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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만 나갔다 하면 재수없는 일이 생기는것같아 요즘 내 인생에 마가 끼인건가? 하는 시덥지
않은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온 여우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여비는 학교에 있을텐데
왠지 모르게 집 안에 누군가가 있는듯한 느낌이 들면서 현관에 못보던 구두하나가 놓여져있었다.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이 적중하는 순간..
"어? 오랜만이다 한여우"
"한...여시?"
"언니라고 불러! 너보다 2살이나 많거든?"
밝은 갈색빛이 도는 단발머리에 몸매가 두들어지게 드러나는 옷을 쫙 입고서 마치 모델처럼
벽에 기대어 띠거운듯 여우를 쳐다보고있는 여자..여우보다 2살많은 이 집안의 장녀이자 그녀의
언니인 한여시였다. 하지만 여우는 그녀의 등장에 당황을 금치못했다. 분명 일본에서 알콩달콩
잘 살고있어야할 여자가 왜 여기있는거지? 잠시 들어온건가?
"언니가 왜 여기있어?"
"오랜만에 보는건데 저렇게 쌀쌀맞게 군다니깐.."
"왜 있는거냐고! 그냥 잠시 들어온거야?"
"아니"
"그럼?"
여시는 냉장고에서 오렌지쥬스를 꺼내 마시고는 캬아~하는 소리와함께 피식웃으며 짧고 쌈박하게
말했다.
"당당하게 이혼하고왔다."
잠시후 집으로 돌아온 여비는 일본에 있어야할 여시의 모습에 당황하다 이내 이혼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절규를 금치못하며..
"왜 누나라고 있는것들이 하나같이 저 모양이냐고!!!!!!!!"
"어쭈구리 한여비 너 많이컸다?"
"이혼이라니! 이혼이라니!!!!!!!!!!"
여우는 한 동안 말이없이 그저 여비를 괴롭히는 여시를 바라만보고있었다. 그녀는 작년 누구나
부러워하는 5월의 신부가 돼어 그녀의 남편인 진성휘를 따라 일본으로 들어갔다. 둘의 관계는
무척이나 좋았었다. 누군가 옆에서 비집고들어올수없을정도로..정말..부럽고도 질투날정도로..
그런데 갑자기 이혼이라니..도대체 왜?
"왜야"
"뭐?"
"왜 이혼했냐고"
여시는 여우의 한 마디에 여비를 놔주고서는 똑바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리곤 시니컬하게..
"남녀사이에 이혼할 문제라면 뭐가있겠냐? 성격이 안맞았다."
"단지 그것뿐이야?"
"조금 질리기도했고.."
"결혼이 장난이야? 질린다고 이혼하게? 그럴것같으면 처음부터 결혼을 왜 했는데?! 처음부터 성휘오빠
랑 왜 결혼했냐고!"
"왜 니가 신경질이야!"
"몰라! 아무튼 언니 예전부터 정말 싫었어 맘에 안들었다고!"
여우의 이유없는 신경질에 한 성깔하기로 소문난 여시가 듣고만 있지는 않았다.
"야 이 기집애야! 누구는 네가 맘에들었는줄아냐? 뻑하면 대들기나 자빠졌고? 누구는 네가 좋았는줄
아냐고! 그리고 네가 뭔데 내가 이혼하는데 이러쿵 저러쿵 간섭하는건데? 응? 안그래도 엄마한테
한 소리 들을생각하면 지금부터 머리가 쥐가나는데 왜 네가 나한테 잔소리하면서 사람 속을 뒤집는
건데!"
"그러게 결혼했음 잘 살지 왜 이혼해! 하긴 언니성격에 이것도 오래버틴거네..성휘오빠가 더 대단하다!
저런 성깔머리 어찌 데리고있었을까!"
"이게 정말 죽어볼래!"
"죽여봐? 죽여봐!!!!!!!!!"
결국 머리끄댕이를 붙잡고 난리치는것을 여비가 간신히 뜯어말리면서 일단락될수있었다.
여우는 뭔가가 복받쳐올라와 참을수가없었다. 그렇게 사람 마음에 상처주고 염장을 질러댔으면
잘 살지..왜 이혼을 하냐고..왜 이혼을해서..그녀는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몇일전만해도 자신의 매부이자 예전엔 자신의 대학선배였던 진성휘는 여우의 첫사랑이였다.
한번도 사랑을 안해봤다는건 거짓이였다. 딱 한번..이것이 사랑이구나 하는걸 느껴본적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단독적인 짝사랑이였고 그 짝사랑의 끝은 언니의 결혼과 함께 무참히 끝나
버렸다. 자신의 언니옆에서 행복하게 웃고있는 그 남자를 보고있자니 여우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기듯
심장이 으스러지듯..너무나도 아팠다. 하지만 그 남자가 언니의 옆에서 행복할수있다면..언니를 무척
이나 사랑하는거라면..그냥 이대로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분하지만 질투가났지만 부러워서
배알이 꼬이다못해 뒤틀렸지만..그래도 보내줘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혼이라니..왜.."
한 바탕 집안이 난리가나고 여시는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려나 담배냄새 싫다고 난리치는 여비로
인하여 잠시 밤공기를 느끼며 하얀연기를 뿜어내고있었다. 도심속의 밤하늘은 까만색이 아니였다.
네온싸인의 빛으로 인한 붉은빛이 도는 하늘..그렇기에 작은 별빛들은 없었고 오직 커다란 보름달이
살며시 나와 작은 빛을 부서뜨리고있을뿐이였다. 여시는 다시한번 담배를 깊숙히 빨다가 이내 고독하
게 내 뱉고서는 작게 중얼거렸다.
"하아..진성휘 그때 왜 나하고 결혼했냐? 그냥 네 꼴리는대로 행동하지..괜히 질질끌어서 이렇게
사람 속을 아프게만드는거냐?"
여시의 듣는이없는 중얼거림은 그 한마디로 끝이났고 한동안 계속 담배만을 피워대며 고독을
씹을뿐이였다.
다음날 여비는 더더욱 학교에 일찍 나가버렸고 여우역시 한 동안은 여시의 얼굴을 보고싶지않아
갈곳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밖을 나섰다. 그리고 어디로 가야하나? 라는 고민을 하다 이내
"구두나 사러가자.."
라고 생각하며 백화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말도 아닌데 백화점은 은근히 북적였다. 불경기다 불경기다 말은 나와도 백화점은 잘만 돌아가는듯
보였고 신발코너로 간 여우는 너무나도 비싼 구두의 가격에 속으로 온갖 욕을 하면서 그나마
제일 싼 구두를 신어보고 있었다.
"어머 손님 그 구두도 예쁘지만 이것도 괜찮을것같은데요? 이게 신상품이거든요..핫핑크라 좀 부담
스러울지 모르지만 요즘은 이런 확 띠는 색이 유행이라서.."
"흠..좋긴하지만 전 이쪽이 좀더 마음에 가는데요"
"아니에요 손님~이것도 한번 신어보세요 그럼 마음이 달라질거에요..손님은 워낙 다리가 예쁘셔서
이런 확 띠는 색깔의 구두도 잘 어울리실거에요"
"그래요?"
점원은 그녀에게 꽤나 비싼 구두를 권했다. 척 봐도 예쁘긴했지만 도대체 공이 몇개나 들어간거야?
여우는 가격표를 슬쩍보고서는 경악을 금치못하며 차마 흠집낼까봐 신어보기를 거절하고있었다.
지금 신고있는것도 십단위를 넘어가는데..그녀는 슬그머니 지갑속의 돈을 확인하고서는 절규를
하였다. 그리고 자기합리화에 들어가면서..
'하긴 백조한테 구두가 다 무슨소용이야? 돈도없는데..이건 사치라고 구두따위에게 십몇만원이나
투자할수는없지..그냥 나갈까?'
그녀는 천천히 구두를 벗고서 슬쩍 그곳을 빠져나가려할때였다.
"저 여자가 신고있는 구두 얼마죠?"
"아..34만원입니다."
"일시불로 계산해주세요"
"네"
여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나 자신의 구두를 계산해버린 남자를 보다 이내 세상이 이토록 좁았단
말이냐? 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수밖에 없었다. 또 그 남자다..어제도 그저께도 보고싶지않은데
계속 맞닥뜨리고있는 이 남자!!!!!!!! 현.신.후
"뭐에요?"
"구두사줬지? 그러니 치료비내놔"
"하아?"
"말 못알아들어? 구두사줬으니까 이제 당신도 치료비 내놔라고"
여우는 어이가없다못해 당황스럽기까지했다. 남자가 이토록 끈질기다니..도대체 그 놈의 치료비에
왜 저토록 목숨을 거는건지 알다가도모를일이다.
"남자가 정말 끈질기다. 뱅댕이 소갈딱지아니야? 그리고 사줄려면 더 좋은거 사주던가.."
"사주는데도 말이 많군"
"저기요!"
그녀는 신발값을 계산하려는 점원을 불렀다. 그러자 서비스정신이 투철한 점원인 미소를 지으면서
"네.. 손님"
"아까 그 핑크색구두가 얼마였죠?"
"아..그건 150만원입니다."
"그래요? 그럼 이거 대신 그걸로 계산해주시겠어요?"
"아..네!"
점원은 비싼걸 팔았다는 기쁨에 두말하지않고 핑크색구두를 계산해버렸고 옆에서 그걸 지켜본
신후는 너무나도 막나가는 이 여자에게 대뜸 소리를 질렀다.
"지금 뭐하는거야?!"
"구두값을 준다길래 구두값을 받는거잖아"
"내가 사준다는 구두는 저 구두가 아니라 이 구두였어!"
"이왕 사줄거면 좋은거 사줘야하는거 아니야? 걱정마 나도 치료비줄테니까"
솔직히 여우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 웃었다. 치료비가 아무리 나간다해도 설마 100만원을
넘겠는가? 이건 자신의 완전승리였던거다. 그러게 왜 치료비에 목을 매단거냐? 훗..
그렇게 생각지도못하게 비싼구두를 받게된 그녀의 기분은 상당히 좋아졌고 그걸 옆에서 보고있던
신후는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을하며 여우를 붙잡고 말했다.
"아무튼! 사줬으니까 댁도 치료비내놔"
"그래 잠깐 기다려봐라"
여우는 뒤에서 신후가 뭐라고 하기전에 잽싸게 지하매장으로 달려가 가장 싸고 그러면서도 맛나고
구수한 된장을 하나 샀다. 그리고 서둘러 신후앞으로 와서 애교스럽게 웃으며..
"치료비 달라고했지?"
"그래"
신후의 대답에 여우는 만족을 표하며 아무런 망설임없이 된장을 자신의 손에 듬뿍발랐다. 구수하게
퍼지는 된장냄새보다 그녀의 갑작스런 행동에 더 황당해하는 신후..하지만 이내 얼굴빛이 변하면서..
"옛부터 이런말이있지..된장은 모든 상처에 만병치료연고라고.."
절대로 없는말이지만..
"서..설마..너!"
설마가 사람잡는다고들 하지않는가? 그녀는 손에 묻은 된장을 대뜸 신후의 머리에 쓱쓱 발라주고서
그대로 굳어버린 그의 손에 남은 된장을 고이 쥐어주고는 말했다.
"된장 발랐으니까 빨리 나을거다 이제 됐냐? 그리고 자꾸 반발 좀 하지마라 이 싸가지없는 자식아"
여우는 그렇게 쇼핑백을 한 손에 들고 화장실가서 손이나 씻어야겠다며 사라져버렸다.
한동안 충격에 휩싸여 아무말도 하지못하던 신후는 자신을 보며 수근거리는 사람들의 태도에
정신을 차리고서는 이미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여우를 향해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
"뭐 저 따위 계집이 다 있어!!!!!!!!!!!!!!!!!!!!!!!!!!!!!!!!!!"
한 여우 현재까지 너무나도 짜증나고 짜증나던 나날중 가장 통쾌하고 재미있는 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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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빨리 찾아뵙게되었네요
읽고나서 리플하나 달고가주세요
여러분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듯 저는 리플을 재미있게
읽거든요..ㅎㅎ
첫댓글 재미있게 봤어요......여우 너무 귀엽네요....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원....이제것 싸인모든것이 이일로 인해 통쾌했던 시간이 되었군요...다시 만날것만 같은 이두사람 .....다음편도기대...
잼이써욜ㅋㅋㅋㅋㅋ담편기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