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50302 젓가락
민구식
식탁 위
황금색 문양이 귀하게 보이는
묵직하고 매끄러운 익은 감각
날마다 몇 번씩 쥐고 놓는 습관에서
오늘은 눈이 멈춘다
쥘 적마다 맞나 안 맞나
키를 재보고
들릴 적마다
꼭 무언가를 챙겨주는 손 안의 손
어느 날 한 쪽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지
남은 한 쪽은 우두커니 비켜서
금빛 문양 얼룩져 가고
급기야 설합 속으로 쳐 박히고 말았지
대청소 날 어디선가 짝이 나타나
없어진 설움을 복수하듯 박박 문질러 씻고
키를 맞추어 보고 문양을 맞추어 보고
닮은꼴로 기대어 맞잡아보곤 했지
식탁 모퉁이에서
바랜 색으로
얇아진 닮은 꼴 옆지기와
키 재기를 해본다
2014년 시집 <가랑잎 통신>에서
♥ 젓가락:
아내가 상을 차려놓고 밥을 푸는 사이 젓가락을 잡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젓가락이 짝짝이였습니다. 평상시에는 바꾸어 잡았는데 배가 고파서인지 그냥 짝짝 젓가락을 잡고 식사를 하려고 했습니다.
아내가 한마디 했지요. ‘나무젓가락도 짝이 맞아야 우아한 법인데 있는 짝도 못 맞추어 쓰냐고 … ‘
밥을 먹는 동안 젓가락 생각을 했습니다. 단 하나인 내 짝.
젓가락은 오래 묵어 색도 문양도 닳고 지워졌지만 기능만큼은 그대로 아닌가. 새 것도 있었지만 고집스럽게 오래된 젓가락을 사용하고 있음은 익숙함 이었습니다..
아내는 익숙함의 대명사. 좋던 싫던, 때론 새 젓가락에서 신선함을 만나기도 하지만 익숙함의 습관처럼 편리함 그 이상으로 손에 익은 것처럼 정이 든다는 것이리라.
가끔은 잃어버리기도 하는 것처럼 잃어버렸음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기능적인 면에서 우수함과 비교되거나 겉모양에 의한 현혹이 아니라 다른 용도가 되었을 때 나타나는 불편함입니다. 그래서 충돌의 결과로 한참을 처박히게 됩니다. 그런 다음 반성과 각오 끝에 대면을 하면 오랜 그리움 끝에 만나는 것처럼 새롭지요. 익숙함의 회귀라고 할까.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런가 봅니다. 젓가락이 마주하는 짝의 개념처럼 혼자서는 미완성이기도 한 삶의 한 단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