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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년의 슬픈 사랑 그리고-13
초희는 눈 내리는 설원의 분위기도 좋고, 곧 미나하고 이야기한다는 생각에 들떠서 기분이 좋고 하여 풀쩍 뛰고 싶은 마음이었다. 펄펄 내리는 눈도 바람이 없을 때는 낭만이 된다. 지금 그 낭만이 소록소록 길이며 캐나다 파인 트리 숲 위로 내리고 있었다. 둘 다 간이 화장실은 가지 않았다. 조그만 더 가면 사스카츈이다. 그들은 잠시 쉬고 그 사이 입구를 막은 눈을 헤치며 겨우 하이웨이로 빠져나왔다. 그러나 하이웨이도 위험하였다. 다행히도 제설차가 이미 앞질러 2대가 지나갔다. 이 넘들은 한 대가 눈을 치우며 가고 그 뒤로 눈 치우며 소금을 뿌리는 차가 따라간다. 하여튼 소금은 어디서 나오는지 마구 뿌려 대는 것 같았다. 온타리오에도 얕은 깊이의 소금광산이 있다. 이곳 어디에도 있을 것이다.
"여보~ 우리 밴쿠버에서 뭐 하며 살아요?"
뜬금없이 초희가 물었다. 아니 당연한 물음이었다. 그 외에도 물을 것들이 많을 것이다.
"아~ 그래. 걱정되지."
"아니에요. 걱정은 하지 않아요. 당신을 믿어요. 저도 한국에 많지는 않지만 돈이 조금 있어요. 그것 모두 당신 드릴 거예요."
제임스는 놀라 속력을 줄이고 초희를 봤다.
"여보~ 운전 조심."
초희는 이제 본격적으로 간섭을 하기로 했다. 한 몸이거든.
"내가 하는 일은 정년이 없는 일이야. 큰 수입은 아니지만, 우리 둘이 살 수는 있어. 열심히 하면, 당신이 품격 유지할 정도로 돈을 벌 수 있어. 그 모두 당신 꺼야. 당신에게 줄 거니까 당신이 캐나다에서 돈 관리하며 마음대로 살아봐. 내가 그렇게 하도록 할 거니까. 그러면서 우리는 노년으로 함께 가면서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착한 욕망이야. 대체로 젊었을 때는 돌진하려는 욕망과 실행하려는 욕망을 가져야 하고 중년이 되어서는 실행하여 얻은 욕망의 결과에 대한 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해. 묵직한 삶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야. 그리고 노년이 되어서는 성욕에 대한 착한 욕망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버릴 수 있고 털 수 있어도 포기해 버린 그 정염을 불태우려는 욕망을 살아있게 해야 해. 그래서 몸과 마음이 늘 뜨겁게 살아 뛰며 착한 욕망을 실행하려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건 성욕과는 또 다른 욕심이야. 당연히 성욕도 건강을 받치는 힘이니 가능할 때까지 성욕을 일어나게 스스로 상대를, 즉 당신은 나를 위하여 나는 당신을 위하여 만들어 야지. 그 외에도 우리가 함께 살면서 서로 보살펴야 할 것들이 많거든. 물론 당신이 더 똑똑하니 잘 알아서 하겠지만, 나도 당신이 혼자 힘들게 살도록 안 만들 거야. 차차 정리가 되면 또 의논할 것이야."
"여보~ 고마워요. 제임스 당신을 정말 너무나도 사랑해요. 저는 요, 이제 당신을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칠 거예요. 당신은 변하지 말아요. 네? 그리고 좀 짜릿한 말이 있어요. 성욕! ㅎㅎㅎ 그것, 정말 얼마나 오랫동안 울어 날까요? 저는 한 10년 더 그랬으면 좋겠어요."
"초희야. 나는 당신이 잡은 손 놓지 않는 한 내가 먼저 당신 손 놓지 않을 거다. 그건 내 운명의 신에게 약속한 것이야. 나는 한번 여자에게 배신을 당했어. 그렇다고 누굴 탓하지 않아. 그런 일로 인하여 마침내 당신을 만나게 된 것이야. 사랑한다. 장초의. 우리는 함께 보조를 맞춰 걷는 것이 중요해. 이제는 마라톤의 결승점을 생각해야 하거든."
"여보~ 저도 당신이 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당신을 사랑해요. 저도 당신의 운명의 신에게 맹세했어요. 영원히 당신과 함께 하겠다고요."
"이곳 캐나다에서는 건강만 하면, 실제로는 노인 건강도 잘 챙겨 주지만, 최저 굶어 죽지는 않고 편안하게 살다 죽을 수 있어. 그러나 가장 좋은 황혼의 삶은 부부가 함께 손잡고 해지는 저녁 놀을 바라보며 가는 것이야. 미련도 슬픔도 아쉬움도 다 버리고 권세도 질투도 미움도 시기도 다 놓고 마음 편안하게 모든 것을 포용하고 이해하며 할 수 있는 동안 열심히 움직이며 사는 것이야. 말같이 쉽지는 않아.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황혼 삶들이 너무 많아. 그렇게 살자면 적당한 요건이 갖추어져야 하거든. 가령, 적당한 돈이 있어야 하고, 건강이 잘 유지되어야 하고, 마음이 선해져야 하고, 주변이 단순해야 해.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하여야 한다는 것이야. 이런 것들은 50대에 들어서면서 부터 준비해야 되는 것들이야. 늦었지만, 우리도 이 기준에 맞춰 볼 필요가 있어. 물론 부족한 것이 있다면, 채우기 위해 새로운 노년의 노력을 하여야 하고. 당신이 함께해 준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장수같이 잘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끝."
옆에서 초희는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다 듣고 있었다. 초희는 들으며 생각했다. 황혼의 계절에 그의 말같이 돈도 건강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잘 만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주는 천운이다. 그런데 나는 그 천운을 받은 것 같다. 아니, 이제는 확실히 하자. 그 천운을 내가 받았다. 이 천운을 어떻게 생각하고 사랑하느냐에 따라 나의 황혼의 계절이 제대로 만들어질 것이다. 어느 것도 노력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장초의, 아니다! 이제는 리 초희이다. 리 초희, 너의 남은 삶을 남편 리 제임스와 죽을 때까지 함께 한다. 오케 바리!
"여보~ 너무 고마워요."
초희는 자기도 모르게 감격의 눈물이 흘러 뺨을 적셨다.
"초희, 울어? 됐어. 내가 닦아 줄 수도 없잖아."
"여보, 괜찮아요. 저도 오랜만에 울고 싶어요 으흐흑 으흑~ 아아앙~ 으 엉엉엉~~~"
제임스는 그냥 놔두었다. 울고 싶을 때 우는 것도 행복이다. 그는 울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울지 못했다. 봐 주는 사람도 없었거든. 봐 주는 사람을 옆에 두고 초희는 실크 울었다. 그리고 다시 방 포켓에서 티슈를 꺼내 눈물도 닦고 콧물도 닦고 뺨도 닦았다.
"ㅎㅎㅎ. 여보~ 미안해요."
"시원하게 다 울었어?"
"네. ㅎㅎㅎ. 아주 시원하고 상쾌해요. 이렇게 울기는 처음이에요. 아주 기분도 좋아요. 고마워요~ 여보."
초희는 제임스의 오른쪽 넓적다리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저도 요, 당신에 대하여 잘 모른 채 당신을 사랑해서 결혼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사실, 밴쿠버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어떻게 살게 되는 건지 당신을 믿고 따르기로 하기 전까진 다 걱정되고 불안하기도 했어요. 이제는 걱정 없어요. 저도 한국에 작지만 아파트가 한 채 있어요. 그리고 그동안 예금해 둔 돈도 한 2억은 있어요. 저는 요, 당신이 필요하다면, 아니에요. 아니에요. 당신과 한국에 가게 되면 다 정리해서 가지고 와서 당신 줄 거예요. 당신이 이 리 초희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삶아 잡수시라고요. 저는 당신만 옆에 계셔서 저를 사랑해 주면 그것으로 땡 이어요. 여보~ 사랑해요~. 끝."
"뭐! 끝? 금방 학습이 되었구나 ㅎㅎㅎ. 이제 곧 Delta Hotels by Marriott에 도착합니다. 여왕님. 준비하십시오."
"뭐 이리도 빨리 왔냐? 더 이야기하게 천천히 오지 ㅋㅎㅎㅎ. 여보~ 저는 그냥 가방만 메고 내리면 돼요."
"응. 그렇게 해. 저곳 호텔이 포 스타 급이고, 일 박에 레귤러가 CD220- per night인데 할인되어 우리는 CD149- 만 지불하면 돼. 아, 아침 식사도 포함되었어. 그래도 한 번쯤은 소개받은 식당에서 설렁탕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사료됩니다. 여왕 전하~"
"알았느니라. 그렇게 하세요~ ㅎㅎㅎ 재미있어요. 여보."
그들의 SUV는 널찍한 호텔의 주차장에 주차하고 각자 백색만 메고 호텔을 들어섰다. 호텔은 고급스러웠다. 그들이 체크인을 하고 룸에 들어선 시각은 오후 4시였다. 아직 해는 지지 않고 있는 시각이지만 구름으로 인하여 해는 가려져 있고 눈을 계속 내리고 있었다. 바람도 불었고.
"초희, 어서 샤워부터 해. 나는 그 사이 아래층에 내려갔다 올라 올 테니. 오케이?"
"네. 그렇게 하세요. 걱정은 마시고요. 문은 꼭 잠가 둘께요."
제임스는 비에 내려가 카운터에 비치한 도시 지도를 하나 가지고 밖으로 나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온갖 상념이 몰아닥쳤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수 십 년을 혼자 살다 어느 날 갑자기 짝을 만나 집으로 돌아 가다니. 그는 그러한 생각이 번지자 얼른 고개를 흔들며 다 탄 담배꽁초를 버리고 새로운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입에 물었다. 이제는 어떻게 사느냐? 가 남은 삶의 화두가 되었다. 다시 한 번 사는 삶,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아 보겠다 스스로 작정하기 시작하였다.
그가 담뱃불을 끄고 재떨이에 꽁초를 버리고 눈 덮인 전면 주차장을 지나 람비에 들어서니 막 도착한 손님들이 꽤 있었다. 그들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룸에 들어갔다.
초희는 벌써 샤워를 마치고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더운물에서 나와서 인지 얼굴이 발그레한 게 보기 좋았다.
"여보~ 당신은?"
"응. 나는 금방 해. 폼 낼 것도 없어."
"뭐예요! 그래도 숙녀하고 같이 나가는데 좀 어울리게 잘해주세요~"
"알았어요~"
그는 샤워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며 어디를 갈까 생각하였다. 역시 한인 식당에서 한식을 먹는 것도 좋겠다 생각하고 후다닥 씻고 닦고 하여 나왔다.
"여보~ 어때요?"
초희는 짧은 파마 머리가 잘 어울렸다. 노스페이스 점퍼에 갈색 면 스키니 위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회색 스커트를 입고 브랜든 스톤 부츠를 신었다. 그리고 등에 백색을 메었다. 젊은 중년 여인으로 보였다. 마스크를 쓴 얼굴 모습은 눈만 봐서는 영락없는 40대였다. 초희도 직장에서 학생들과 생활을 하므로 옷이나 몸매 그리고 트렌드를 읽는 환경에 젖어 있어서 스스로의 모습을 잘 유지하였다. 제임스가 보기에도 전체 모습이 좋았다.
"아주 좋은데... 당신, 펄펄 살아나는 것 같아. 생기가 넘치고 밝아서 좋아."
"뭐가 펄 펄 살아나는 것 같아요?"
초희는 말하고 대답을 듣기 위하여 제임스 가까이 왔다. 절체 절명의 순간이다.
"섹기가 넘쳐흘러. 요염한 섹기가..."
"으아아아~~~.여보~ 제가요? 그렇게 보여요~ 아~좋아라~ 여보~ 당신에게 그렇게 보여서 너무 좋아요. 으흐흥~ 여보~ 사랑해요~."
초희는 그 대답을 기다린 듯 제임스를 꽉 안았다. 제임스도 그녀를 뜨겁게 안고 고개를 올려 키스를 하였다.
"으, 흐, 흥~ 여보~ 하고 싶어요. 으, 아, 아, 앙!!!"
절묘하였다. 그때 대답을 멋지다 느니 젊어 보인다 느니 했었으면, 그렇게 지나가 버리고 말았겠지만 초희가 기대한 대답을 멋지게 해 버려서 초희도 감격했고 보는 제임스도 좋았다. 중 노년 여인에게는 젊어 보인다거나 아름답다거나 멋져 보인다는 것보다 더 기대하는 말은 섹시하다는 말이 몸서리치게 만든다 더구나 요염한 섹시라고 했으니 그 말이 정말이든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던 어떻든 절묘하였다. 말 한마디로 윈-윈 한 것이다.
"아름답고 요섹한 여왕님, 이제 저녁 식사하러 가셔야 지요."
"네. ㅎㅎㅎ 요섹한은 뭐예요?"
"요염하고 섹시한 여인."
"ㅎㅎㅎ 너무 멋져요. 여보~ 어서 가요."
그들이 호텔 라비에 내려서니 라비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충만하였다. 식사를 하러 온 가족들과 투숙객들이 모여 담소하는 모습들이 좋았다. 북미에서는 크리스마스 전후가 제일 큰 명절이다. 그때 흩어진 가족들이 다 만났다. 지금이 그때이다. 그들을 뒤로하고 차에 올랐다.
"지금 한식당으로 가서 저녁 식사하고 시내 좀 구경하고 들어와서는 빨래 좀 해야겠다. 내일도 이곳에서 하루 더 묵을 것이거든. 내일은 아침을 호텔에서 주니 그것으로 간단히 때우고 점심은 백화점 안에서 먹고 싶은 것 먹고 저녁은 한식 불고기로 합시다. 어때요~ 여왕님?"
"아하~ 저는 너무 좋지요 ㅎㅎㅎ. 이따가 빨래는 제 몫이니까 손대지 마세요. 오케바리!"
"ㅎㅎㅎ 벌써 이렇게... 좋아요. 그전에 미나에게 전화하는 것 잊지 마."
"예 써, 써~"
"에구~ 그 사이에 다 왔다. 저기도 한국식 이름이 붙었구나."
"어마~ 그래요 '서울 돼지네' ㅋㅎㅎ 웃겨요. 옆에 따로 영문 간판이 있어요."
"자, 다 왔습니다."
그는 식당 앞에 주차를 하고 오른쪽으로 가서 문을 열고 초희를 부축해서 내쳤다. 눈이 꽤 쌓였다. 바람도 좀 불어 추웠다.
첫댓글
달콤한 휴식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월요일이 또 왔습니다 오지 말라
해도 오는 월요일 즐겁게 보내요 감사합니다.♡
https://cafe.daum.net/rhkdtpck
https://youtu.be/PUD3J8y02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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