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477 --- 새는 새끼를 키우려 집을 짓는다
새라고 아무 데나 쉽게 집을 짓지는 않는다. 새의 대부분은 일상적인 거주 개념보다는 종족 번식을 위해 일시적인 보금자리로 알을 낳고 부화시켜 먹이를 물어다 새끼를 키운다.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둥지를 떠나 현장학습을 하게 되고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게 되면 먹이 구하는 방법을 익히며 주변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천적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생존법을 배운다. 그러는 동안 새끼는 훌쩍 자라고 어미로부터 독립하여 독자적인 길을 가게 된다. 자연스럽게 어미의 역할은 끝이 나고 더 이상 보호를 하거나 간섭하지 않는다. 같은 새로서 경쟁 관계로 살아가야 한다. 새의 보금자리는 사람들처럼 한 가족이 오래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집이 아니다. 우선 알을 낳고 부화가 되면 육아를 위한 공간이다. 따라서 일정 기간 거처나 마찬가지로 새집은 호화롭기보다는 조금은 비좁은 듯싶어도 아늑하고 자리가 푹신해야 한다. 그중에도 소홀하게 할 수 없는 것이 외부에서 쉽게 엿볼 수 없도록 은폐 엄폐될 수 있는 좋은 입지를 골라 집을 짓는다. 새끼를 키우려면 먹이를 구하기에 수월하면서 먹을 물도 있어야 하고 적당한 햇볕도 고려하고 비바람에 끄떡없도록 당분간은 견고하고 안전해야 한다. 외부에서 기습 공격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하므로 조심스럽다. 새끼를 키우려면 주위에서 엿보는 무리가 많아 잠시도 방심하지 못한다. 자칫 목숨이 통째로 걸려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집이라지만 새끼가 자라면 곧 떠나버리고 집은 힘없이 허물어져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게 된다. 대부분 한 번 새끼를 키우고 떠나면 다시 찾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 새집을 짓게 되므로 새끼를 키우기 위한 일회성 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다른 새에게 양도하거나 임대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비우면서 슬그머니 허물어져 없어지거나 어쩌다 다른 새가 이용한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육아의 시기이므로 가려가며 집을 잘 지어야 한다. 아무래도 까치집이 돋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