잔머리를 산에서 굴렸으니 내가 생각해도 민망하다. 산죽은 계속되다 삼각점이 박힌 1,018봉에 다다라서야 누그러진다. 바위를 타고 올라선다. 금줄을 넘어선지 1시간 20분만이다. 기대와 달리 박무와 역광으로 상봉 방면의 조망은 별로다. 동자표 막걸리도 동나고 없다. 다만 실루엣으로 바라보는 맛이 그런대로 괜찮다.
유평삼거리이자 치밭목능선 들머리.
왕등재와 외고개 방면.
지나온 능선.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서.
앞으로 대포리 날머리까지는 3시간 이상의 거리다. 불 달고 하산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듯. 벌써 몇 번째인가. 장당골만 들면 불을 써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이런걸 징크스라고 하는 걸까. 그러나 문제될 것은 없다. 다소 길은 거칠지만 능선이고 내원야영장이 최종 목적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삼각점을 뒤로한다. 얕은 안부에서 석남사지 갈림길을 확인하고 거기서 30여분 후에 목장승이 있는 헬리포트를 통과하니 저 멀리 주산과 구곡산이 실루엣으로 나타난다.
구곡산과 주산(뒤).
오후 6시 6분, 하루를 다한 해가 주능선 촛대봉에 걸린다. 푸른색 페인트가 칠해진 소나무를 지나 빵과 떡으로 허기를 채우고 짧은 바위지대에서 마지막으로 상봉을 조망한 후 637봉 부근에서 능선을 탈출하기로 한다. 6시 52분, 마침내 탈출시작. 맨 뒤에 따라 붙는다. 10여분 내려가자 사면길이 나오는데 선두가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얼마쯤 가다가 능선으로 붙는 듯하다며 다시 오른쪽으로 탈출한다. 벼랑지대를 만나자 오른쪽으로 우회하는데 저 아래 임도에 차량 불빛이 보인다. 아마 민가로 들어가는 차량이지 싶다. 조심스레 내려가니 또 다른 사면길이 나온다. 이번에는 선두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사면길이 지계곡을 건너기 직전 낙엽이 수북이 쌓인 건계곡을 치고 내려가니 다시 길이 나오는데 옛길이란다. 참 편안한 길이다. 가느다란 철판이 놓인 지계곡을 지나 다시 7분 후에 옛길을 버리고 여섯 번째 시멘트다리 직전 임도에 내려선다. 여기서 내원교는 25분이면 닿는 거리다. 랜턴을 끈다. 길고 거칠었던 하루 산행을 반추하면서 터덜터덜 내려간다. 발걸음이 가볍다. 아마도 아름다운 야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리라. 끝.
촛대봉 일몰.
상봉과 중봉.
능선 탈출.
임도, 여섯 번째 다리를 건너면서.
걸어간 길.
첫댓글 어김없이 이번에도 지리산학 공부 하고 오셨군요 ~
장당골도 출입금지 되기전에는 참 놀기 좋은곳였는데,,,
가을에 감나무밭 사이로 비추이는 햇살도 좋구요..
치밭목산장 민대장은 잘계시던가요?
다니시다 보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산학님과 지리 어느 곳에서 만날지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저도 20대 초반에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물만 보고 왔습니다만... ㅎㅎ
치밭목산장까진 가지 않아서 민대장님의 근황은 알 수 없었구요.
저도 만나뵙길 희망합니다. ^^
언젠가는 가게될 장당골,가을에 단풍이 무척 좋다고 소문을 들었습니다만
어떻게 이어야 할지 고민이군요. 치밭목능선은 답사한 능선이라 내원사능선과 잇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군요. 그런데 동자표 막걸리는 어이하여 동이 나셨는지요? 뭔가 헤프닝이 있었던 것 같은 뉘앙스가..
아무래도 골짜기는 오르는 맛이니까 내원사 앞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만...
고수이신 방장님이 잘 판단하시리라 봅니다.
막걸리. 그런 건 아니구요. 제 기본량 빼고 덤으로 더 가져왔어야 했는데, 그 기본량으로 나눠 먹은 것입니다. ㅎㅎ
오늘 귀한 산씨성 세분을 봅니다.
항상 자세히 소개해 주시는 산행기라 잘 모르시는 분에게는 갔다온듯 이야기해도 넘어가겠습니다.
저도 처음 뵜는데 참 좋은 분들이고 산행 또한 좋았습니다.
산길 위주로 산행기를 정리하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장당골은 늦가을 단풍들때 가족들과 잠깐씩 들르곤 하는 곳인데 가본지가 꽤 되었네요.
늦게까지 단풍이 남아있어 단풍철을 놓친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그런 곳중 하나지요.
치밭목능선은 여전히 미답지로 남아있지만 언젠가 한번은 가보게 될거라 생각합니다.
그때는 님의 괘적이 많은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가을이 어울리는 골짝으로 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골짝 상류나 능선에 밀생하는 산죽이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더 거칠어진다는 것입니다.
산죽과 잡목, 혹은 키 큰 나무들이 등성이를 장악할 날도 머잖아 보여 안타깝습니다.
꼭 이어 보시길 바랍니다.
가만...
치밭목 능선은 언제던가 ??
방장님과 간듯하기도 하고 아닌듯 하기도 하고..
어쟀거나 폼 나는 산행 잘 보고 갑니다.
모처럼 폼(?) 나는 산행 함 해보았습니다. ㅎㅎ
젊었을때 칭구따라 송이버섯 딴다고 따라 들어간곳이 장당골 이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산을 무지싫어하던 때였죠.? 어느능선인지는 모르나 소나무 밑을 봐가며 한참 올라간 기억이 있는데,
하나도 발견하지 못하고 내려와서 덕산에서 어느분에게 사가지고 가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길게 이어진 골을 따라 들어갔는데, 이상한 집도 있고 감나무도 있드만요.
이젠, 산행으로 장당골을 들어가고 프네요. 산행기 자세하게 올려주셔서 구글 지도 참고하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임도를 따라 내려온다면 먼저 치밭목능선으로 올라 장당골로 내려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긴 합니다.
아이구 썸뜩한 길을 다녀 오셨네. 민대장이야뭐 잘 있지요. 이 장당골이 바로 그 유명한 정순덕의 고향이아니던가배. 그 경상대 임학과 연습림 관리소는 뭐 잘 있던가요? 거기서 1박하엿으면 좋았을 텐데. 소싯적에는 참 많이 뎅기던 길인데......한 3년전에 안내원골로 해서 올라보려고 조금 시도하다가 무리하지 말자고 포기한적이 있지요. 그런데 써레봉에서 내려 오다가 치밭목쪽 말고 황금능선으로빠지는 길은 비교적 쉬운길이지요? 너무 길어서 좀 그렇지만. 참 부럽고 존경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