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질투 어린 시선을 즐기는 예쁜 여자 마리는 젊은 나이에 잘생긴 약국 남자와 결혼해 딸 디안을 낳는다. 디안은 아기인데도 너무 아름답고 똑똑했기에 모두가 디안을 사랑한다. 마리는 디안을 낳고부터 자신의 청춘은 끝났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딸인 디안을 질투하기 시작해 디안을 무관심으로 대한다. 이후에 낳은 아들에게는 따뜻한 사랑을 줬고 막냇딸에게는 디안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이상하리만큼 과잉된 사랑을 주었다. 결국 디안은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사랑을 받는 것을 포기하고 조부모님 댁에서 따로 살게 된다. 조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가장 친한 친구네 집에서 살며, 가족들을 멀리한다. 그렇게 의대를 졸업하고 심장내과 인턴으로 지내던 디안은 교수 올리비아를 만나게 된다. 올리비아는 정교수는 되지 못했지만 디안이 보기에 엄청나게 멋있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둘은 금세 친해져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올리비아보다 실력 없는 정교수들을 비웃곤 한다. 왜 심장내과를 택했냐는 올리비아의 질문에 디안은 “알프레드 드 뮈세의 시구 중, <너의 심장을 쳐라, 천재성이 거기 있으니>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고 답해 올리비아를 감탄하게 만들기도 한다. 올리비아가 정교수가 되기 위해 필요한 논문을 디안이 2년간 옆에서 도와 작성한다. 그리하여 정교수가 된 올리비아는 디안의 생각보다 속물인 사람이었다. 올리비아는 디안에게 자신의 강의를 대신 맡겼고, 자신의 평판을 위해 낳았지만 자신만큼 똑똑하지 않은 딸 마리엘을 디안이 대신 돌보기도 한다. 디안이 그토록 존경하고 사랑하던 올리비아가 조금은 변했다고 생각할 때쯤엔 디안이 느끼는 올리비아에 대한 감정이 더 많이 변해있었다. 디안이 말했던 알프레드 드 뮈세의 시구를 자신이 어릴 때 발견한 것처럼 소개하고 디안의 논문 일부를 표절한, 디안의 어린 시절 모습이 투영되는 딸 마리엘에게 한없이 잔인한 어머니 올리비아를 디안은 증오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리엘을 돌보던 디안은 스스로가 교수가 되어 남을 가르치기 보다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 더 좋다고 생각해 대학을 떠나 병원으로 간다. 이후 올리비아와 사이가 나빠졌지만 자신의 어머니 마리를 어느 정도 용서하고 가족들에게 마음을 열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올리비아가 살해당하였다는 이유로 경찰의 질문을 받게 된다. 대부분은 모른다고 답하였지만, 자신의 생일날 올리비아를 죽인 범인을 디안은 알 것 같다. 그리고 그 범인의 생일날 디안은 집에 ‘갈 곳이 없어 왔어요.‘하며 찾아온 범인을 ‘넌 네 집에 온 거야.’라며 맞이한다.
남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여자들 사이의 시기와 질투, 증오 안에서 마리의 남편(디안의 아버지), 올리비아의 남편 등 남성 인물들의 둔한 행동이 인상적이었다. 마리의 남편은 아내 마리의 불공평한 자식 사랑과 디안이 가족들과 떨어져 살려고 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아니, 끝까지 아내 마리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올리비아의 수학자 남편은 딸을 등하교 시간에 맞춰 데려다주기만 할 뿐, 수학에 미쳐 똑같이 딸을 방치하였다. 그가 말을 걸면 뜬금없을 만큼 신경질적인 대답을 하는 것과 ’말만 안 걸면 괜찮다.‘라는 올리비아의 설명은 왠지 이에 대한 비유적인 표현 같았다. 디안과 여성들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상황 속에서, 그 남자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마리의 모습과 올리비아의 모습이 겹치는 게 소름 끼쳤다. 디안이 ’여신’이라 칭하며 사랑받으려 애썼지만 사랑을 주지 않았던 어머니 마리와, 디안이 존경하고 친하게 지냈던 올리비아가 비슷하게 보일줄은 상상도 못 했다. 또, 올리비아의 연설 중 디안이 말했던 시구를 자신이 본 것처럼 소개할 때 정말 당황스러웠다. 이전까지 디안에게 칭송받는 인물로 나왔기에 그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너무 놀랐다. 이후에 디안에게 일을 떠맡기고 디안의 논문까지 표절함으로써 올리비아의 본성을 알게 되긴 했지만 말이다. 중간에 디안의 어머니가 디안에게 ’원래 너의 이름을 올리비아라고 지으려고 했었다.‘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디안은 올리비아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마리엘을 어머니처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꼈다. 진짜 어머니는 올리비아인데, 디안이 그 어머니인 것처럼. 여기에서 디안이 사람을 돌보는 걸 좋아한단 것도 알게 되었지만, 정녕 진심의 어머니가 되어줄 수 있겠다는 것도 깨달았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마리와 올리비아는 닮았고, 사랑받지 못하는 딸 디안과 마리엘은 닮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디안이 마리엘에게 동질감을 느껴 잘해준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것일 줄은 몰랐다. 결말에 ‘벌의 무거움은 죄의 무거움과 일치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딸을 질투해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어머니 마리는 셋째 딸이 엇나가 스무 살엔 가출을 했고, 딸을 경멸하고 학대하던 올리비아는 결국 딸의 손에 죽게 된다. 이러한 상황들을 지켜보고 저 구절을 읽으니 말에 담긴 뜻과 힘이 크게 느껴져 새삼 경멸이란 단어가 무서워졌다. 디안이 올리비아와 싸운 다음날 올리비아에게 메일이 와 있었지만 디안은 그 메일이 자신을 미치게 만들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읽지 않기로 한다. <결론을 내리려 드는 것, 그것은 바보짓이다>라는 플로베르의 말이 있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말다툼에서 강박적으로 마지막 말을 하려고 든다. 그 문장을 읽고 머리가 띵해지는 기분이었다. 나도 누군가와 싸울 때 필요 없는 자존심을 세워 끝까지 사나운 말로 공격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것이 정말 멍청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다. 앞으로는 어쩔 땐 말을 아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말싸움에서 끝까지 말했을 때 좋은 결과는 없었고, 그걸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그리고 나는 디안에게 존경심이 들었다. 종종 아동학대범의 범행엔 ‘자신이 당했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어머니에게 사랑이 아닌 질투를 받고 자란, 그로 인해 결코 밝지 못한 성격을 지닌 디안이 결국 남을 돌보는 일을 택했다. 개인적으로 ’내가 당한 건 남이 또 당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심적으로 어머니와 같이 어긋나지 않은 디안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자신을 투영하게 만드는 마리엘을 만난 게 큰 계기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상처를 준 어머니를 용서하고 가족들에게 마음을 여는 것도 멋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디안의 세밀한 성격과 고운 마음이 디안 스스로를 부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제목이 <너의 심장을 쳐라>인 이유는 알프레드 드 뮈세의 시구처럼 천재성을 논하는 것이 아닌, 심장에 우러나오는 사람의 진심을 뜻하는 것 같았다. 마리는 타인의 질투를 위해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했다. 디안은 처음에 ‘진심’으로 올리비아를 존경했기에 그녀의 일을 도왔다. 또한 올리비아의 행동에는 온전히 본인의 평판을 위함이라는 비열할 수도 있는 ’진심‘이 담겨있다. 또, 심장은 곧 가슴이나 나는 심장이란 단어에 더 웅장함을 느꼈다. 깊숙한 곳에 자리해 내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심장박동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심장에서 나오는 진심은 진심의 진심이다. 제목과 관련해 인물들을 다시 훑어보니 이야기에 다시 한번 몰입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인물들의 긍정적이기만 하진 않은 행동과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의 행동까지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