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因緣
<제15편 태양의 세상>
①세상의 태양-8
“오메, 쟈가 아쥬 손놨네이.”
석순이 소주병을 여러 개 들고 들어오면서 송 양의 젖가슴에 남자가 손을 깊숙이 찌르고 조몰락거리는 데에도, 자초한 그녀가 손을 아주 놓고, 엇비슷이 몸을 벽에 기댄 채, 눈을 실실 감고 즐기는 걸 보고, 깜짝 놀라는 거였다.
“저는 보기 존데요. 용신엄마!”
게다가 천복이 보기가 좋다며, 빙긋 웃자, 술병 하나를 따내어 비운 술잔에 술을 채우던 석순이 샐쭉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였다.
“시상이 신령님언 시샘더 안 나라오?”
그녀는 제법 날카로운 투로 꾸짖는 거였다.
“아하하, 제가 바라는 일인데, 시샘이라뇨?”
그는 빙긋이 웃으면서 당찮은 소리는 하지도, 말라는 듯이 시샘이 무어냐고, 되묻는 거였다.
“아녀, 오널언 고렇다쳐도니, 저번이넌 즈그 몸얼 죄다 만져갖고, 뜨겁기 녹이고서나 맹색(명색)이 남제(남자)가 게우 용신아베 불러다 부부간이 흘레붙이고선 두 눈 활짝 뜨거서 구경만 헌게, 즈그 맘이 워떡헜어라오?”
그녀는 그날 일을 되살리면서 또 말을 잇고 있었다.
“나넌 거날 신령님이 그냥 엉검슬쩍 물러날 줄언 증말로 몰랐어라오. 어차피 용신아베넌 내몰아놨넌디, 즈글 바람맞힐 까닭이 읎잖어라오?”
“그날만 날인가요?”
그는 괜스레 앙탈을 부리는 그녀에게 더는 대꾸하지 않으려고 하였으나, 방금 그녀가 채워놓은 술잔을 목으로 꺾어 부면서 뒤로 빼고 있었다.
“아-휴, 언니, 미안해요.”
송 양이 흥분이 고조되는지, 뜨거운 입김을 불어내는데, 유남이 그녀를 송두리째 끌안고, 다른 한 손마저 찌른 채, 두 손을 다 움직이며, 본격적으로 애무를 하자, 그녀는 괴이쩍게 짧은 치마에 다리 한 짝을 숫제 남자의 어께에 걸어놓고, 바동거리면서 언니한테 미안하다고까지 입을 놀리고 있었다.
“쯔-쯧, 구경헐만허고나! 느그더 사내 앵겨준게 암컷답고나.”
유남도 이제는 그냥 견디기가 어려운지, 그녀를 구석으로 몰아다 뉘어놓고서는 허리띠를 풀고 있었다.
그것을 보는 석순이 대뜸 천복의 가슴으로 손을 찌르자, 그가 손을 슬며시 쥐어다가 내어놓는 거였다.
“왜, 그러라오?”
그녀는 알 수가 없다는 듯이 묻고 있었다.
“이따 친구 보내놓고, 만나요.”
천복은 그녀의 귀에다 속삭이듯, 달래고 있었다.
그는 한번 시작하였다하면, 금세 끝나지 않을 거라는 공포감 때문에 그러하였을 터이지만, 그녀는 그걸 알 턱이 없는지라, 한 동네에 사는 조심성 때문일 거라고, 믿었을 거였다.
“나넌 딱 한 번어러 끝이라오!”
그녀는 숫제 한번으로 끝이라면서 사정조로 붙당기고 있었다.
“아하하, 그게 아닙니다. 이따 만나요.”
이렇게 말이 오가다 그네는 문득 입을 다물고는 침잠하여지더니, 술잔만 기울이고 있었다.
“아휴, 언니! 언-니!”
송 양은 언니를 부르면서 신음소리를 높이었는데, 남자는 연신 그루박기를 연이어가자, 생선처럼 팔딱팔딱 튀듯이 하였다.
“참말로 잘 허네이. 울 용신아빠넌 사십고개 넘더니먼, 벌씨 푸레당수라오.”
그녀가 잠시 유남의 들썩이는 엉덩이를 보고, 흐뭇한지 말하였다.
“일부종사하신다며, 이랬다간, 석순네집 문 닫아요. 용신엄마!”
천복이 안타까운 마음에서 말하자, 그녀는 숫제 그의 무릎위로 올라앉더니만, 팔을 남자의 목에 걸고, 얼굴을 비벼대는 거였다.
“배 들오문, 배질얼 혀야제. 남제가...”
그녀는 심지어 배가 들어오면, 남자가 배질하여야한다고 하였다.
“밖에 손님들이 떠들썩한데, 돈 벌 때 돈 벌고, 놀 때 놀아야죠. 지금은 영업 중이잖아요?”
그때 송 양이 거센 신음소리를 토하여내더니, 갑자기 소리가 그치었다.
그래서 보자니까, 자빠지고 엎어지었던, 남녀가 잠에서 깨나듯, 일어나기는 하였으나, 서로 떨어지지 아니하고, 한 덩이지어 여자가 목이 타들어 가는지, 술잔을 입으로 기울이는가 하더니, 남자와 입을 맞추면서 입에 든 술을 뿜어내자, 남자는 그걸 꼴깍꼴깍 삼키고 있었다.
“위로 아래로 통했으니, 완전 결합이군! 아하하.”
첫댓글 그야말로 옛날 선술집 풍경입니다~
그 때도 장사지만 지금처럼 매상에만 급급하지 않고 어느 정도 인간적이었지요
그렇습니다! 인간적이었지요. 예전 술집 돈버는 개념은 없었지요.
어디까지 인간적인 관계이었지요. 손님이 많이 밀어 닥치는 때도
있고 공치는 날도 있는데, 그것은 하나의 재수로 보고 한 달 크면
한달 작다는 논리로 유유자적했지요. 그 원인은 또있는데 거리에
나와 술밥장사 하는게 하층민에 속한다고 자각했고, 손님 생각을
높이였지요. 게다가 시설도 변변치 못하니 그저 주객이 인정으로
대하기에 단골을 대우해줬지요. 지금 장사는 업주들이 단골을 까
먹으려고 하죠. 해서 예전처럼 인정이 발라서 물건 팔아준다는게
없지요. 그러다보니 목로술집에선 아가씨 사올 재간도 못 되어서
주인여자가 간음하는 경우가 많았죠. ㅎ