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내가 성당모임 교우들과 점심밥을 함께 먹는다며 오전에 나갔다.
나는 졸지에 아파트 지킴이가 되어서 아파트를 지키다가 혼자서 밥 먹었다.
설겆이도 설렁설렁한 뒤에 바깥으로 나갔다.
아내가 외출하면서 나보고 '이발한 지가 한 달 열흘'이라고 말했기에 이발소에 들러야 했다.
아파트 빈 공간 정원수 아래에서 작은 고무나무 한 포기를 보았다. 아주 작다. 내다버렸기에...
이발이 끝난 뒤 집에 돌아온 뒤에는 작은 물그릇, 꽃삽을 챙겨서 화단으로 나갔다.
내다버린 고무화분 하나를 주워서 쓰레기장 옆에 있는 수돗가에서 겉을 씻어 흙을 씻겨냈다.
혹시라도 흙속에 나쁜 병균과 해충이 묻어 있을까 싶었다. 흙탕물은 큰 나무 아래에 부어주었다.
고무나무 한 포기를 집에 가져와 작은 화분에 심었다.
이로써 내 비좁은 아파트 안에는 화분이 90개나 된다.
귀가한 아내한테 지청구를 들었다.
'왜 자꾸 남이 내다버린 화분을 주워와요? 이제는 그만 주워요.'
작은 화분은 아파트 베란다/발코니에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다. 화분용 흙이 조금만 있으면 되니까.
큰 화분은 흙을 채울 수가 없다.
별 수 없이 시골로 가져가서 활용해야겠다.
오늘 주워온 플라스틱 화분은 귀퉁이가 깨졌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그냥 시골로 가져가서 재활용해야겠다.
고무나무를 작은 화분에 옮겨 심은 뒤 인터넷으로 고무나무에 관한 자료를 검색했다.
식물 사진이 떴고, 사진 속의 고무나무 종류도 여럿이다. 내가 주워온 고무나무는 '소피아고무나무'.
오늘에서야 이름을 알았다.
내 아파트 안에는 소피아고무나무 한 그루가 있다.
지난 5월 12일 경기도 고양시 국제꽃박람회 전시 마지막 날에 한 그루 사왔다.
예전에 키우던 큰 소피아고무나무가 죽었기에 그게 늘 알쩐했다.
국제꽃박람회에서 사 온 고무나무는 나날이 키가 크고, 잎사귀도 넓어졌다.
이들 식물이 크고, 화분 숫자가 많을수록 베란다/ 발코니는 자꾸만 비좁아진다.
아내가 조금은 화를 낼 만하다.
베란다에서 빨래를 말려야 하는데 오고가려면 이들 화분이 거리적거릴 게다.
다음에 시골 내려갈 때 화분 몇 개를 가져가야겠다.
아파트 안에서 화분이 많으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이에 상응하는 불편한 점도 많다.
날벌레가 날아다니고, 민달팽이가 자주 눈에 띄인다. 나야 시골태생이라서 이런 잡스러운 동물한테는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아내는 고개를 흔들 게다. 더럽고, 불결스럽고, 혐오스러운 해충이기에.
어디 해충뿐이랴.
화분에서 썩는 냄새가 많이 난다.
햇볕에 말릴 수도 없는 화분 속의 흙은 냄새가 고약하다.
이런 불편한 점이 많은데도 나는 화초 가꾸기를 계속한다.
농사채가 많은 집의 시골 출신이며, 지금도 흙 만지면서 일하기를 좋아하는 천성을 버리지도 못했기에.
지난해 연말 12월 14일.
'한국 국보문학'에서는 2018년 년말송년회를 가졌다.
모임이 끝날 무렵에 회원마다 작은 화분 하나씩 선물을 받았다.
붉은 잎이 꽃처럼 아름다운 포인세티아.
반 년이 지난 요즘에는 제법 많이 컸다.
나는 오늘에서야 누가 선물했는지를 알았다.
국보문학 회원인 김남혜 시인이 국보문학상을 수상한 소감으로 모임 참가자한테 선물했다고 한다.
그날 모임 장소가 무척이나 협소하여서 회원들은 몇 군데로 분산되었기에 선물을 누가 선사했는지에 설명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는 뜻도 되겠다.
뜻이 담겨져 있는 선물이기에 더욱 잘 키워야겠다는 욕구가 생긴다.
'김남혜포인세티아'라고 작명(作名)할까 싶다.
1.
오늘 오후에 송파구 잠실나루역 인근에 있는 '서울책보고' 서점에 나가려고 했던 계획을 뒤로 미뤘다.
이발소에 다녀왔고, 소피아고무나무 한 그루를 주워서 작은 화분에 옮겨 심었더니만 오후 시간이 많이 흘렀다.
소낙비가 잠깐 내렸기에 외출하기에는 망설여졌다.
별것이 다 핑계거리가 된 날이다.
다음 기회에 중고서점으로 나가거든 농업에 관한 전문서적을 열람해야겠다.
우리말을 수록한 토박이말 큰사전을 사고 싶었는데... 구입은 또 뒤로 미룬다.
내일 오후에는 송파구 한솔병원에 들러서 일전 위내시경 검사할 때 추가로 조직검사한 결과를 의사한테서 설명 들어야 할 터.
크게 아프거나 불편하지는 않았어도 위내시경 사진에는 늘 흔적이 남아 있다.
조금은 위가 헐었다는 뜻이다. 늘 염증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약을 조금씩 복용하곤 했다.
아마 이번에도 가벼운 증상이었으면 싶다.
나이 들수록 병원비 약값이 들어간다. 다소라도 덜 들어갔으면 싶다. 주머니가 늘 허전한 백수건달이기에...
1.
저녁 무렵에 아파트 현관문에서 택배 상자 하나를 보았다.
전남 동광양시에서 농사 짓는 막내처남댁이 보낸 감자 박스 하나.
무척이나 무거워서 아내와 함께 거실로 옮겼다.
막내처남댁은 아내와 초등학교 동창생이라서 서로 죽이 잘 맞는다.
감자알이 무척이나 크다.
'아내는 이렇게 큰 감자는 싫다. 중간 크기의 감자가 나은데'라고 말하면서 처남의댁한테 핸드폰으로 통화했다.
'택배비 등이 많이 들어갔을 거여. 넉넉히 송금해'라고 거듭 일렀다.
아내가 어련히 알아서 처리할 게다.
시골에서 농사 지으려면 농사비가 제법 많이 들어간다.
건달농사꾼이며, 엉터리농사꾼인 나로는 주먹크기의 감자는 전혀 생산하지 못할 터.
나는 올해에도 감자 한 알도 캐지 못한다. 심지 않았기에.
농사 짓지 않은 지가 만5년이 더 지났다.
치매기 극심하게 진행 중이던 어머니의 말년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고, 어머니를 흙속에 묻은 뒤로는 처자식이 있는 서울로 올라왔기에 내 시골 텃밭 세 자리는 이제는 호랑이나 키우게 생겼다.
호랑이가 아닌 멧돼지, 고라니 등 산짐승이 내려와서 밭두둑을 뒤엎기에 이제는 고구마 감자 등 알뿌리 작물은 재배할 수도 없다. 밭 가생이에 굵고 높은 철망을 둘러치지 않는 한 산짐승이 좋아하는 작물은 재배할 수가 없다.
애써 지은 농작물을 택배로 선물받을 수 있는 인척이 있다는 게 정말로 소중한 인연이다.
첫댓글 지키미 - 지킴이
저도 천안시 목천에서 텃밭 농사 짓는 손위처남이
해마다 돼지감자, 감자, 옥수수 등을 줘서 잘 먹고 있지요.
화성시 정남면에 사시면서 농사짓는 70대 후반의 노부부는
팥과 서리태, 녹두, 흑미, 백미, 마늘 등을 주시지요.
저희는 고향의 멜론과 명절 때마다
선물꾸러미들고 찾아뵙곤 하지요.
댓글 고맙습니다.
제가 또 실수했군요.
언제인가 박 선생님한테 지적을 받았는데도..
또 제가 잘못했군요.
제 뇌속에는 잘못 입력되었군요.
지킴이...로 수정합니다.
이래서 저는 실수, 잘못, 어색한 부분을 지적해 주는 댓글이 정말로 고맙지요.
꾸벅꾸벅...
손수 가꾼 농작물을 선물받으면 정말로 반갑겠군요.
그게 다 사람 사는 재미이기에.
택배비라도 넉넉히 드렸으면 합니다. 농작물 키우려면 노력, 비용, 성의 등이 많이 들어가지요.
부럽습니다. 박 선생님의 주변에 오고가는 정이 많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