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맛
도시 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보이는 산 허리에는 집들이 빽빽이 들어서있는데 밀집된 집들을 보면 답답함을 느끼지만 부산은 먹거리가 풍부한 미식(Gastronomy)의 도시이고 남해 바다의 아름다움과 멋이 넘치는 낭만적인 곳이다.
램프로 나오면 시청을 거쳐 자갈치 시장에 이른다. 자갈치 시장에는 값싼 냉동생선이 많지만 안쪽 상가로 들어가면 양식이지만 전복 등 고급어종이 풍부하다.
자갈치 시장에 특별한 것이 있다면 생 고노와다이다. <고노와다>란 해삼 창자젓으로 해삼 배를 가르면 한 올씩 나온다.
이를 모아서 자그마한 나무 상자에 담아 파는데 2만원 정도 사야 종이컵만한 나무통에 반정도 들어있다. 고노와다는 그 향과 독특한 맛이 있어 고급 일식집 에서나 비닐 팩에 들어있는 냉동 고노와다를 녹여 조금 준다.
고노와다는 밥에 비벼먹기도 하고, 스테미너식 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 바는 없다. 자갈치 시장에서는 발효되고 염장한 냉동 고노와다가 아니라 신선한 생 와다를 살수 있는 곳이다.
자갈치 시장 어느 곳에 가도 양념한 꼼장어(먹장어) 구이를 먹을 수 있다. 시장거리 노점 상에 있는 고래고기도 맛볼 수 있는데 만원 해야 얇게 썰어 몇 점 되질 않는다. 밍크고래라고 하는데 검증되지 않았지만 까만 껍질에 싸여있는 고래 비계는 지방질 이여서 느끼하지만 돼지고기하고는 또 다른 특별한 맛이다.
자갈치 시장 주변 식당 어느 곳에서나 8,000원 정도의 <회백반>을 먹을 수 있으며, 수협 앞에 고등어구이를 메인 반찬으로 내는 허름한 <백반집>이 세 곳 있는데 가격은 3,000 원으로 그 내용과 맛에 있어서 최고이다. 무엇보다 이곳 연탄 철판 고등어 구이는 그 맛에 있어서 마루(끝)라 하겠다.
자갈치 뒷골목에는 연탄 <양곱창> 집은 여러 코너로 나누어져 있는데 재료가 신선할 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고 소스로서는 젓국(멸치젓 양념장)을 내주며 양곱창을 양념할 때 마늘을 즉석에서 찧어 넣고 아주머니가 직접 구어주어 맛을 더해준다. 가끔 거리의 싱어가 다가와 옛 노래 “선창”이라도 불러주면 1960년대로의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아 그 분위기에 취해 한층 술 맛이 더해간다.
여행자들이 자갈치에오면 바닷가 어시장이라 생각해서인지 생선회를 찾는데 자갈치는 회를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자갈치 대표적 음식인 꼼장어 구이나 아나고(붕장어)구이, 부산 양 곱창구이를 권하고 싶다.
자갈치시장 길 건너 남포동 극장가 앞에는 오뎅<떡볶이> 리어커가 줄지어 있는데 부산 떡볶이는 굴직한 가래떡을 사용하고 함수율이 높아 물렁하고 고추장 색깔이 유난히 빨간 것이 특징이다.
남포동 좁은 골목에서 광복동 방향 좁은 사이 길로 들어가면 <할머니양재기국수집>이 있는데 6.25 때부터 사용한 찌그러진 노란 양은 양재기에다 물국수, 회국수를 담아낸다. 부산에서는 잔치국수를 물국수라 부른다. 비빔국수나 회국수를 주문하면 장국이 나오는데 이 국물 한 사발만 들여 마셔도 전날 숙취 해장이 될 정도로 국물이 좋다.
국수집 앞에는 <백광>이란 음식점이 있는데 화강암으로 된 원형 돌식탁에 손님들이 모여 않아서 먹는 시끌 시끌한 선술집으로 도가니를 넣은 오뎅, 메로구이, 고래고기, 영덕대게등 허름하지만 최고의 술 안주를 제공하는 멋진 곳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중앙동 KT 부산지사 뒤 일방로에 위치한 <세창대구탕>은 대구탕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하는 집이다. 무를 삐져 넣어 끊인 지리탕은 그 시원한 맛도 있고 대구내장매운탕, 볼떼기 찜도 먹음직스럽다. 대전에는 분점이 없지만 서울에는 삼각지와 역삼동에 분점이 있다.
범일동 KT 부산본부 옆에는 <흑송>을 비롯해 초밥 집 몇 곳이 있다. 이곳에서는 초밥 뿐만 아니라 코스로 고래고기, 광어 뱃살 등 스끼가 제공되며 스시는 다른 곳과 별차이가 없으나 이곳에서 제공되는 <명란젓>은 흔히 접하는 고추가루와 소금으로 염장한 명란젓이 아니라 시퍼런 실핏줄이 선명하게 보이고 그 형체가 전혀 손상되지 않는 명란을 소금물 만으로 염장하는데 이는 일본 스타일로 그 맛이 깔끔하고 씹어보면 명란 자체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부산 어디에 가도 흔히 돼지국밥집을 볼 수 있는데 순대국과 비슷하지만 새끼보등 돼지 내장이 돼지고기와 같이 들어가고 냄새가 전혀 나질 않고 담백하고 맛이 있다. 조방부근 <마산돼지국밥>이 알려졌으나 부산 왠만한 곳이라면 그 맛은 비슷하다.
광안리 해수욕장에는 <시락국> 집이 있는데 멸치로 국물을 내서 옛 맛이 살아있다.
서울이나 대전이나 식당에서 시래기국을 보기가 어렵지만 이곳 광안리에는 시락국 전문점이 두 곳 있다.
부산에서 회를 즐기려면 광안리 옆 민락마을에 있는<방파제횟집>을 추천하고 싶다. 스끼다시도 고급이고 자연산회도 있고 믿을만하다.
해운대 글로리콘도 건너편에는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이 있는데 <돌멍게>를 맛볼 수 있다. 돌멍게는 두꺼운 껍질로 쌓여있어 일반멍게가 소프트 하다면 돌멍게 살은 밀도가 높아 쫄깃하고 향이 진한 고급멍게이다. 그 밖에도 이곳 포항마차 어항에는 털게, 개불, 개굴, 세발낚지 등 살아있는 각종해물이 있어 신선하고 다양한 해물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해운대시내 서울온천 골목으로 들어가면<납새미찌개>가 있는데 납새미란 가자미를 말하는데 식당 메뉴 면에서 가자미로 찌개를 해준다는 것이 특이한 것 같다.
해운대 <파라다이스비치호텔> 내 사우나는 항상 북적이지 않고 one way glass 로 되어있어 수영장과 바다를 보며 목욕과 사우나를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사우나이라 생각된다. 이 곳보다 더 좋고 낭만적인 사우나를 가본적이 없다.
호텔 앞에는<금수복국>이 있고 미포 초입에는 그 유명한 <할매복국>이 있는데 복국도 시원하지만 반찬으로 제공되는 작은 게 무침도 별미 중 별미이다.
미포 선창가 아래 <허름한 횟집>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잔챙이 볼락, 잡어 등 작은 배가 근해에서 잡은 자연산 회를 싼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스끼는 없다.
미포에서 달맞이 길로 가다 보면 좌측에는 여러 카페들이 보이는데 이중 가장 오래되고 전통이 있는 곳은<언덕위의집>으로 바다가 내려다보여 해운대 비치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달맞이 길을 따라 약 15분 정도 가면 송정해수욕장안에는 부산에서도 세꼬시로 유명한 <영변>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커다란 멸치젓과 생선 서더리 매운탕이 반찬으로 제공되며 쌈장, 쪽파를 썰어 넣은 묽은 초장에 찍어먹는 <세꼬시>는 다른 곳과는 차별된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양에 비해 가격은 비싼 편이다.
마지막으로, 부산 가야동 고가아래 좁은 골목 안 허름한 곳 <가야밀면> 에서는 면을 즉석에서 뽑고 시원하고 사큼하고 담백한 육수 맛 때문에 손님들이 줄을 잇는 곳이다.
첫댓글 태호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지금 저의 입가에는 침이 흘려 내리고 있어요.맛나게 잘먹고 갑니다 .
네 감사합니다. 졸리님도 행복한 2010년 되셔요. 부산 가시면 자갈치 시장 수협 앞 고등어 구이 백반은 한번 드셔보세요. 고추장 두부 찌개도 참 맛나답니다. 22:04
이렇게 전국의 맛집을 찾아 다닌 아웃풋(!)을 사진으로 한 장 올려주시게나. 그리고, 혹시 앞으로 대전을 소개할꺼라면, 유성의 촌돼지찌깨와 할머니순대국밥은 올리지 말게나. 하기야, 술꾼들이 맛이나 알고 먹겠냐만.
부산사는 내도 잘 모르는 곳을 손바닥 보듯이 잘 소개하셨네요, 관광 가이드로 참고하겠쌈니다~~
부산에 가고 싶어요...따뜻한 봄날에...
다른 것은 몰라도 언덕위에 집은 저도 가 보았어요. 남편께서 부산에 잠시 근무 했었거든요.(신 도시?) 제 남편과 이름이 같아서 물어보았더니 잘 알고 계시더라고요. 태안지역 먹을거리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태안군과 홍성군 그리고 예산군 지역을 통합해서 정리되는데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태호님 덕분에 이번에 부산가서 먹는 고통에서 해방이 될 듯... 감사 깜쏴!!
부산가서 일주일동안 놀면서 위의 저것 다 먹어 보고싶다.-위대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