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문자 편집장 (전시가이드)
베르나르 뷔페 (Bernard Buffet, 1928-1999)는 프랑스 파리에서 출생하여,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나치스가 점령하고 있는 파리시 야간 학교에 나가며 데생을 익혔다. 혼돈의 시대에 태어난 작가는 쓸쓸한 풍경, 메마른 사람들 그리고 좌절의 초상을 그려냈다. 황량하지만 자유로웠던 세상에서 자신에게 허락된 최소한의 색상과 스스로 창작해 낸 방법으로 그려낸 캔버스는 많은 이들에게 지친 감성을 대변해 주며 공감을 자아냈으며 1948년 청년 시절 유명한 비평가 상을 수여하기도 하였다.
또한 1958년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 지성과 감성의 문인 프랑수아주사강 등과 함께 뉴욕 타임즈의 “프랑스의 가장 뛰어난 젊은 재능 5인”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당시 70대였던 거장 피카소의 “대항마”로 불렸던 유일한 화가인 30대 청년 뷔페는 ‘꼬네상스 데자르 매거진(Connaissance des Arts magazine)’에서 프랑스인이 제일 좋아하는 작가 1위에 선정되기도 하였으며, 레지옹 도뇌르 문화훈장을 2번이나 수여 받은 프랑스의 20세기 최고이자 마지막 구상회화 작가이다.
추상회화를 지향하는 시대의 흐름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유지하며 그 어떤 혹평과 비난에도 굴하지 않은 진정한 화가였던 뷔페는 파킨슨병으로 인하여 더 이상 작업을 할 수 없게 되자 1999년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 이번 전시는 약 50년동안 이어진 뷔페의 시대별 대표작품으로 유화작품 92점과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를 만나볼 수 있다.
<나는 광대다_베르나르 뷔페전 : 천재의 캔버스>는 20세기 마지막 구상회화 작가인 베르나르 뷔페의 국내 최초 대규모 단독 회고전으로 이번 전시는 파리 시립 근대미술관,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푸쉬킨 박물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의 회고전에서 선보였던 작품들을 비롯하여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4-5m에 이르는 대형 작품을 포함한 총 92점의 유화작품들과 한 편의 영화같은 그의 삶을 소개하는 영상 및 사진자료들을 선보이고 있다.
자신이 그렸던 광대나 서커스의 테마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내면과 외면의 이중성에 대한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을 5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작품활동을 하면서 일상속의 사물이나 사람, 그리고 본인의 초상을 캔버스에 담아왔다.
전시는 4가지 테마별로 구성되었으며 <Section1>에서는 ‘스타의 탄생’으로 1940년대 후반부터,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1950년대의 대표적인 정물화와 인물초상화 등으로 접시위에 계란(1947), 이젤과 초상화(1948), 빨간 냄비(1951) 등을 선보이고
<Section2>에서는 ‘새로운 시작’에서는 와인 한 잔 그리고 여인(1955), 실내에 앉아있는 남자(1953), 여장남자(1953) 등 거친 직선으로 표현한 잔혹한 아름다움을 가진 건축 풍경화와 강렬한 색상의 특징인 인물화 그리고 오디세이와 같은 문학작품을 소재로 한 대작들을 보여준다.
<Section3> ‘아름다움에 대한 집작’에서는 ‘서커스, 두 광대(1955), 미친 사람들, 식사Ⅱ(1970),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아나벨(1960), 이탈리아의 추억_밀라노 대성당(1989), 렘브란트 이후 해부학 강의(1968), 오디세이_사이렌(1993) 의 작품으로 평생의 뮤즈이자 아내였던 아나벨과 서커스 테마가 등장하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의 대표작들을 보여준다.
<Section4>에서는 ’찬란한 피날레‘라는 주제로 ’음악 광대들_가수‘, ’죽음Ⅴ‘(1999), ‘나의 원숭이, 고릴라’(1997) 등 1990년대의 작품들로 구성되며 베르나르 뷔페가 죽기전까지 작업하였던 화려한 색상의 광대 시리즈와 죽음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