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붐비고 더 상쾌한 여름 숲 탐방 TOP5
여름 물가로 떠나는 여행이 지겹다면 과감하게 숲으로 경로를 변경해보자.
끈적끈적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과 달리 숲에서 맞는 산바람은 상쾌하고 시원하다.
바다보다 훨씬 덜 붐벼 고즈넉하게 피서를 즐기기도 좋다.
여기에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옛이야기까지 덧대어져 여행의 깊이를 더한다.
한국관광공사에서 8월 추천 가볼 만한 여행지로 전국 숲 명소 5곳을 추렸다.
낮에도 밤에도 즐길거리 가득,
강릉솔향수목원
처음으로 소개할 곳은 강원도 강릉솔향수목원이다.
칠성산 자락 강릉솔향수목원은 구정면 어단리와 왕산면 도마리·목계리 사이에 위치한다.
산꼭대기에 7개 바위가 칠성(七星)을 닮았다고 ‘칠성산’이라 이름 붙었다.
높이 953m, 기암괴석과 우거진 숲이 어우러져 강릉 사람 사이에서 꽤 험한 산으로 꼽힌다.
1996년 강릉 안인해변에 침투한 무장 공비가 칠성산으로 도주하기도 했었다.
뜻하지 않게 전국에 이름을 알린 이곳은 2013년 강릉솔향수목원이 개원하면서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칠성산은 능선을 경계로 동쪽에는 참나무가, 서쪽에는 키 큰 노송이 군락을 이룬다.
특히 줄기가 붉고 곧게 자라는 금강소나무가 집단으로 자생한다.
오랜 세월 강릉의 흙과 물, 바람이 키워낸 금강소나무 원시림 덕분에 강릉솔향수목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소나무를 주제로 꾸민 수목원이다.
대표적인 관찰로가 천년숨결치유의길이다.
칠성산 자락에 있는 강릉솔향수목원 / 사진=한국관광공사
천년숨결치유의길은 금강소나무 외에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
피톤치드는 물론 항산화 물질인 플라보놀이 풍부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는 서양측백이 어우러져
최적의 삼림욕 코스를 완성했다.
나무 사이로 경사가 완만한 덱이 설치돼 어린아이나 어르신도 걷기에 부담 없다.
강릉솔향수목원은 야간에도 손님을 맞는다. 밤에는 조명이 들어오는 숲길이 주인공이다.
초록빛 조명이 반짝이는 숲길은 반딧불이의 향연을 떠올리게 할 만큼 신비롭다.
강릉에 왔으니 커피거리를 들러봐야겠다.
해마다 가을에 커피축제가 열릴 정도로 커피 관련 콘텐츠가 다양한 강릉은 안목해변을 중심으로 커피거리가 형성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해 질 무렵엔 월화거리를 거닐어보자. 무월랑과 연화부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이들의 자손인 명주군왕이 강릉 김씨 시조다.
강릉에서 색다른 하룻밤을 계획한다면 연곡해변솔향기캠핑장을 추천한다.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가 그림 같은 연곡해변에 자리하고, 덱이 대부분 울창한 솔숲에 마련돼 강릉의 멋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덕분에 캠핑장으로는 드물게 지난해 ‘한국관광의 별’을 선정되었다.
캠핑이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캐러밴도 운영 중이며, 올여름부터 간편하게 캠핑을 맛보는 글램핑 시설이 추가됐다.
안면송이 선사하는 위로,
태안 안면도자연휴양림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그중 서해는 수도권에서 넉넉히 2시간이면 닿아 평일과 주말을 불문하고 당일치기로 찾는 여행객이 많고,
대체로 수심이 얕고 수온이 높아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해수욕장이 여러 곳이다.
안면도는 섬 서쪽이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속할 만큼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자랑한다.
안면도에만 무려 14개 해수욕장이 있다.
이름의 ‘안면(安眠)’은 ‘숲이 우거진 자연환경 덕분에 숙면이 가능한 곳’이라는 의미가 있다.
안면도의 숲은 수령 100년 내외 안면송이 밀집하고, 이 안면송 천연림에 안면도자연휴양림이 들어섰다.
1992년 9월 개장한 안면도자연휴양림은 380여 ㏊에 안면송이 집단으로 자생한다.
우리나라 토종 붉은 소나무인 안면송은 고려 시대에 궁궐과 선박을 만드는 목재로 쓰였고,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을 비롯해 주요 함선에 사용했다.
목질이 우수해 도벌과 남벌이 심해지자, 왕실이 봉산(벌목을 금지한 산)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했다.
1965년부터 충청남도가 직접 관리했고, 산림청의 심사를 거쳐 2019년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했다.
안면도자연휴양림은 무장애나눔길, 스카이워크, 치유의숲길을 비롯해 5개 봉우리로 이어지는 조개산 등산로 등
남녀노소가 걷기 좋은 소나무 숲길을 고루 조성했다.
조개산(朝開山)은 ‘아침을 여는 산’이라는 뜻으로, 최고봉인 탕건봉(92.7m)에 서면 삼면의 바다와 멀리 오서산까지 한눈에 담긴다.
해발 100m도 안 되는 탕건봉이 안면도 1경을 차지하는 까닭이다.
안면도자연휴양림은 숲속의집(한옥 포함)과 산림휴양관 등 숙박 시설, 산림전시관과 숲속교실, 산림수목원 같은 교육 시설,
잔디광장과 어린이놀이터, 족구장 등 체육 시설을 갖춰 자연에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충전할 수 있다.
산림전시관은 안면도의 역사, 목재 생산과정과 용도, 산림의 효용 가치 등을 누구나 알기 쉽게 소개한다.
안면도 여행에서 백화산구름다리를 빼놓을 수 없다.
백화산(284m)은 거대한 바위산과 푸른 소나무가 어우러지고,
산정에 오르면 태안읍 일대와 서해안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와 많은 이가 즐겨 찾는다.
백화산 정상 아래 두 봉우리를 연결하는 백화산구름다리는 지난 3월 개통했으며, 석 달 만에 10만여 명이 다녀갔다.
내려올 때 등산로 초입의 태을암과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국보)도 잊지 말고 둘러보자.
우리나라 소나무 성지를 걷다,
울진금강소나무숲길
울진금강소나무숲길은 조선 시대 보부상의 애환이 서린 십이령옛길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어우러진 길이다.
산림청이 국비로 만든 1호 국가숲길로, 2010년 7월에 1구간이 열렸다.
총 7개 구간(79.4㎞) 가운데 현재 5개 구간을 운영한다(1·5구간 정비 중).
울진금강소나무숲길은 예약 탐방 가이드제를 시행하고, 탐방은 무료로 운영한다.
홈페이지 예약으로 선착순 마감하며, 예약은 탐방 3일 전까지 가능하다(화요일 휴무).
구간마다 탐방 인원을 하루 80명으로 제한하고, 자격증이 있는 숲 해설사가 안내한다.
가족탐방로가 7개 구간 중 난도가 가장 낮다.
총 거리 5.3㎞, 점심 포함 3시간쯤 걸린다.
점심은 탐방을 마치고 숲에서 먹는다.
‘숲밥’이라 부르는데,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한다.
숲밥이 맛있어 다시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당일 아침 인원 점검할 때 신청하면 된다(1인 8000원).
울진금강소나무숲길은 구간마다 출발 장소가 달라, 문자메시지로 알려준 출발 지점을 잘 확인해야 한다.
숲 해설사가 구간을 설명하고 주의 사항을 일러준다. 출발하자마자 울창한 숲길이 펼쳐진다.
쪽동백나무 커다란 잎사귀 사이로 들어오는 투명한 햇살이 보석처럼 빛난다.
계곡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만나는 맑은 물에 마음이 저절로 씻긴다.
숲길을 20분쯤 걸으니 넓은 공터가 나온다.
여기가 탐방이 끝나고 점심 먹을 장소로, ‘송낙정’이 있다.
오백년소나무 옆 금강소나무전시실에는 금강소나무와 일반 소나무를 비교하는 자료가 있다.
금강소나무가 일반 소나무보다 나이테가 3배쯤 촘촘하다.
척박하고 추운 지역에서 더디게 자랐기 때문이다.
뒤틀림이 적고 강도가 높은 금강소나무는 궁궐이나 사찰 등의 건축재로 사용됐다.
일제강점기에는 삼척, 울진, 봉화 등 내륙의 금강소나무가 대량 벌채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해방 후 금강소나무 집산지(봉화 춘양역) 이름을 따 ‘춘양목’이라 부르기도 한다.
관망대는 가족탐방로에서 가장 높은 지점으로, 장대한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관망대에서 내려오는 길은 미인송 같은 금강소나무 사이로 이어진 오솔길이다.
여기 있는 포토 존에서 사람들이 소나무를 끌어안고 사진 찍는다.
내리막이 끝나면 공터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탐방을 마무리한다.
숲길에서 건강하게 쉬어간다,
국립김천치유의숲
국립김천치유의숲은 소백산맥의 명산으로 꼽히는 수도산 8부 능선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운영하는 국내 치유의숲 중에서도 평균 고도가 높아,
경북 이남 지역에서 보기 드문 자작나무 숲을 품고 있다.
52㏊(52만㎡) 규모에 자작나무, 잣나무, 참나무, 낙엽송, 전나무, 생강나무 등 수종이 다양하고,
산림 복지 전문 기관이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해 숲길과 쉼터, 건강의 삼박자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치유의숲 내 숲길은 4개 코스로 나뉜다.
자작나무 숲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관찰의숲길(1.6㎞, 약 30분), 한
반도 습지와 전나무 쉼터를 만나는 성장의숲길(3.6㎞, 약 1시간),
잣나무 덱 로드가 포함된 자아의숲길(4.5㎞, 약 1시간 30분),
국립김천치유의숲 전체를 돌아보는 아름다운모티길(5.7㎞, 6~7시간)이다.
전 구간이 완만해 걷는 데 어려움이 없다.
컨디션에 따라 코스를 선택해 자유롭게 탐방하면 된다.
대표 코스는 단연 관찰의숲길이다.
힐링센터에서 15분쯤 오르면 하얀 나무껍질이 눈부신 자작나무가 늘어섰다.
가벼운 트레킹으로 7㏊(7만㎡) 자작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수도산 정상부에 위치해 생육 환경이 강원도와 비슷할 거라는 판단이 지금 자작나무 숲의 시작이다.
사람들이 정성으로 가꾼 자작나무 숲은 성공적인 조림지로 거듭났다.
수령 25년이 넘는 자작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빽빽하다.
숲속 명상소를 지나면 자생식물원이 나온다.
이곳에서 보랏빛 투구꽃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장희빈이 받은 사약에도 맹독성 투구꽃 덩이뿌리가 들었을 터.
수도산과 인연이 깊은 인현왕후가 떠오른다.
투구를 쓴 전투병을 닮은 꽃이 멋진 자태를 뽐내는데, 꽃만 봐선 독초로 상상하기 어렵다.
셔틀콕을 닮은 관중, 노루오줌, 산수국 등이 시선을 빼앗는다.
국립김천치유의숲을 제대로 느끼려면 산림 치유 프로그램(유료) 참여를 추천한다.
‘수도산바디테라피’가 대표 프로그램이다.
자작나무 숲 아래 너른 덱에서 매트를 깔고 진행한다.
소도구를 이용한 스트레칭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숲속 피트니스다.
‘대〔竹〕’ 피서,
구례 섬진강대숲길
섬진강대숲길은 KTX 구례구역에서 약 3.3㎞ 거리고,
구례 읍내에 있는 구례공영버스터미널에서도 3㎞가 안 돼 대중교통으로 닿기에 수월하다.
자가용 이용자는 구례섬진강대숲길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굴다리를 지난다.
주차장과 섬진강 사이 짧은 단절감이 살짝 설렘을 안기고, 끝에서 다른 세상이 열린다.
굴다리를 벗어나면 정자 쉼터와 섬진강, 그 너머 오산이 반긴다. 섬진강대숲길은 왼쪽이다.
대숲 하면 담양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구례 대숲은 담양과 다른 매력으로 반짝인다.
섬진강과 나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섬진강 물길 따라 대숲 뒤 먼발치로 지리산이 물결친다.
구례가 자랑하는 풍경이 한데 모인 셈이다.
섬진강대숲길에 첫발을 디딜 때, 그 숲은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구례가 아껴둔 비밀의 정원이기도 하다.
실제로 대숲이 들어선 사연은 섬진강과 무관하지 않다.
일제강점기 이 일대에서 사금 채취가 무분별하고 횡행했다.
섬진강 금모래가 유실되고 이를 안타까워한 마을 주민 김수곤 씨가 강변 모래밭을 지키기 위해
대나무를 심은 게 섬진강대숲길의 시작이다.
섬진강대숲길에 벤치가 많은 건 숨이 차거나 다리가 아픈 이를 위함이라기보다,
거기 앉아 대나무로 빼곡한 숲을 바라보라는 뜻이다.
초록 선이 빗살처럼 가득한 대숲은 짙은 초록이 마음을 씻는다.
봄이나 가을이었다면 슬며시 부는 강바람이 ‘솨~’ 하며 숲의 일렁임을 만들었겠지만,
여름의 대숲은 그 요동 없음이 대나무의 오롯한 멋을 뽐낸다.
포토 존도 여럿이다.
중간 지점에 섬진강 쪽으로 뻗은 샛길이 있고, 섬진강대숲길 경계 즈음에 그네가 놓였다.
섬진강 풍경을 한 걸음 가까이에서 맞을 수 있고,
섬진강과 무척교와 지리산이 어우러진 전망을 감상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별빛 프로젝트’는 섬진강대숲길을 밤에 한 번 더 찾게 만드는 요인이다.
어둠이 내린 숲은 무지갯빛으로 변신하고, 사방에서 반짝이는 반딧불이 조명은 신비롭기 그지없다.
초입에는 초승달, 안쪽에는 보름달 포토 존에서 낮에 이어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야간 조명은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때 들어온다.
홍지연 여행+ 기자
자료·사진=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