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슬기국
처서를 사흘 앞둔 팔월 셋째 토요일이었다. 30여 년 전 총각교사 시절부터 대학 동기 몇몇이 방학이면 1박 2일 만남을 가져오는 모임이 있어 시간을 비워두었다. 아침 일찍 용제봉으로 산행을 다녀온 점심나절이었다. 창원에 사는 대학 동기 안사람은 나를 태우러 집 앞으로 차를 몰아왔다. 근무지가 김해인 동기는 초등교장 전국단위 연수회가 있어 대구를 거쳐 대전으로 출장이란다.
동기는 일정을 단축해 내려오고 우리는 창원에서 거창으로 향했다. 모임이 부부 동반이나 우리 집사람은 몇 해째 바깥나들이에 나서길 머뭇거려 혼자 가고 있다. 창원에서 두 시간 가량 걸려 함양 시외버스터미널에 닿았다. 거기서 출장 현지에서 거창으로 바로 합류하는 동기를 만나 우리들이 하룻밤 묵을 수승대와 가까운 금원산 휴양림으로 향했다. 숙소는 총무가 미리 정해두었다.
나를 제외하고 초등교단 몸담은 회원은 다들 학교 관리자로 나가 있다. 초등은 아직 방학이지만 나는 열흘 전 개학해 무더위 속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겨울은 울산 동구 주전 바닷가 펜션에서 모임을 가졌더랬다. 비록 새해 첫날은 아니었지만 동해 바다에서 바로 솟아오르는 일출은 장관이었다. 그때 여름 모임은 계곡에서 만나자고 해 거창 금원산 휴양림 펜션으로 정해졌다.
경남도청 산하 거창 금원산 산림자원관리사무소에는 조카가 근무했다. 진주가 생활권인 조카는 머지않아 예전 근무지 도청이나 진주 산림환경연구소로 복귀하지 싶다. 함양이 연고인 총무는 점심나절부터 거창 현지 도착해 타지에서 오는 동기 내외를 맞았다, 창원 말고도 대구와 울산과 통영에서 오는 동기들이다. 울산에서 온 두 동기가 먼저 도착해 북상 일대 개울로 나갔다고 했다
모임 총무는 함양, 울산 친구는 울산 공모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한 친구는 뒤늦게 올 가을 교감으로 승진을 앞두었다. 정한 숙소를 닿으니 안사람들만 지키고 있고 바깥양반들은 수승대가 가까운 개울로 갔다고 했다. 물이 맑은 청정지역 개울의 다슬기를 잡으러 갔다고 했다. 그 다슬기는 이튿날 우리들이 묵는 숙소에서 아침밥을 지어 먹을 때 소중한 찬거리가 될 것이라 했다.
펜션에 머물던 잔류 일행들을 데리고 숙소에서 제법 떨어진 면소재지로 갔다. 그곳에서 다슬기를 잡으러 나간 회원들을 만나 저녁밥을 같이 들었다. 금원산 휴양림에 먼저 닿은 동기들은 인근 냇가에서 다슬기와 우렁이를 제법 잡았더랬다. 현직 교장들인지라 순진하게도 현지 주민에게 개울에서 다슬기를 잡아도 되는지 여부를 물었더니 안 된다고 해 더 먼 곳으로 가 잡아왔다고 했다.
깔끔하게 나온 밑반찬으로 오리고기를 구워 반주를 곁들여 저녁을 들고 일행들은 숙소로 돌아왔다. 숲속인지라 도심과 달리 공기가 깨끗하고 서늘했다. 통나무는 아니라도 목재로 지은 펜션은 이국적 풍취가 느껴졌다. 이웃 동 테라스에선 중년 사내들끼리 뭔가 카드놀이에 몰입했다. 우리들은 여름밤 하현으로 기우는 열아흐레 달빛 아래 야외 테이블에서 못다 비운 잔을 기울였다.
나는 날짜변경선이 바뀌기 전 먼저 숙소에 들어 이부자리를 깔았다. 숲속의 집은 아침 해가 늦게 솟았다.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든 만큼 일찍 일어났다. 창원 동기 내외와 숙소 뒤 산비탈을 따라 올라 작업 도로를 걸었다. 산중턱으로 난 작업 도로는 나무를 잘라내고 새로운 수종으로 수풀을 바꾸어 놓았다. 저만치 건너편은 독립가옥은 지재미골로 금원산 등산객들이 쉬어가는 곳이었다.
아침 산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남은 회원들은 전날 잡은 다슬기로 멋진 해장국을 끓여놓았다. 어떤 식당에서도 쉽사리 먹을 수 없는 특별한 식단이었다. 아침 식후 숙소 앞에 개울로 내려갔다. 아주 너른 화강암 너럭바위가 펼쳐진 물이 맑은 계곡이었다. 옷을 입은 채 첨벙 물속에 들었다. 물가에서 간밤 못다 비운 잔을 비우고 점심식사가 예약된 자리로 옮겼다. 다가올 겨울은… 1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