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혜화동에 젊은이들이 뭉친 피자집이 있다.
베라 나폴리.
이름 그대로 화덕 피자 전문점이다.
이태리 냄새를 풍기면서도 지극히 한국적이다.
이곳은 혜화역 1번 출구에서 창경궁로를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날 수 있다.
좁은 도로와 인접한 현관문을 열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테이블 위에는 앙징스런 고양이가 그려진 컵,
레몬 조각이 담겨있는 유리 주전자 등이다.
이태리 국기를 상징하는 빨간, 하양, 녹색을 칠한 의자가
소담스레 자리 잡고 있어 분위기도 좋다.
베라 나폴리 내부 .
오픈 키친을 살펴보니 정일교(37)대표와
사촌 사이인 정광섭(34) 씨를 비롯
이보성(42)씨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손님들이 많이 앉는다는 입구쪽에 앉자 정 대표가 다가와 살갑게 대했다.
“6월말에 지인들을 모시고 가 오픈을 했습니다.
정식으로는 올해 7월7일 오픈을 했죠.
홍보를 하기 위해 7월말경 소셜 커머스 회사와 협약하여
반값으로 피자를 제공하는 쿠폰을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오픈 계획은 지난해 12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에는 음식만들기에 일가견을 가지고 있던 사촌이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이로인해 올해 1월부터 가게를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가격과 조건이 맞는 혜화동 가게를 선택하게 됐다.
피자 학원수업은 물론 피자집과 빵집 순례가 그의 일과처럼 된 적도 있다.
정일교 대표
“예전부터 음식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인하대 공대 3학년때 가정대 식품영양학과 수업을 듣기도 했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는 직장인들이
부담스럽지 않고 먹을 수 있는게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피자집 순례를 하면서 외관이 화려하지 않은 가회동 북촌한옥마을에
‘대장장이’라는 화덕피자집에서 느낌이 왔습니다.”
그러면서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5월12일부터
가게 내부 인테리어 작업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이태리 화덕을 사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TSUJI-KIKAl사의
일본 화덕을 처음 수입했다.
빵 만드는 방법과 기술도 전수받았다.
이런 과정을 그친 그는 오랫동안 꿈 꾸어오던 일을 시작하게 됐다.
베라 나폴리 외부
“가 오픈을 하기 전에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습니다.
쉬워보였는데 막상하니 쉬운 것이 아니더라구요.
피자는 밀가루와 물, 저온숙성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지니까요.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됐습니다.”
그는 맛좋은 피자를 만들기 위해
한동안 연구와 실험을 계속했다.
각 회사에서 나오는 치즈를 맛보기도 하고
강력분, 박력분, 중력분으로 반죽을 하면서 점성을 점검해 보기도 했다.
이런 결과 지금의 피자로 탄생하게 됐다.
바질페스토 소스를 피자에 적용시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먼저 베라 샐러드가 선을 보였다.
바질, 방울토마토, 생모짜렐라, 브러컬리가 아담하게 담겨져 나왔다.
상큼한 맛이었다.
베라 샐러드
그 뒤를 이어 얇고 담백한 바질페스토를 비롯
이태리 고추인 페페로치니가 들어간 매운맛이 특색인 디아볼라,
아스파라가스를 얹고 생계란이 중앙에 위치한
비스마르크 피자등이 선을 보였다.
그는 이들 피자의 특징을 말했다.
“피자는 보통 350도 온도를 유지하는 화덕에서
1분에서 1분 30초 안에 구워냅니다.
이로인해 가장자리에 탄 곳이 있습니다.
이것은 화덕피자의 특징입니다. 피자 맛을 더 느끼게 하죠.
바질은 가끔 옥상에서 재배한 것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구입하는 것과 달리 잎 크기도 적당하고 향이 진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바질 페스토
디아볼라
비스마르크
그는 이어 호일에 쌓인 토마토 화덕구이를 설명했다.
처음보는 모양이라 독특했다. 토마토 화덕구이에는
베이컨, 바질, 마늘, 올리브유의 향이 코를 자극했다.
토마토를 한술 떠는 그의 모습이 정겹게 다가왔다.
“토마토 화덕구이는 해장에 딱 좋습니다.
다 마시고 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손님들이 아는지 모르는지 토마토 화덕구이의 진미를 느끼는 것은
토마토에 유기산이 많아 피로회복에 좋기 때문이다.
토마토 화덕구이
이를 위해 피자에 첨가되는 방울토마토 등 재료 관리는 필수.
“일주일에 2번 정도 구리 새벽시장을 갑니다.
피클 담는 무와 오이, 토마토, 브러컬리, 바질, 루꼴라를 구입합니다.
그런데 토마토를 고르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작아도 볼품없고 너무 익어도 물러서 금방 상합니다.
아침에 재료를 살펴보다 조금이라도
상태가 안 좋은 것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로부터 그동안 살아온 여정과
재료선택에 대화를 나누다 보니
베라 나폴리 분위기가 밝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름대로 뭔가 해 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피클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계속되는 일이지만
그에게는 밝은 웃음이 있었다. 한마디로 음식사랑이다.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행될 쯤
손님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평균적으로 목,금,토,일에 손님들이 많습니다.
나머지 요일에는 3∼4테이블 올 때도 있죠.
회전율이 빠릅니다.
찾는 손님들은 주변 주민들과 공무원 및 학생들입니다.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이 말이 끝나자 그는 문을 열고 피클을 담은 항아리로 안내했다.
뚜껑을 열자 오이, 계피, 월계수잎, 페페로치니 모습이 보였다.
상큼한 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그런 후 가게 건물을 살폈다.
특별한 외형을 갖추지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끊임없이 찾는 것은
신선한 젊은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또 다시 가게로 들어오자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최원석(36)씨가 그에 대해 이야기 했다.
“정 대표에게 가게 준비부터
피자 재료 구입에 이르기까지 조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학교 선배인 그와는 음식에 관한한 대화가 잘 통하니까요.
하루종일 마트에 있어라 해도 즐거워할 사람입니다.”
이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그만큼 음식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보통신쪽 일을 하다 도제 수업을 받고 있던
이보성(42)씨도 긍정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의 화기로운 모습은 실내 분위기를 더욱 환하게 만들었다.
또 다시 현관문에 달린 청동종이 청아한 소리를 냈다.
손님이 왔다는 신호다. 반갑다.
첫댓글 아휴.. 서울까지 왔다가 가셨으면 전화라도 한통 주시지 그러셨어요.
화덕 피자 만큼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노루발풀표 식사 한그릇 하고 가셨으면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되셨을텐데요... ㅡㅡ;
다음에 서울에 오시면 꼭 텔레뽕 한통 울려 주세요. ^^
알았습니다. 함께 간 분이 있어서 죄송해서 ^^
좋은 피자 선전이 대단하네요. 먹고싶다ㅡㅡㅡㅡㅡ아ㅡ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