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가 지난 6일 도쿄 자택에서 심부전으로 88세 삶을 마쳤다는 사실은 이미 국내 언론에도 소개됐다. 현지 매체들이 그의 죽음을 알린 것은 지난 9일이었는데 유족이 장례를 마친 뒤 부음을 돌렸기 때문이었다. NHK는 유족이 고인의 삶을 돌아보고 추모하는 작별 행사를 따로 여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넥스트샤크가 12일 전했다.
1935년 9월 1일 일본군이 점령한 중국 만주에서 태어난 오자와는 1941년 일본으로 옮겨와 초등학생 때 처음으로 피아노를 배우며 피아니스트를 지망했다. 하지만 중학교 때 럭비 경기 중 손가락 골절을 당하면서 피아니스트 대신 지휘자로 꿈을 바꿨다. 1955년 도쿄에 있는 도호학원 음악과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지휘를 배웠다. 그가 사사했던 스승은 첼리스트 겸 지휘자 사이토 히데오였다.
대학 졸업 뒤 1959년 프랑스로 건너가 브장송 국제지휘자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듬해 미국으로 이주, 매사추세츠주 레녹스에 있는 탱글우드 음악센터에 들어갔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레너드 번스타인 등 세계적인 명지휘자에게 지도를 받았다. 번스타인이 1961년 뉴욕필하모닉 부지휘자로 받아준 것이 큰 힘이 됐다. 샌프란시스코 오케스트라와 토론토 교향악단의 음악감독으로 일한 뒤 1973년 38세의 젊은 나이에 미국 5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보스턴 교향악단(BSO)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그는 2002년까지 29년이나 BSO의 최장수 상임 지휘자로 활약하며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그 전까지는 세르게이 쿠세비츠키의 25년이 가장 길었던 상임 지휘자 임기였다.
BSO는 9일(현지시간) 심포니 홀에서의 공연을 마친 뒤 고인을 추모하는 순서를 가졌다. 채드 스미스 최고경영자(CEO)는 “세이지는 깊이 그리워질 것이며 그가 이 무대에 다시는 걸어 나올 수 없다는 사실에 각별한 슬픔을 느낀다. 그는 빼어난 선생이었고 이 무대에서 연주자들에게 생생하게 가르친 교훈들을 되새긴다”고 애도했다. 교향악단은 고인이 평소에 친구들,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 보낼 때 연주하곤 했던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하고 30초남짓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2002년부터 2010년까지는 빈 국립오페라 음악감독을 지냈다. 현역 시절 화려한 지휘로 명성을 떨쳤으나 노후에 건강 악화로 고생했다. 오자와는 2010년 식도암 수술을 받은 데 이어 탈장, 폐렴 등 갖은 병으로 음악 활동을 쉬기도 했다.
오자와는 1993년과 2004년 두 차례 빈필하모닉과 함께 내한 공연을 펼쳤다. 2007년에는 칠순을 넘긴 나이로 빈 국립오페라를 이끌고 한국을 찾아 예술의전당에서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을 공연했다.
고인은 BSO와 함께 작업해 두 차례 에미상을 수상했다. 1976년 미국 공영 PBS의 '이브닝 앳 심포니' 시리즈와 1994년 '드보르작 인 프라하: 셀레브레이션'이었다. 고인의 마지막 무대는 2022년 12월 1일 사이토 키넨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을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일본 우주인 와가타 고이치에게 들려주던 '원 어스 미션-음악으로 하나되기'였다. 휠체어에 앉아 한없이 나약해진 모습으로 지휘하는 모습이 적지 않은 안타까움을 샀다.
A Tribute to Seiji Ozawa (youtube.com)
ONE EARTH MISSION - Unite with Music - Full recorded LIVE Performance - English subtitles available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