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활동이 많은 정치인이나 사업가들은 건강을 챙기려고 하지만 쉽지 않나보다.
주말에는 가능하면??? 꼭 산에 가겠다던 다짐도 지키기 쉽지 않을 것이다.
내 몸과 마음이 내것이 아닌 공공의 것이 되는 것이 이 세상에서 출세일지 모른다.
바보가 따라다니며 같이 산행하는 여성들과의 산행약속이 그렇다.
나의 산악회 동행을 미루고 그 팀에서 먼저 정하기를 바라면서 사전에 정하지만
닥쳐서야 무산되곤 한다. 페미?산악회도 뜸하다.
바보도 산에 다니며 활력을 얻고싶다하더니 이번엔 둘이 백마능선을 걷자한다.
무등을 사랑한다하면 백마능선을 걸으며 보는 풍경에 대한 자랑도 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남광주시장에서 차량들 사이에서 바보가 돼지머릿고기와 막걸리를 사오길 기다린다.
머리고시 써는 시간이 길어 포장된 족발을 얼른 사 왔다.
화순가는 도로는 차량이 많다.
큰재를 넘어 수만리 마을 입구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마을 안길을 걸어 오른다.
들국화마을이라는 수만리는 예전의 한적한 시골 분위기는 사라지고 2층 이상 올라간 새로운 전원주택들이
많아졌다. 구석에 이끼를 낀 스러져 가는 검은 돌담에 앉은 집도 보이긴 한다.
동네 안길은 가파르다. 숨가뿌게 시멘트 길을 올라 숲길로 들어선다.
입장객 수를 세는 시설이 들어섰다. 나 혼자서도 많이 걸었던 길이고 동면 만연 아이들도 가끔
데리고 걸었던 산길은 예전답지 않다.
국립공원이 되었다고 주상절리의 면이 고른 너덜의 돌을 바닥에 지그재그로 잘 돌려두었다.
바보는 저만큼 뒤에서 힘들게 오르는데 내가 같이 걸으면 더 늦어질까봐 난 앞에 서서
가끔 사진을 찍어주며 보조를 맞춘다.
안양산에는 들르지 않고 마지막 능선에 닿는 목재 데크를 올라 배낭을 벗는다.
라디오를 켠 한남자가 장불재 쪽에서 내려오더니 꼬막재 가는 길이 맞느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하며 되돌아가라고 핝다. 군산에서 왔다고 한다.
완만한 오르막 능선을 걸으니 조망이 열린다.
남쪽으로는 용암산 뽀족한 봉우리 뒤로 제암산 덩치가 보이고 뾰족한 월출산은
구름에 쌓여 흐릿하다. 광주 시내는 회색 띠에 갇혀 있다.
능선 길도 잘 다듬어졌다. 낙타봉 목 미쳐 노란 풀밭 사이에 들어가 지리산을 본다.
백아산 뒤로 만복대 반야봉 뒤로 천왕봉이 또렷하다.
백운산 능선도 끝에 억불봉을 세웠다.
선명한 모후산 뒤로 조계산이 부드럽다. 이서 벌판과 동복호 뒤로 옹성산도 보인다.
아직 적벽을 가 보지 못해 버스 투어 신청을 미리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낙타봉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다. 탐방로를 벗어나 뒷쪽으로 바위에 오른다.
광주에서 왓다는 한남자에게 지리산을 잘 안듯 설명한다.
어찌 지리산이 보이느냐고 놀란다. 외지인들이 저만큼 내려가고 일부는 노란 억새밭에 들어가
점심을 먹는다. 모두 내려간 낙타봉에 바보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나도 찍어달라고 한다.
눈이 없지만 바람도 없고 조망이 좋으니 바보도 즐거워 한다.
난 눈바람 속에 걸어야, 그리고 5월에 철쭉을 보며 걸어야 백마능선의 맛을 안다고 초를 친다.
능선암이라고 써진 부분에서 난 바위 끝에 서며 오만을 떨어 바보의 꾸중을 듣는다.
11시 반이 지나자 억새밭 속에 들어가 점심을 먹자 하는데 바보는 보조석굴까지 더 가자고 한다.
장불대엔 사람이 가득하다. 입석대에서 서석대 가는 길에도 많고 서석대 끝부분에도 사람떼가 덮였다.
장불재를 지나쳐 규봉암쪽으로 부지런히 걷는다.
바보는 초스피드라하면서도 잘 따라온다. 먼저 가서 석불암의 마애불을 보고 나오니
바보는 샘을 지나 너덜을 걷고 있다.
내가 안 보여 보조석굴을 지나는데 불러세워 돌아오게 한다.
석굴 마당의 가 돌판에 점심을 편다. 가끔 외지 말을 사람들이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고 간다.
막걸리를 마시며 족발에 점심을 먹으니 금방 배가 불러 온다.
술이 모자란 듯해 예전에 숨겨 둔 소주를 찾아 지붕 위로 올라간다.
어디에 숨겨두었는지 가물가물한데 뒷쪽 바위 아래에 초록 이슬이병이 보인다.
지붕 위에서 몇 모금 마신다. 술맛은 그대로다 조금 남겨 바보에게 던져 주고 썩은 나무를
지붕 가까이 모아두고 내려온다.
언제 이 곳에서 다시 잠잘 기회가 있을까? 바보는 동의하지만 모르겠다.
규봉암엔 들르지 말고 가자는 걸 난 기어이 동쪽으로 간다.
규봉암 하얀 개는 경계하면서도 스님 앞이라서인지 조용하다.
사진만 찍고 내려오며 뒷쪽 막아둔 쪽 바위에 서 있다가 돌아온다.
아랫길로 다시 장불재로 와 너와나 목장으로 내려간다.
옛노래를 부르며 내려오니 금방이다. 식당 부근에도 차가 많다.
중지마을로 들어서니 동네 앞에 세종 부산 전남의 번호판을 단 관광버스들이 서 있고 사람들이
막 내려오고 있다. 마을을 지나면서 옛집과 빈짐을 본다.
찻길을 벗어나 길없는 밭둑으로 이끄니 바보는 조금 불만이다.
차로 돌아오니 3시 반을 지난다. 오늘 잘 걸었다. 바보는 동행 산행의 숫자를 세라고 한다.
광주로 와 목욕탕에서 한숨 자고 나오니 바보 혼자 장을 봐 저녁준비르 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