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7세대 그랜저 디자인을 공개했다. 사진으로만 봐도 압도적으로 길어진 전장과 고급스러운 실내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실내외 곳곳에 1세대 그랜저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 요소들이 포함된 점 역시 신형 그랜저만의 특징이다. 공개한 사진을 토대로 디자인을 조금 더 상세하게 살펴봤다.
플래그십의 면보가 돋보인다
7세대 그랜저는 현대차그룹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현대차에서 분리한 이후 처음 나오는 완전변경 모델이다. 현대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인 만큼 크기를 대폭 키우고 고급감을 강조했다. 신형 그랜저 역시 전륜 구동이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긴 보닛 등 후륜구동과 흡사한 비율을 갖고 있다. 전면 주간주행등은 양쪽 끝으로 길게 이어졌다. 눈에 띄는 점은 긴 주간주행등 중간에 끊기는 부분 없이 하나의 라인으로 처리해 깔끔하다. 같은 패밀리룩을 적용한 스타리아의 경우 중간에 살짝 파팅 라인이 끊어져 있었다.
20인치 대형 휠은 웅장함을 더한다. 도어 손잡이는 전기차, G90에서나 볼 수 있던 오토 플러시 타입이다. 문이 잠기면 손잡이가 도어와 한 면이 된다. 정차나 주행 중에 매끄러운 라인이 강조된다. 창문 라인 바로 밑에는 강한 캐릭터 라인을 넣어 긴장감을 줬다. 하이테크한 전면부 디자인과 달리 측후면은 보수적인 이미지를 담아냈다. 특히 1세대 그랜저에서 오마주한 쿼터글라스는 정통 세단임을 강조한다. 가로로 길게 이은 리어램프 역시 그랜저 디자인의 전통을 이은 것이다. 특이한 점은 범퍼다. 뒤쪽 휀더 크기를 대폭 줄이고 후면부를 전체적으로 웅장하게 보이게 디자인했다. 머플러 모습은 감췄다. 뒷모습 느낌은 현행 그랜저에서 크게 바뀌지 않은 듯하다. 언뜻 보면 제네시스 G90이 떠오른다.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차량 하단 전체를 두른 검은색 띠 역시 각그랜저 디테일에서 따온 요소다. 현대차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적절하게 섞어내면서 그랜저만의 디테일을 잘 유지했다.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다.
신형 그랜저 상세 제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으로만 봐도 길이 5m는 어렵지 않게 넘을 것으로 보인다. 형제 모델인 기아 K8보다도 소폭 긴 것으로 알려진다. 다시 플래그십의 위상을 되찾은 만큼 구형 1세대 쌍용 체어맨의 길이(5050mm)를 넘어설지 관심사다.
1세대 그랜저를 연상케하는 스티어링휠
실내 디자인에서도 1세대 그랜저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1세대 그랜저 스티어링 휠은 원 스포크 형태였다. 7세대 그랜저 스티어링 휠도 원스포크 기반이다. 좌, 우에 리모컨이 붙어 있어 깔끔한 원 스포크 디자인을 채택하진 못했지만 1세대 그랜저가 잘 연상되도록 설계했다. 혼커버에서 현대 로고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추가했다. 센터페시아와 내비게이션 사이에 단차를 줬다. 우드 트림으로 처리한 점도 1세대 모델을 오마주한 부분이다.
공조 디스플레이가 다소 쌩뚱맞은 모습이다.
실내에서 아쉬운 부분은 공조 터치 시스템이다. 현행 6세대 부분변경 모델부터 터치식 공조 컨트롤러를 넣었다. 센터 디스플레이부터 멀티미디어 버튼까지 같은 기조를 이어오다 터치식 컨트롤러로 분위기가 달라진다. 일부 네티즌들은 “택시 미터기가 연상된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별도의 빛 가림막이 없어 “햇빛에 반사되면 화면이 잘 안 보일수도 아닌가”와 같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기어노브는 아이오닉5, 아이오닉6처럼 스티어링휠 컬럼에 넣었다. A타입 USB는 아예 사라졌다. 기존 현대차는 충전용 USB 포트를 C타입으로 제공했지만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 데이터를 전송하는 포트는 A타입이었다. 제네시스는 데이터 전송용 USB 포트를 C타입으로 적용했던 터라 더 아쉬움이 남았다. C타입 USB 포트는 더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와 충전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번 그랜저부터 모든 USB 포트가 C타입이다. 뒷좌석은 리클라이닝이 가능하다. 측면 선커튼은 전동식이다. G80에도 없는 기능으로 쇼퍼드리븐을 겨냥하고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자동차 1세대 그랜저 V6 3.0L
1세대 그랜저는 대한민국 성공의 상징이다. 소위 ‘사장님 차’라는 인식이 강했다. 3세대 XG 모델부터 운전자 중심의 성공한 사람이 타는 차라는 중상층의 상징이 됐다. 4세대, 5세대에 이어 IG 모델까지 같은 컨셉을 유지했다. 제네시스가 별도 브랜드로 분리되면서 6세대 부분변경부터 억지스러운 플래그십 자리를 물려받았다. 플랫폼을 그대로 두면서 휠베이스를 늘리고 각종 고급스러운 장치를 추가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아쉬운 부분이 드러났다.
이번 7세대 그랜저는 개발 전부터 현대차 플래그십을 설정하고 개발했다. 결과물은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디자인이 공개되기 전 위장막 차량과 그림에 불과한 예상도만 보고 몰린 계약자만 8만명을 넘었다. 신형 그랜저는 내달 중순 공식 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