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어차피 함께 갈 길, 원수가 아닌 친구로~
세브란스 신경과; 손영호 교수
손영호; 웬만하면 밝은 면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그렇잖아도 걱정이 태산인데, 의사가 걱정스러운 얘길 덧붙이면 얼마나 심란하겠어요.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이것도 괜찮다, 저것도 괜찮다 하는 편입니다. 그게 잘 먹혔는지, 병원에 한 번 왔다 가면 가슴에 뭉쳤던 게 다 내려가는 기분이라고들 해요. 물론 힘들어 죽겠는데 매일 괜찮다고만 한다며 불평하는 분도 계시죠.
질문자;
파킨슨병이라는 진단이 떨어지는 순간부터, 환자는 온갖 걱정을 끌어 모으기 시작한다. 아직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 약만 잘 챙겨 먹으면 삶을 꾸려가는 데 큰 지장이 없는 환자도 10년 뒤에 해도 좋을 법한 걱정까지 당겨온다. 신통한 약이나 치료법, 최첨단 정보를 찾아 인터넷을 뒤지 지만 저마다 딴소리를 해대는 판이라 갈피를 잡기는커녕 근심만 깊어진다. 25년 가까이 한 우물을 파온 파킨슨병 치료의 권위자 손영호 교수(신경과)는 그런 마음가짐이야말로 치료를 막 는 가장 문제가 되는 걸림돌이라고 잘라 말한다.
질문;.파킨슨병은 완치되는 질환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손영호교수 ; 안타깝게도 좋아지는 질환은 아닙니다.
뇌에 생긴 문제에서 비롯되는 질병인데, 손상을 입은 두뇌를 원래 상태로 완벽하게 되돌리는 건 아직 어려운 일이거든요. 증상은 조금씩 심해지게 마련이죠. 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중심을 잃게 되고, 더 진행되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지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따라서 치료 목표 역시 완치가 아니라 증상을 조절하는데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진행을 늦추고 이상행동을 조절해가면서 불편을 최소화시키는 거죠.
질문; 완치가 어렵다면 환자로선 겁이 나고 걱정되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손영호; 환자든 보호자든 걱정하는 게 당연하죠. 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경과는 환자마다 다 달라서 언제 어디까지 진행될지 특정할 수가 없는데도 최악의 상황을 그려가며 지레 주눅이 들면 약효도 떨어지게 됩니다. 두뇌에 작용하는 약이므로, 부정적인 생각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거든요. 좋아지리라는 기대를 품고 약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훨씬 바람직한 거죠. 어차피 함께 가야 할 병이라면 적으로 여기지 말고 친구로 삼는 게 유리하다는 뜻입니다. 꼴도 보기 싫은 원수와 함께 지내야 한다면 얼마나 끔찍하겠어요.
질문; 파킨슨병 약에는 내성이 있어서 복용을 최대한 늦추는 게 좋다는 소문은 사실인가요?
손영호; ‘내성’이라는 표현은 문제가 있습니다. 오래 약을 복용해서 효과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병이 진행되면서 약이 듣지 않는 증상이 많아질 따름입니다. 병세가 악화돼 발이 떨어지지 않으면 환자에게는 그게 제일 불편하고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다른 증상은 다 통제가 되고 호전 돼도 동결현상이 해결되지 않으면 약이 듣지 않게 됐다고 판단하는 거죠. 그걸 내성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파킨슨병 약을 오래 먹으면 내성이 생긴다는 것 역시 그릇된 정보죠.
질문; 치료제나 치료법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편인가요? 획기적인 약품 소식은 없습니까?
손영호;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이전과 차원이 다르다고 할 만큼 놀라운 치료제는 아직 없습니다. 수술적인 접근 역시 2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적잖은 진전이 있었지만, 환자들이 기대하는 새로운 치료는 당분간 어렵다고 봐야 할 겁니다. 첨단이라고 할 만한 줄기세포 치료나 유전자치료, 면역치료는 아직 시험 단계여서 안정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먼저 연구를 시작한 알츠하이머나 치매 쪽에서도 성공 소식이 들리지 않는 걸로 미루어, 앞으로도 제법 오래 기다려야 할 성싶습니다. 세간에 이걸 먹고 좋아졌다더라, 외국에 가면 이런 치료가 있다더라 하는 얘기들이 많지만, 깊이 살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질문;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젊은 환자도 많아졌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손영호; 2003년부터 7년여 사이에 2배 가깝게 환자가 늘었습니다. 질병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진단기법이 발전하면서 이른바 ‘숨은 환자들’이 수면 위로 나타났다고 봐야 할 겁니다. 요즘은 인터넷을 보고, 또는 자녀들의 권유를 받고 병원을 찾는 분들이 흔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케이스들이 거의 다 소진되었다고 보면, 앞으로의 추이가 정확한 발병률을 파악하는 기준이 될 겁니다. 발병 연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들어 젊은 환자가 폭증했다기보다 예전부터 있던 사례들이 드러났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겁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제 환자들 가운데 15-20%는 40대 환자들입니다. 젊은 환자들은 대부분 약에 잘 반응해서 30년 이상 넉넉히 삶을 꾸려가십니다. 지레 겁부터 먹어선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질문: 집안의 어르신들이 걱정이네요. 혹시 파킨슨병을 의심할 만한 전조증상이 있을까요?
손영호; 냄새를 잘 못 맡게 되는 증상이 가장 흔합니다. 후각이 떨어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파킨슨병입니다. 스스로는 축농증 때문이니, 비염 탓이니 하지만, 젊어서부터 냄새에 둔한 경우가 많습니다. 잠꼬대를 하면서 격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주목해야 합니다. 건강한 이는 꿈속에서 싸워도 몸이 반응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렘수면 장애가 있으면 두뇌의 통제장치가 풀려서 현실에서도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되는데, 그런 이들 가운데 50% 정도는 파킨슨병을 앓게 된다고 합니다. 손발이 떨리고 동작이 둔해지는 것도 중요한 증상 가운데 하나입니다. 오른손과 오른다리, 왼손과 왼다리처럼 어느 한쪽에만 떨림이 생기면 전문가를 만나볼 필요가 있습니다.
질문; 평생 한길을 걸어오셨습니다. 앞으로 이 질환과 관련해 더 집중해보고 싶은 영역이 있으세요?
손영호; 조기 진단이랄까요? 우선 병을 앓을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골라낼 방도를 찾아내고 싶어요. 파킨슨병에 어떤 갈래와 특성이 있는지 분류해내는 일도 해야합니다. 조건이 비슷해도 10년 넘도록 약이 잘 듣고 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5년을 갓 넘겼는데 보행조차 힘들어하는 분이 있어요. 어디서 그런 차이가 생기는지 알면 그 특성에 따라 그룹을 짓고 저마다 맞춤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겁니다. 한편으로는 줄기세포치료, 유전자치료, 면역치료 연구에도 더 힘을 쓰고 싶어요. 결국 파킨슨병 치료는 그쪽을 향하게 될 테니까요.
질문; 언뜻 듣기에도 어마어마한 일처럼 들립니다. 그만한 역량을 모으는 게 가능할까요?
손영호: 선진국들의 경우에는 주제가 손톱이든 암이든, 독보적인 연구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설령 애초에 의도했던 연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다음 연구에 큰 지장을 받지 않고요. 민간의 지원도 상당합니다. 파킨슨병을 앓는 영화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나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는 스스로 재단을 만들고 모금을 해서 엄청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런 풍토가 조성되면 좋겠지만,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죠. 그동안 우리 병원에 수 많은 데이터가 쌓였으니까 그 영상자료, 의무기록, 검사자료를 시간 경과와 예후에 따라 분류하고 분석하는 일부터 하려고 합니다.
질문자; 감사합니다
에디터 ; 포토그래퍼 최재인
첫댓글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
댓글 감사합니다
멋진 휴일 보내세요~
이 글은 파 소리가 있어서 또한 좋군요
좋은 정보로 많은 위안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 또한 파 환우에겐 근심 걱정을
덜어주기도 한답니다.
걱정만 하고 있느니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좋은일이죠
고맙습니다~^^
맛있는 저녁드셨겟죠~
골고루 잘 드시고 파를 효율적으로 다스리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약보다 밥심이 중요합니다
약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으니 힘이 있어야 해요
화이팅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