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사무실에서 부암동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겨, 다시 쓰는 모노콜렉숀 장응복의 두 번째 이야기.

>> 1960년대 지어진 소박한 주택으로 자리를 옮긴 모노콜렉숀의 새 스튜디오.
한국적 미학을 현대적인 스타일로 해석해 온 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 최근 그녀가 새로운 노트를펼쳤다. 텍스타일 디자인 브랜드 ‘모노콜렉숀’의 지난 20년 남짓의 역사를 아우르고 다시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함이다. 새로운 노트의 첫 페이지는 부암동의 작은 주택에서 시작된다. 작년 겨울,그녀는 가장 핫한 트렌드의 중심인 청담동에 위치했던 사무실을 정리하고 소박하고 아담한 부암동의 작은 주택을 새로운 스튜디오로 맞이했다.

>> 기존건물 옆에 야외 데크만을 하나 더 만들었다.각종 텍스타일을 설치하기 좋은 야외 데크는 이벤트나 전시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청담동 사무실의 이전 규모나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의 명성을 먼저 떠올린다면, 부암동 스튜디오의 소박한 공간이 다소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풍요로운 듯 보였던 청담동 사무실 시절에도 그녀의 가슴은 늘 채우지 못한 그리움을 좇고 있었다. 그 그리움의 실체가 연어가 강을 거슬러 고향으로 회귀하듯, 어린 시절을 보냈던성북동 일대를 다시 찾게 한 것이리라.

>> 빨간 우체통이 달린 정겨운 철제 대문이가장 먼저 맞이해준다. 대문을 지나 자리한마당은 빌딩 내 이전 사무실에선 절대로 누릴수 없는 여유를 선사 한다.
“지금까지 늘 새로운 것, 트렌디한 것만을 좇아왔다면, 앞으로는 그동안 축적해온 모노콜렉숀만의 아이덴티티, 히스토리를 더욱 공고히 다져 나가고 싶어요. 이전에는 규모의 확장에 더 많은 신경을 쏟았지만, 이제는 내실을 기하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에요.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내 정서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어린 시절과 흡사한 풍경을 찾게 되네요.”

>> 고객과의 상담실도 되었다가 직원과의 회의실도되는 이곳은 사실 스튜디오에서 가장 넓은 실내공간이다. 오는 가을 새로 선보일 텍스타일 디자인을 검토하고 있는 장응복.
부암동 스튜디오에서 인왕산 바위를 바라볼 때마다 너른 바위와 개천 사이를 뛰어 놀던 어린 시절이새록새록 떠오르곤 한다. 시간이 멈춘 듯 근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오래된 주택들, 백사 이항복의 별장으로 추정되는 고요한 숲과 계곡이 펼쳐지는 별천지 백사실, 동네를 오가며 마주치는 평범한이웃들…. 이 평화로운 분위기에 매혹돼 부암동 친구네서 6개월을 먹고 자며 직접 동네를 살피기도했다. 결국, 이곳으로 스튜디오와 쇼룸뿐 아니라 집까지 모두 이사를 감행하는 결단을 내렸다.

>> 마당 한켠에 둔 빨간 벤치와 그 옆에 쌓아둔 기왓장들이 그림엽서처럼 정겨운 풍경을 선사한다.넓은 창문과 예쁜 레이스 커튼 또한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새 스튜디오에는 이렇다 할 리노베이션을 시도하지 않았다. 천장을 뜯고 그 골조를 훤히 드러내는 것외에는 크게 손댄 부분 없이, 1960년대 지어진 원래 주택의 구조와 마감재를 그대로 살렸다. 모노콜렉숀의 지난 히스토리를 되돌아보는 스튜디오인 만큼 원래 공간이 지닌 히스토리 또한 존중해 주고싶었기 때문이다.

>> 대나무에 한지를 오려 걸어 만든 조명과모노콜렉숀의 다양한 텍스타일로 완성한 각종 쿠션들이 놓인 소파 풍경이 한국적이면서도현대적인 미학을 지닌 모노콜렉숀의 색깔을 잘드러내고 있다.
스튜디오의 기분 좋은 첫인상은 빨간 우체통이 달린 정겨운 철제 대문에서 시작된다. 대문을 지나아담하게 자리한 마당은 이곳의 가장 큰 자랑이다. 빛 바랜 담장을 따라 초록 담쟁이 넝쿨이 작은 숲을이루고, 잘생긴 벚꽃나무, 복숭아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는 이곳에선 언제든 조출한 피크닉이가능하다. 여기에 건물 옆으로 확장해 만든 야외 데크까지 더한다면 이벤트 및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해도 손색없을 듯하다.

>> 모노콜렉숀은 텍스타일 외에 패브릭을 활용한가구 및 제품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는 오는가을에 첫선을 보일 3단 서랍장으로 깨끗한한지 마감이 특징. 문을 열면 그 안쪽에는화려한 색감과 그림의 패브릭이 덧대어져 있어더욱 특별하다.
실내로 들어서면 각종 텍스타일 샘플들과 무수한 디자인 스케치 작업들이 공간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다. 모노콜렉숀의 대표 장응복의 책상이 놓인 공간 또한 예외는아니다. 앞뒤, 옆으로 무수한 자료들과 서적들이 쌓여있어 몸조차 마음대로 가누기 힘들 정도다. 운동장만큼 넓은 책상과 편안한 ‘사장님’ 의자를 예상했다면 보기 좋게 깨질 것이다.

>> 넓은 책상과 편안한 ‘사장님’ 의자 대신무수한 자료와 책들 사이에 묻힌, 다락방처럼아담한 장응복의 책상.
프랑스의 유명 가구 브랜드 로슈 보부아(Roche Bobois)에 자체 디자인한 원단과 그 원단으로 제작한 제품을 수출하고, 청담동 반야트리 홍보관의 디자인을 맡으며, 모노콜렉숀 특유의 단아하고 모던한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장응복. 정상의 자리에서 초심을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가짐에서 다음 20년 후의 모노콜렉숀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욱 희망적일 거라는 확신이 든다.
§ 장응복의 favorite things 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이 부암동을 사랑하는 이유, 그녀가 아끼는 소소한 것들.

1 요즘 그녀는 사진 촬영 취미에 푹 빠졌다. 특히 창덕궁후원이나 경복궁 등 궁을 둘러보는 걸 무척 좋아하는데그때마다 이 카메라가 좋은 단짝이 되어준다. 그렇게 찍은사진들은 그녀의 작품에 좋은 영감의 원천이 돼주곤 한다. 2 소반은 그 형태가주는 아름다움 때문에그녀가 특별히 좋아하는디자인 아이템. 최근그녀는 소반의 다리부분을 패턴화한텍스타일 디자인을선보이기도 했다. 3 중국의 미학은 형태에서, 일본의미학은 색에서 비롯된다면 한국의미학은 선에서 나온다. 한국적인선의 아름다움을 가장 대표적으로보여주는 것이 다완이 아닐까 싶다.

1 모노콜렉숀 쇼룸옆에 자리한 이발소는마치 ‘살아 있는레트로’를 보여 주는듯하다. 근대의시간이 머무른 듯한 이런 부암동의풍경들이 장응복을 이곳으로 이끌었다. 2 부암동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백사 이항복의별장으로 추정되는, 숲과 계곡이 펼쳐지는‘백사실’을 만날 수 있다. 비밀의 정원처럼 고요한이곳을 찾을 때마다 그녀는 새로운 기운을 얻는다. 3 아침마다 2시간씩 인왕산 자락 아래에 있는 서울성곽을 산책하고 있다. 이 성곽을 끼고 산길을 오르면 서울 도심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있는데, 자연과 문명, 옛것과 새것이 함께 어우러진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이 시간을 사랑한다고.

상) 부암동 주민자치센터근처에 위치한 모노콜렉숀 쇼룸. 열 평이 채 될까싶은 작은 공간이지만그동안 모노콜렉숀의히스토리를 이뤄온 각종텍스타일을 활용한 이불과베개, 쿠션 등이 정갈하게정돈돼 있다. 하) 이 한장의 패브릭 안에 그동안 그녀가 디자인해 온 다양한 텍스타일 문양이 모두 담겨있다. 고무신, 책거리,다완, 석류, 화조도 등등, 그간의 모노콜렉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산수패치’ 시리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