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못춘 견제론… 친윤 일색 지도부에 “黨운영 일방통행 하나”
[與 새 대표 김기현]
전대 개입 논란에도 ‘당심은 尹心’… 김기현, 컷오프때보다 6%P 더 득표
‘친윤 성토’ 安-千, 결선투표 실패… 金, 사무총장 등에 친윤핵심 고려
당내 “친윤 목소리만 반영땐 역풍”
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대표가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과반 득표로 당선된 후 당 지휘권을 상징하는 당 깃발을 흔들며 웃고 있다. 김 신임 대표는 “당 대표의 권한은 권리가 아니라 책임과 의무다. 온몸을 바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고 내년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과 의무”라고 말했다. 고양=김동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당원들의 열망이 모인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8일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친윤(친윤석열) 패권주의’ 논란 등이 일었지만 투표에 참여한 46만여 명의 당원은 여당의 안정을 택했다는 것. 이날 전당대회에서는 친윤 진영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김기현 신임 대표를 비롯해 5명의 최고위원도 모두 친윤 진영 인사로 채워졌다. 다만 이런 결과에 대해 여권 내에서도 “친윤 일색인 당 지도부가 당 운영에서 일방통행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金, 컷오프 때보다 높은 득표율로 당선
김 대표는 이날 52.93%를 득표해 2위인 안철수 의원(23.37%)을 여유 있게 제쳤다. 김 대표의 득표율은 지난달 10일 책임당원 여론조사로 진행됐던 컷오프(예비경선) 지지율보다 오른 수치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달 컷오프에서는 김 대표가 47%, 안 의원이 24%를 기록했다. 경쟁 후보들이 김 대표의 울산 땅 의혹 등에 대해 집중 공세를 펼쳤지만 김 대표는 오히려 더 많은 표를 끌어모은 것.
김 대표와 친윤 진영을 성토했던 안 의원과 천하람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14.98%)은 목표로 삼았던 결선투표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두 후보의 득표율 합계는 40%에 미치지 못했다. 여권 관계자는 “두 후보가 연대했더라도 김 대표에게 뒤졌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에 대한 당원들의 반감이 숫자로 입증된 것”이라고 했다.
이런 당심(黨心)은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준석 전 대표가 밀었던 최고위원 후보들은 모두 고배를 들었고 대신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을 앞세운 후보들이 당선됐다. 1인 2표로 치러진 최고위원 선거에서 ‘이준석계’로 꼽히는 김용태 전 최고위원과 허은아 의원은 각각 10.87%, 9.90%를 얻는 데 그쳤다.
● “사무총장에 친윤 핵심 인사 거론”
다만 이런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여권 내의 우려도 나온다.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은 “당 지도부가 너무 친윤 일색인 게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는 구성이 된 게 아쉽다”고 말했다. 향후 당직 인선에서도 친윤 색채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 김 대표는 당의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이철규, 정점식 의원 등 친윤 핵심 인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당 의원은 “여기에 다음 달 주호영 원내대표가 물러난 뒤 뽑히는 새 원내대표까지 친윤 의원이 된다면 당은 완벽한 ‘친윤 체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의 활동 역시 향후 당 운영의 변수다. 한 초선 의원은 “장 의원이 차기 당 지도부에서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당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듯한 모습이 보이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친윤 진영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의 득표율이 60%를 넘지 못했다는 점도 변수다. 여권 관계자는 “주류 진영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지원했다면 사실 김 대표가 70% 정도의 득표율을 기록했어야 했다”며 “향후 당 운영에서 친윤의 목소리만 반영된다면 분명 역풍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의 정당민주주의가 사망 선고를 받았다”며 “대통령실이 정한 시나리오대로 김 대표가 선출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비판했다.
조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