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 잦은 날씨에 이뤄진 일본 관광
전주 안골 수필문학회 : 소 순 원
장남이 우리 부부에게 효도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내가 현직에 근무할 때는 홀로 생존하셨던 아버님께 여행 한번 보내드리지 못한 불효자가 장남의 효도를 받는 것이 마음 한편으로 “효도를 받을 자격이 되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때는 교육자의 빈약한 봉급으로 모든 생활을 해결해야 할 처지였지만 자식의 도리를 못 했다는 자책이 따르고 있다.
제일차 일본 관광은 벳부 화산지역의 관광이었는데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물웅덩이에 담배 연기를 불어대면 수증기의 색깔과 물웅덩이의 색깔이 변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었다.
후구오까 비행장에 착륙하여 점심 식사 후 왕복 일차 선의 산새로 뻗은 오르내림이 많은 도로와 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지나는 등 2시간 이상을 달려 별부 온천지구에 당도하였다.
허리 협착과 디스크를 앓고 있는 나에게 참 좋은 선물 같은 관광 및 휴양의 기회였다.
불의 고리를 땅속에 감추고 있는 일본 땅의 사람들은 시시때때로 위험에 직면하기도 하지만 여기저기에서 항상 땅속에서 거져 솟아나는 온천수를 상용하는 자연의 혜택을 누린다.
비행기에서 내려 점심 식사 후에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산악의 도로를 거쳐 별부에 왔다.
일본은 국토의 80%가 산지로 형성된 나라라고 한다. 신라, 고려, 조선시대까지 일본의 해적들이 조선의 민가를 침략하여 약탈을 일삼았던 까닭은 그들이 먹고 살아갈 식량을 강탈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었다.
둘째 날은 산간으로 깊게 들어가 해지옥 이라는 길에서 조금 내려간 작달막한 연못가에서 엄청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만약 바닷물 속에서 이런 엄청난 용암을 만난다면 어떤 사람이나 생물도 살아남지 못하고 타버릴 것이다.
산속에 호텔이 있었다. 우리의 지리산 호텔쯤 되는 것으로 여기면 될 것이다.
눈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는 상황에서 참 고마운 숙소가 되었다. 이곳에도 온천은 있었지만, 날씨가 험악하여 야외 온천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아침 식사 후에 고원인 산지의 도랑 같은 도로를 50여 분간 달려 10여m 언덕 같은 전망대에 올라서니 까마득한 저지대의 도시가 내려다보였다.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고 나자 눈보라가 휘몰아쳐서 경치가 그만인 바람 봉에는 장남 식솔들과 아내가 가고 나는 차 속으로 피난했다. 아픈 다리가 구경 길을 포기하게 한 것이다.
전망 장에서 출발한 우리 차는 전망대 아래로 방향을 틀어 아슬아슬한 위험 길을 곡예 운전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운전실력을 과시하였다. 험로를 무사히 내려선 차는 평야지를 달렸다. 점심때가 지나서 도착한 식당에서는 도시락이 나왔다. 반찬이라곤 단무지 한 쪽이었다. 도시락을 열어보니 간을 맞춘 붉은 쌀밥과 장어 한 토막이었다. 이 식사는 식량이 부족한 일본에서 양곡의 중차대함을 절대 잊지 말자는 기념의 식사인 것 같았다. 평야지여서 각종 채소와 갖가지 반찬이 풍족할 텐데 식량의 소중함을 잊지 말자는 결의식 같았다.
들어왔던 뒤 방향으로 진로를 바꿔 달리니 바람과 빗줄기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우리가 가는 곳은 해안가에 자리 잡은 후꾸오카의 전망 탑이었다.
철골조로 높이 솟은 전망 탑은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중에 주변을 관망하도록 하였으나 오를수록 고소 공포증이 엄습하는 스릴을 감당할 수 없어서 눈을 꼭 감고 정상에 올랐다.
섬 육지 시내 전경 등이 잘 보였지만 고소 공포증에 어지럼증을 겪은 나는 여러 장면을 구경하기 난감하여 안쪽의 앉을 만한 구조에 걸터앉아서 여러 풍경을 구경하였다.
눈보라 비바람이 설쳐댔던 일본 탐방은 일본 땅의 거친 실상을 경험한 여행이 되었다.
일본은 국토가 광대한 나라는 아니다.
태평양이라는 바다 가운데 위치하기에 동쪽과 남쪽은 바다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날씨의 특징이 드러나고 서쪽과 북쪽은 아시아 대륙의 영향을 받는 날씨의 특징을 갖는 것이 일본 국토의 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의 변화가 잦았던 일본을 관광하는 동안 전주에도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다.
일본 관광을 즐겨하려는 우리 식구들이기에 일본 국토도 우리 일행을 푸대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일본 땅의 주인이 아니다. 바다 위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는 일본 땅은 우리나라 땅보다 다양한 기상 상황을 보인다는 것을 체험한 관광이었다.
위도상에 따라서 아시아 대륙의 영향에 따라, 또는 태평양의 기상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기후의 특징을 우리 가족의 일본 관광 중에 보여주었다. 폭설이 쏟아지는 곳을 지나기도 했고 전망대에서는 폭풍과 폭설 해안가에서는 폭풍과 세찬 빗줄기의 습격을 받기도 하였다. 일본을 잘 알기 위해서는 일본에 자주 관광하라는 메시지일거라 생각하며 일본 관광을 무사히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