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빼앗긴 바지* 황학/임문석 나의 사춘기인 60년대 여성들은 무릎 아래까지 늘어진 치마가 유일한 하복이었습니다 그나마 여성바지로 꼽는다면 몇 명 안 된 여학생 체육복이나 어머님 작업복인 몸뻬가 전부였답니다 당시는 여성이 바지를 입고 다니면 목격한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거나 여기저기 모여 쑥덕거려서 창피를 당하기도 하였답니다 미니스커트가 유입되면서 디스코장이 생기고 트위스트 춤이 한참 유행할 즈음에야 운동복 바지가 가볍게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가끔 대담한 여성이 청바지 입고 등장했지만 보기 드문 구경거리에 불과했지요 그러던 것이 70년도에 들어서면서 여성도 기지로 만든 일자바지나 판탈롱 바지 등이 유행을 불러일으켰으며 디스코텍이 번성할 때쯤 미니스커트 열풍이 휩쓸어 온 나라가 술렁임과 동시에 덩달아 미니 바지, 반 바지, 합 바지들이 선호를 받기 시작했었다 그러자 군사정부에서 풍속 유해사범이라고 거리에서 미니스커트나 장발 등을 경찰들이 음주 단속하듯 단속했으나 아무리 그래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충동을 완고하게 막을 수는 없었다.
또, 공업화, 산업화에 여성이 직장을 갖게 되고 개방된 사회에 들어서면서 여성 상위 운동이 서서히 일어나 그 여파에 영향을 받아 등장하는 바지들 비단 바지, 무늬 바지, 월남 바지 등으로 대담성이 자꾸 더해갑니다 또, TV가 보급되면서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가 개최되고 극장에 가야 볼 수 있던 영화나 뉴스 또는 연속극을 안방에서 볼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이 보고 깨닫는 미인의 기준도 많이 바뀌었다. 동양미의 기준이 서양 미의 기준으로 점차 인식하면서 서양식 얼굴 미인이 출세의 발판임을 깨달아 갑니다.
그러자 다투어 몸매 관리한다고 살 빼기 운동으로 가꿔가는 미인이 인기를 끕니다. 게다가 가난은 용서해도 못 생긴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오게 됩니다. 그러자 성형이 대세가 되고 경쟁하듯 쫄바지, 스핀 바지, 칠 부 바지 등을 다양하게 생산해 늘씬하게 입고 연출하는 데 한몫하더니 정권이 바뀌어 노출 패션이 자유로워지자 유혹하는 방법이 바뀌어 간다.
드러낼 수 있을만한 신체부위는 드러내려고 경쟁하듯 몸매 관리하는가 하면 남성의 시선을 끌려고 노출이 아니면 몸에 바짝 달라붙는 의상으로 충동적인 쌕 시 미를 연출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원색의 투영바지, 찢어진 청바지, 탈색한 진 바지 등 허리띠 없이 흘러내릴 듯 엉덩이에 걸친 엉덩이 바지, 조금만 움직이면 뿌지직 터져버릴 것 같이 몸매를 꽉 쪼여 받혀 주는 기능성 다이어트 바지까지 다양하다.
여자라면 노, 소를 막론하고 가슴을 쪼여 붙여 풍만감 살려서 두드러지게 입는 것이 당연한 상위 복장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또, 젊은 층은 배꼽을 드러내고 허리춤을 드러내는 정도 같은건 아예 치부로도 생각지 않고 부끄러움도 모르는게 현실인데, 게다가 오히려 내복이나 잠옷처럼 엷고 헐렁한 바지차림새로 대담하게 거리낌 없이 외출하는 여성도 점차 늘어 간다.
거리마다 나름대로 갖가지 개성을 살린 바지를 입은 여성들이 활보하는 것이 지금은 무척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눈으론 어쩜 생각이 미치지 못하겠지만 중년이 넘으신 분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살피면 여성의 열 명 중 여덟 명은 바지를 입고 두 명은 치마를 입은 듯해요 얼마 전만 해도 젊은 층만 입던 바지가 이젠 유치원생부터 노인층까지 노, 소를 막론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입고 있는 것이다. 내 기억 속엔 바지 입은 여성을 손가락질하며 쑥덕거리고 흉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인젠 오히려 치마 입은 여성을 흉볼 날 오지 않을까? 지극히 우려됩니다 남성의 독단적인 패션으로 입어왔던 바지가 근세에 들어서 불과 몇십 년 새에 여성들의 패션으로 다양하게 유행하여 보편화 되었다. 이젠 우리나라는 바지에 대해서 만큼은 누가 뭐래도 남녀평등을 이루었다고 자부해도 좋을 듯할 것입니다. 하지만, 남성들이여! 여성의 치마 패션을 남성과 공유해야 공평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